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의 한국 의료기술을 열심히 배워서 고국의 척추질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가족들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조선대학교병원 신경외과에서 3년 반째 연수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리국천(34·중국)씨에게 힘든 타국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은 바로 고국의 환자들과 가족들이다.
중국 길림성 연길시가 고향인 리씨는 연길시립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로 근무하던 2005년 3월, 협력병원이던 조선대병원의 연수기회를 얻어 한국을 찾았다.
증조할아버지 고향 찾아 공부 ‘영광’
그가 근무하던 연길시립병원은 400병상 규모로 연길시에서는 두 번째로 큰 병원이지만 의료장비나 기술이 낙후되어있는 만큼 한국 연수는 개인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연길시는 인구 40만명의 소도시지만 조선족이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정서가 강한 곳인데다 조선족 4세로 유창한 한국어 회화능력을 가진 리씨에게 한국은 제 2의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리씨는 증조 할아버지의 고향인 한국을 찾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다.
하지만 한국행이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다. 의료기술 습득이 가장 큰 목적인 연수의사는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처럼 높은 임금을 받으며 일할 수 없다. 병원 측이 숙식제공 등 지원을 해주고 교수님들이 가끔 용돈을 챙겨주는 덕분에 리씨는 부족함 없이 연수를 받고 있지만 가족들의 생계까지 책임져 줄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유학생활 고생하는 후배들 챙기는 맏형
고향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아내가 7살 난 아들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주지 않았더라면, 연수는 꿈도 못 꿨을 것이다.
리씨는 연수를 통해 ‘의사’라는 직업의 양국 인식차이를 느꼈다. 한국에서 의사는 최고의 교육과정을 거쳐야하고, 높은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선망의 직업인 반면 중국에서는 공무원 월급 정도를 받는 중산층 직업군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전에는 나이가 들면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 알고 참아왔던 관절염과 척추질환 등 퇴행성 질환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인턴과정을 마치고 전공을 택하는 중국의 의사들이 기존에 인기를 끌던 외과와 내과 대신 한국처럼 안과와 신경외과, 피부과 등을 많이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리씨가 배우고 있는 척추질환 분야는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요추전방전위증(척추관절이 어긋나 아래 뼈 앞으로 밀려나오는 증세)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리씨는 신 호, 김석원 교수 등 척추질환 치료 권위자들의 수술을 일주일에 4∼5차례 참관하며 의료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한국 전공의들처럼 현장실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의사면허가 한국에서는 통용되지 않기 때문에 의료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연수과정 하나하나가 만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힘들고, 가족들도 보고 싶지만 다행히 조선대로 유학을 온 후배들이 많아서 고향의 향수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리씨는 후배들을 모아 축구를 즐기기도 하고, 이제 막 유학생활을 시작한 후배들의 고충을 상담해주는 맏형 노릇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척추질환 환자들에 도움 주고 파
내년이면 연수과정이 끝나는 리씨는 “한국의 고급 의료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조선대병원 측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고국에 돌아가면 한국에서 배운 의료기술을 십분 활용해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온 척추질환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현주기자 a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