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한국은 또 하나의 고향 <13>파프리카 농장서 일하는 팜안틈·리홍푸 씨
2008년 11월 09일(일) 18:32 가가
“호치민 신발공장서 일할 때보다 10배 이상 벌어”
“내가 번 돈으로 동생 대학도 보내고, 나중에는 보란듯이 멋진 가게도 낼 거예요”
유리온실에서 파프리카를 따며 내일을 꿈꾸는 베트남 젊은이들을 찾았다.
이제는 하남산단이나 평동산단 같은 산업단지가 아닌 전남지역 농촌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를 쉽게 볼 수 있다. 농촌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3D 업종이 아니더라도 인력이 부족하기는 농업 분야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장성군 남면 분향리에 자리잡은 팜피아영농조합 유리온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팜안틈(22)과 리홍푸(21)를 만났다.
한국에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한국말이 아주 서투른 그들은 2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한-베트남 사전을 뒤적이며 답변에 정성을 보였다.
광주지역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많아 비교적 활발하기 때문에 한국인과의 접촉도 빈번해 한국어 솜씨도 상당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농촌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바깥 활동이 적어 한국어로 의사 소통을 하기가 쉽지 않다.
베트남 중부지방 하딘 출신인 팜안틈이 장성에 온 것은 지난 해 10월이다.
대부분의 베트남 노동자들은 힘들기는 하지만 잔업이나 휴일 근무 등을 통해 월급 외에 10∼20만원 정도를 더 벌 수 있는 공단 취업을 원하지만 팜안틈은 농업 분야를 선택했다.
팜안틈은 베트남에서 부모님이 과일가게를 하기 때문에 농업에 더 관심이 많다.
그는 처음 장성 파프리카 농장에 도착했을 때, 의사 소통이 거의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했다.
그가 성실하게 일하는 것을 지켜본 고동희(49) 팜피아영농조합 관리이사는 외국인 노동자 1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마음먹었고, 이왕이면 이국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팜안틈의 고향 사람을 쓰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합류한 사람이 팜안틈의 같은 동네 사는 한 살 어린 리홍푸다.
팜안틈이나 리홍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신발공장을 비롯한 다양한 공장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 데다 고용도 불안했다.
팜안틈의 월급은 대략 90만원이고 식사비로 나오는 20만원을 포함하면 총 수입은 110만원이다.
점심은 회사에서 주고, 아침·저녁은 리홍푸와 함께 기숙사에서 직접 해결한다. 유리 온실 옆에 위치한 기숙사에는 에어컨과 난방장치, 취사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어 생활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그들은 매일 완숙된 파프리카를 따서 품질별로 선별하는 등 한국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한다.
월급을 벌어 어디에 쓰느냐는 질문에 팜안틈은 여동생 자랑부터 늘어놓는다.
자신은 고등학교만을 졸업했지만 여동생은 베트남의 명문대에 속하는 하노이대학 외국어대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장남인 그가 고국에 보낸 돈은 여동생 학비와 과일가게를 하는 부모님 장사 밑천으로 쓰인다.
“한국은 겨울이 추운 점만 빼면 힘든 점이 하나도 없어요. 호치민 신발공장에서 일하던 때보다 10배 이상 벌기 때문에 동생 대학도 보내고 부모님도 도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고향으로 돌아가면 여기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예요”
리홍푸도 아버지가 군대 전역 후 집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월급을 모두 집으로 보내고 있다.
그의 희망은 우선 가족들이 풍족하게 사는 것이지만 여유가 생기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하루하루를 살기가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이 한국보다 훨씬 많아요.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가능하다면 돈을 많이 벌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고동희 관리이사는 별다른 불평 없이 일 잘하는 팜안틈과 리홍푸가 고맙기만 하다.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주부 인력을 쓰는 데, 이들의 일당은 하루 3만5천원선이다. 일당이 외국인 노동자보다 월등하게 많지는 않지만 주부 인력은 장기간 활용이 어려고 이직이 많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용돈은 단 한푼도 쓰지 않는 이들이지만 가족과 여자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매일 국제전화를 한다고 한다. 한 달에 쓰는 전화요금은 팜안틈이 10만원, 리홍푸는 5만원 정도라고 한다.
특히 팜안틈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메일로 베트남의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미니 홈피에는 자신의 한국 생활과 사진, 장나라와 비 등 한국 연예인 사진을 수시로 올린다.
