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한국은 또 하나의 고향] ⑨ 금형공장서 일하는 베트남인 반즈·반긍 씨
2008년 10월 12일(일) 19:22 가가
“힘든 일도 아닌데 일할 사람 없다는 게 이해 안가”
“베트남에선 밤 11시까지 일해도 한 달에 5∼6만원 벌기가 힘들어요. 한국에서 꾹 참고 돈 벌어 내 가게를 갖는 게 꿈입니다”
극심한 취업난과 저임금으로 대책이 없는 자국을 떠나 한국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베트남 노동자를 만났다.
이들이 자국에서 받는 월 급여는 평균 6만원 선, 한국에서 일할 경우 열 배에 달하는 70∼80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한국행을 택한 것이다.
선진 기술을 배우겠다거나 이 같은 기술을 베트남에서 활용하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 아니다. 자국에서 피할 수 없는 가난과 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구세주’로 한국을 택한 것이다.
한국의 3D업종을 택한 베트남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솔직히 한국의 기술이라기 보다는 ‘돈’이다. 한국에서 기술을 배워도 아직은 베트남에서 써먹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한국에 있는 동안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은 뒤, 귀국해서 그럴싸한 내 일을 하는 것이 희망이다.
두고 온 가족과 집이 그리워도 꼬박꼬박 늘어나는 저금에 한국이 고맙고 일이 즐겁기만 한 그들이다.
광주시 광산구 평동산단 내 천복금형(대표 김순곤). 마이 반즈(28)와 마이 반긍(22)은 20명의 직원들 속에서 연삭기로 금형부품을 다듬느라 여념이 없었다.
반즈는 어머니가 아픈데다 베트남의 상당수 가장들이 그러하듯이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아버지, 여기에 대학에 다니는 남동생 때문에 머나먼 이국땅을 밟았다. 자신은 대학을 가지 못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명문대에 속하는 하노이 대학 경제학과를 다니는 동생이 자랑스럽기만 한 그다. 월급을 타면 전액 집으로 보내는 이유가 여기 있다. 동생만이라도 대학을 졸업시켜 번듯한 직장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저는 대학을 못 다녔지만 동생은 꼭 졸업해 성공할 수 있도록 돈을 벌고 싶어요. 어머니 병원비도 필요하고, 가족 생활비도 대야 해요. 한국에 머물 수 있는 3년 동안 저축을 많이 해서 가게도 차리고 싶어요”
반즈의 최종 목표는 하노이에 옷가게를 차리는 것이다. 옷가게 하나면 온 가족이 먹고 살기에 충분하고, 결혼하는 것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 대도시에서 옷가게 하나를 여느 데는 약 2천만원이 필요하다. 3년 동안 2천만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인 반즈는 월급을 타도 용돈을 단 한푼도 쓰지 않는 짠돌이다.
마이 반긍은 베트남의 어촌에서 아버지와 함께 낚시어업을 하다 한국에 왔다. 반긍의 소원은 고향에 잡화점을 내는 것이다. 가게가 별로 없는 시골에 잡화점을 내면 분명 장사가 잘 되리라는 생각에서다. 반긍도 월급을 모두 집에 보낸다. 아버지가 낚시를 하지만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고, 고등학교 다니는 여동생 학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긍은 한국에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기쁨이 생겼다. 베트남에 있는 여자 친구에게 한국의 옷이나 액세서리를 선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다. 매일 전화를 하고 싶지만 비싼 국제통화 요금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밖에 통화를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반즈와 반긍이 공장에서 하는 일은 금형 기초 가공이나 금형 부품 분해·조립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다. 또 공구 정리와 정돈, 주변 청소도 그들의 몫이다.
김순곤 천복금형 대표는 “올해 어떤 투자나 계약 보다는 잘한 일이 베트남 노동자를 채용한 일”이라면서 “반즈와 반긍이 하는 일이 단순 업무에 가깝지만 한국 사람이 할 경우 최소 150만원의 월급을 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절반 가량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성실해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금형이 3D업종이라 실습 온 공대생 중 대다수가 2주 교육을 못 채우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한 두 달 일한 뒤 월급만 타면 그만두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라면서 “우리가 꺼리고 하지 않는 일을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체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반즈와 반긍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추석에는 특별 보너스를 제공했고, 시간이 날 때는 충장로 등 도심에 나가 티셔츠 등을 사주기도 한다. 일요일에는 자신의 집에 데려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반즈와 반긍은 일요일이 되면 광산구 가나안 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이 곳에서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배운다.
특히 반즈는 평동산단에서 일하는 12명의 베트남 동료와 함께 평동산단 2번 도로 공원에서 작은 공연을 한다. 악기는 모두 가나안교회에서 빌려 1∼2시간 가량 베트남 노래를 연주하면 공단에서 일하는 캄보디아나 방글라데시 등 다른 나라 노동자들이 몰려와 함께 즐긴다.
