“한국에서 다친 외국인 노동자의 몸을 치료하는 것은 의료진의 몫이지만, 마음에 남은 흉터를 없애주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해야할 일입니다.”
올해 초부터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 ‘광주 외국인 노동자 건강센터’에서 의료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는 임홍철(44·사진) 서현메카성형외과 원장.
그는 이역만리 한국땅에서 불의의 사고를 겪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기꺼이 메스를 잡은 ‘의사’이자 그들 마음도 치료해주는 ‘민간외교관’이다.
임 원장은 인터뷰 내내 “의사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고, 저는 시간만 할애했을 뿐인데…”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최근 건강센터에서 만난 외국인 노동자 대런스(38·스리랑카)씨의 흉터 제거 수술을 진행해오고 있다.
임 원장의 의술은 예전부터 국경을 초월했었다.
지난 2004년에는 중화상을 입은 중국 조선족 소녀를 한국에 초청해 수술해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 지린성 룽징시에 거주하던 최여나(16)양은 가스 폭발로 심한 화상을 입고 얼굴이 뭉개지고 손·발가락이 뒤틀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중국 상해에 분원을 내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진료를 하고 있던 임 원장도 이 소식을 접했고, 최양을 한국으로 불러 6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수술을 해준 것이다.
임 원장의 ‘사랑의 인술’은 그 뒤로도 계속됐고, 이렇게 무료 수술을 한 것만 올 들어 세 명째다.
그러나 임 원장이 건강센터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엉뚱한데 있다. 아내인 오선의(43) 무등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이 다른 의사들과 자원봉사를 나간다는 말을 듣고, 수준급인 중국어 통역이나 해준다는 생각으로 따라 나선 것이다. 지금도 자원봉사를 나가면 의료활동보다는 영어에 능통한 큰딸 수연(중3), 작은딸 정연(중1)양과 함께 통역요원으로 활동할 때가 더 많다.
임 원장은 “몸에 난 흉터를 지워주는 것은 쉽지만, 마음의 흉터는 여간해서 지울 수가 없다”며 “외국인 노동자와 상생하는 일이야말로 다국적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의무”라고 강조했다.
/안현주기자 a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