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코끼리와 함께 지내면서 한국인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서 좋아요.”
광주 우치동물원의 새 식구인 코끼리를 돌보고 있는 조련사 캄텐(23·라오스)씨는 천직인 코끼리 조련을 통해 광주 사람들을 만나는 보람을 이렇게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인 캄텐씨는 행복한 사람이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 새로운 일에 종사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특기를 살리고 있다. 우치 동물원에는 이처럼 3마리 코끼리와 함께 일하는 4명의 조련사들이 있다. 오왓(35·태국), 캄나(27·라오스) 등 모두 4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들이다.
캄텐씨를 비롯한 조련사들은 모두 중학교를 졸업한 뒤 코끼리와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 자국의 코끼리 전문학교를 마친 전문가들이다.
캄텐씨는 비교적 나이가 어리지만 한국생활에 관한한 고참이다. 그런 그가 낯선땅 한국에 온 것은 오직 코끼리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집에서 기르던 새끼 코끼리가 한국의 한 업체에게 팔렸다. 라오스에서 코끼리는 우리나라의 소 처럼 집에서 기르는 가축이다. 다만 코끼리는 비교적 부유한 집에서 기를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우치동물원의 조련사들은 모두 코끼리와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다.
자신이 돌봐오던 새끼 코끼리를 애면글면 잊지 못하던 그는 무작정 한국행을 자원, 6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타국 생활이 힘들었지만 그를 지탱해준 것은 사랑하는 코끼리였다. 보람있을 때는 물론이고 슬플 때도 코끼리와 속 마음을 나누면서 지냈다. 6년 동안 한국에서 산전수전 겪은 그는 자신을 고용한 ‘코끼리 월드’에서 번 돈으로 라오스에 집을 마련하고 동생들을 공부시키는 등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타고난 성실성과 노력으로 회사 경영진에게 인정받은 탓에 지난 2007년 라오스에 있던 형 캄폰(29)을 불러올 수 있었다. 현재 캄폰과 캄텐 형제는 우치동물원에서 함께 지내면서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우치동물원 코끼리 조련사들의 하루는 종일 코끼리와 함께 하는 것이다. 이들이 돌봐야 하는 코끼리는 짠디(20), 통쿤(35), 캄피온(12). 조련사들은 코끼리 타기 체험서비스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하는 게 본업 가운데 하나다.
오전 9시께 코끼리 사육사로 출근하는 이들이 맨처음하는 일은 코끼리의 컨디션을 살피는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코끼리와 함께 자란 이들은 사소한 몸짓 하나 만으로도 몸이 아픈지, 배가 고픈 지 등 코끼리의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조련사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문은 코끼리 사료. 이들은 건초보다는 생초를 좋아하는 코끼리를 위해 거의 매일 생초를 베기 위해 낫을 들고 우치동물원 뒷산 등을 헤맨다.
코끼리를 목욕시키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코끼리 냄새가 관람객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조련사들은 농구, 그림 그리기, 훌라후프 돌리기 등 기본 훈련을 시킨다.
이들이 가장 보람있을 때는 코끼리 공연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을 때. 그러나 현재 공연을 위한 무대가 설치돼 있지 않아 많은 관객들에게 코끼리의 모든 것을 보여줄 없어 안타깝다고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현재 코끼리 타기 서비스 만을 제공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우치동물원측과 협의를 거쳐 자그마한 무대를 설치, 본격적인 코끼리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코끼리 월드 정경영 이사는 “캄텐을 비롯한 모든 조련사들을 보면서 직원이라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 하는 장인들을 보는 것 같다”며 “코끼리를 보면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숨은 노력을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