반즈와 반긍은 편하게 대해주는 사장님도, 직원들도 모두 고맙지만 무엇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한국이 베트남 보다 훨씬 잘사는 나라라는 것은 알지만, 자신들이 보기엔 별로 힘들지도 않는 일을 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게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
극심한 취업난과 저임금으로 대책이 없는 자국을 떠나 한국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베트남 노동자를 만났다.
이들이 자국에서 받는 월 급여는 평균 6만원 선, 한국에서 일할 경우 열 배에 달하는 70∼80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한국행을 택한 것이다.
선진 기술을 배우겠다거나 이 같은 기술을 베트남에서 활용하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 아니다. 자국에서 피할 수 없는 가난과 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구세주’로 한국을 택한 것이다.
한국의 3D업종을 택한 베트남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솔직히 한국의 기술이라기 보다는 ‘돈’이다. 한국에서 기술을 배워도 아직은 베트남에서 써먹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한국에 있는 동안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은 뒤, 귀국해서 그럴싸한 내 일을 하는 것이 희망이다.
두고 온 가족과 집이 그리워도 꼬박꼬박 늘어나는 저금에 한국이 고맙고 일이 즐겁기만 한 그들이다.
광주시 광산구 평동산단 내 천복금형(대표 김순곤). 마이 반즈(28)와 마이 반긍(22)은 20명의 직원들 속에서 연삭기로 금형부품을 다듬느라 여념이 없었다.
반즈는 어머니가 아픈데다 베트남의 상당수 가장들이 그러하듯이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아버지, 여기에 대학에 다니는 남동생 때문에 머나먼 이국땅을 밟았다. 자신은 대학을 가지 못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명문대에 속하는 하노이 대학 경제학과를 다니는 동생이 자랑스럽기만 한 그다. 월급을 타면 전액 집으로 보내는 이유가 여기 있다. 동생만이라도 대학을 졸업시켜 번듯한 직장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저는 대학을 못 다녔지만 동생은 꼭 졸업해 성공할 수 있도록 돈을 벌고 싶어요. 어머니 병원비도 필요하고, 가족 생활비도 대야 해요. 한국에 머물 수 있는 3년 동안 저축을 많이 해서 가게도 차리고 싶어요”
반즈의 최종 목표는 하노이에 옷가게를 차리는 것이다. 옷가게 하나면 온 가족이 먹고 살기에 충분하고, 결혼하는 것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 대도시에서 옷가게 하나를 여느 데는 약 2천만원이 필요하다. 3년 동안 2천만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인 반즈는 월급을 타도 용돈을 단 한푼도 쓰지 않는 짠돌이다.
마이 반긍은 베트남의 어촌에서 아버지와 함께 낚시어업을 하다 한국에 왔다. 반긍의 소원은 고향에 잡화점을 내는 것이다. 가게가 별로 없는 시골에 잡화점을 내면 분명 장사가 잘 되리라는 생각에서다. 반긍도 월급을 모두 집에 보낸다. 아버지가 낚시를 하지만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고, 고등학교 다니는 여동생 학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긍은 한국에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기쁨이 생겼다. 베트남에 있는 여자 친구에게 한국의 옷이나 액세서리를 선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다. 매일 전화를 하고 싶지만 비싼 국제통화 요금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밖에 통화를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반즈와 반긍이 공장에서 하는 일은 금형 기초 가공이나 금형 부품 분해·조립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다. 또 공구 정리와 정돈, 주변 청소도 그들의 몫이다.
김순곤 천복금형 대표는 “올해 어떤 투자나 계약 보다는 잘한 일이 베트남 노동자를 채용한 일”이라면서 “반즈와 반긍이 하는 일이 단순 업무에 가깝지만 한국 사람이 할 경우 최소 150만원의 월급을 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절반 가량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성실해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금형이 3D업종이라 실습 온 공대생 중 대다수가 2주 교육을 못 채우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한 두 달 일한 뒤 월급만 타면 그만두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라면서 “우리가 꺼리고 하지 않는 일을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체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반즈와 반긍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추석에는 특별 보너스를 제공했고, 시간이 날 때는 충장로 등 도심에 나가 티셔츠 등을 사주기도 한다. 일요일에는 자신의 집에 데려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반즈와 반긍은 일요일이 되면 광산구 가나안 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이 곳에서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배운다.
특히 반즈는 평동산단에서 일하는 12명의 베트남 동료와 함께 평동산단 2번 도로 공원에서 작은 공연을 한다. 악기는 모두 가나안교회에서 빌려 1∼2시간 가량 베트남 노래를 연주하면 공단에서 일하는 캄보디아나 방글라데시 등 다른 나라 노동자들이 몰려와 함께 즐긴다.
반즈와 반긍은 편하게 대해주는 사장님도, 직원들도 모두 고맙지만 무엇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한국이 베트남 보다 훨씬 잘사는 나라라는 것은 알지만, 자신들이 보기엔 별로 힘들지도 않는 일을 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게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