우리가 보기에 그들의 하루는 다람쥐 쳇바퀴 같지만 그들은 사고없이 한국에서 계속해서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
유리온실에서 파프리카를 따며 내일을 꿈꾸는 베트남 젊은이들을 찾았다.
이제는 하남산단이나 평동산단 같은 산업단지가 아닌 전남지역 농촌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를 쉽게 볼 수 있다. 농촌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3D 업종이 아니더라도 인력이 부족하기는 농업 분야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장성군 남면 분향리에 자리잡은 팜피아영농조합 유리온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팜안틈(22)과 리홍푸(21)를 만났다.
한국에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한국말이 아주 서투른 그들은 2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한-베트남 사전을 뒤적이며 답변에 정성을 보였다.
광주지역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많아 비교적 활발하기 때문에 한국인과의 접촉도 빈번해 한국어 솜씨도 상당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농촌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바깥 활동이 적어 한국어로 의사 소통을 하기가 쉽지 않다.
베트남 중부지방 하딘 출신인 팜안틈이 장성에 온 것은 지난 해 10월이다.
대부분의 베트남 노동자들은 힘들기는 하지만 잔업이나 휴일 근무 등을 통해 월급 외에 10∼20만원 정도를 더 벌 수 있는 공단 취업을 원하지만 팜안틈은 농업 분야를 선택했다.
팜안틈은 베트남에서 부모님이 과일가게를 하기 때문에 농업에 더 관심이 많다.
그는 처음 장성 파프리카 농장에 도착했을 때, 의사 소통이 거의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했다.
그가 성실하게 일하는 것을 지켜본 고동희(49) 팜피아영농조합 관리이사는 외국인 노동자 1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마음먹었고, 이왕이면 이국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팜안틈의 고향 사람을 쓰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합류한 사람이 팜안틈의 같은 동네 사는 한 살 어린 리홍푸다.
팜안틈이나 리홍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신발공장을 비롯한 다양한 공장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 데다 고용도 불안했다.
팜안틈의 월급은 대략 90만원이고 식사비로 나오는 20만원을 포함하면 총 수입은 110만원이다.
점심은 회사에서 주고, 아침·저녁은 리홍푸와 함께 기숙사에서 직접 해결한다. 유리 온실 옆에 위치한 기숙사에는 에어컨과 난방장치, 취사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어 생활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그들은 매일 완숙된 파프리카를 따서 품질별로 선별하는 등 한국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한다.
월급을 벌어 어디에 쓰느냐는 질문에 팜안틈은 여동생 자랑부터 늘어놓는다.
자신은 고등학교만을 졸업했지만 여동생은 베트남의 명문대에 속하는 하노이대학 외국어대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장남인 그가 고국에 보낸 돈은 여동생 학비와 과일가게를 하는 부모님 장사 밑천으로 쓰인다.
“한국은 겨울이 추운 점만 빼면 힘든 점이 하나도 없어요. 호치민 신발공장에서 일하던 때보다 10배 이상 벌기 때문에 동생 대학도 보내고 부모님도 도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고향으로 돌아가면 여기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예요”
리홍푸도 아버지가 군대 전역 후 집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월급을 모두 집으로 보내고 있다.
그의 희망은 우선 가족들이 풍족하게 사는 것이지만 여유가 생기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하루하루를 살기가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이 한국보다 훨씬 많아요.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가능하다면 돈을 많이 벌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고동희 관리이사는 별다른 불평 없이 일 잘하는 팜안틈과 리홍푸가 고맙기만 하다.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주부 인력을 쓰는 데, 이들의 일당은 하루 3만5천원선이다. 일당이 외국인 노동자보다 월등하게 많지는 않지만 주부 인력은 장기간 활용이 어려고 이직이 많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용돈은 단 한푼도 쓰지 않는 이들이지만 가족과 여자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매일 국제전화를 한다고 한다. 한 달에 쓰는 전화요금은 팜안틈이 10만원, 리홍푸는 5만원 정도라고 한다.
특히 팜안틈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메일로 베트남의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미니 홈피에는 자신의 한국 생활과 사진, 장나라와 비 등 한국 연예인 사진을 수시로 올린다.
우리가 보기에 그들의 하루는 다람쥐 쳇바퀴 같지만 그들은 사고없이 한국에서 계속해서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