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7년 동안 얻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광주에서 모두 치료받을 수 있었습니다.”
광주시 광산구 하남산단 ㈜동현산업에서 근무하는 대런스(38·스리랑카)씨. 그의 왼쪽 팔꿈치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아있다.
지난 2004년 10월 경기도 안산시 한 자동차 부품 생산공장에서 일할 당시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강판을 눌러주는 기계에 장갑이 딸려 들어가 왼쪽 팔이 심하게 다친 것.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5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이국 땅에서 겪어야 했던 아픔은, 지금도 팔에 남은 흉터처럼 선명하게 기억되고 있다.
한국 온지 2년만에 사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온 지 2년 만에 일어난 사고였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아니 자신의 실수라고 여기고 치료에 집중했다.
수개월 동안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몸은 예전같지 않았다. 대런스씨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스리랑카행을 택했다.
고국에는 노모와 아내 구마리(34)씨, 두 아들이 살고 있었다. 한국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치료비는 문제가 없었지만 아내에게 목돈 한 번 건네지 못했던 때였다.
이 때문에 대런스씨는 한국에서 다친 사실을 아내와 가족에게 숨겼다. 그러나 살을 섞고 사는 부부 사이에 비밀은 있을 수 없었다.
한 달 만에 남편에 흉터를 발견한 아내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스리랑카 육군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하던 대런스씨를 그만두게 하고 타향에서 다치게한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당시 스리랑카는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기여서 곳곳에서 내전이 발생했고, 아내는 이런 위험한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랐었다.
대런스씨도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네 가족은 몇 시간 동안 부둥켜 않고 통곡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만은 없었다. 대런스씨는 다시 한국행을 결심했다.
몸은 망가졌어도, 가족들만큼은 호강시켜줘야겠다는 굳은 결심이었다.
2005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전에 다니던 공장은 갈 수가 없었다. 다친 팔이 힘든 일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대사관에 도움을 받아서 인천 남동공단 스케이트 보드 생산업체에 취업을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고, 돈도 어느 정도 모았지만 이번에 그를 가로막은 것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었다. “야! 저거 가져와”“임마 빨리빨리 해” 한국사람과 똑같은 일을 했지만 대우는 달랐다.
외국인 건강센터 지원 수술
이때 친구들에게 소개를 받은 곳이 지금 근무하는 ㈜동현산업이다. 광주는 달랐다. 사장님부터 일반 사원들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을 식구처럼 대해줬다.
주말에는 교회에도 나갔고, 우연한 기회에 광주 외국인 건강센터에 갔다가 팔에 남은 흉터를 무료로 수술해주겠다는 의사 선생님도 만났다.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결근을 해야했지만 사장님과 경영진은 흔쾌히 치료를 도왔다. 특히 올해 초에는 남편을 따라 한국행을 택한 아내 구마리씨의 일자리도 회사에서 마련해줬다.
고향에 집 사고 차도 구입
몇 차례에 걸친 수술과 치료 덕분에 흉터는 점점 줄었고, 아내와의 안정된 생활 덕분에 대런스씨의 굳었던 마음도 서서히 풀려가고 있었다.
최근 환율이 너무 올라버린 탓에 고국으로의 송금을 늦추고 있지만, 틈틈이 모든 돈으로 벌써 집도 한 채 샀고, 자동차도 구입했다.
구마리씨는 “광주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국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언젠가는 공장 사람들을 스리랑카로 초청해 은혜를 보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안현주기자 a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