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피부색과 국적은 달라도 오직 돈을 벌어 성공하겠다는 목적은 똑같다.
동병상련의 처지인지라 같은 나라 사람들은 물론 다른 나라 노동자들끼리도 비교적 잘 어울리는 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차 늘면서 대형 할인점이나 금남지하상가, 양동시장 등에서 삼삼오오 어울려 쇼핑을 하는 모습이 이제 낯설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번 적은 영원한 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돈 벌러 외국까지 온 처량한(?)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앙숙 관계는 있다. 이 같은 앙숙 관계를 잘 모르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다가 낭패를 당한 고용주들도 꽤 있다.
지금은 통일이 됐지만 아직도 남북 간에 화합이 이뤄지지 않은 베트남의 노동자들은 남쪽 출신과 북쪽 출신의 대립이 확연하다.
평동산단에서 옛 베트콩의 하노이 출신 노동자와 옛 베트남의 호치민 출신 노동자가 만나면 서로 강한 적대감을 보인다는 게 한국 고용주들의 말이다.
이들이 아직도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짙어 수시로 충돌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집단 싸움은 물론 칼부림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을 아는 고용주들은 베트남 노동자를 2명 이상 받을 경우, 남측이나 북측 어느 한 곳의 출신들만을 선택한다.
태국과 캄보디아 노동자들도 베트남 정도는 아닐지라도 상당히 사이가 안 좋기 때문에 주의 대상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과 현재 양국의 경제 발전 격차가 작용하고 있다.
15C경 태국이 캄보디아 침공시 한동안 앙코르와트를 점령한 적이 있었고, 그 이후에도 태국과 캄보디아는 상당 기간 적대 관계였다. 이 역사적 사실을 갖고 태국이 심심하면 앙코르와트가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기 때문에 캄보디아 국민은 태국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데 반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한국에 온 태국 노동자들의 수가 캄보디아인들에 비해 수배 이상 많을 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발전 정도에 있어서도 태국이 앞서기 때문에 은연중에 태국 노동자들은 캄보디아 노동자들을 깔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광주 평동공단에서 외국인 노동자 후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복주 목사는 “베트남 노동자들은 지금도 남측 출신과 북측 출신이 서로 사실상 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수시로 싸우는 경우가 많다”면서 “될 수 있으면 같은 지역 출신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이 현명하고, 불가피할 경우에는 기숙사라도 서로 다른 곳으로 배치해 불상사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