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한국은 또 하나의 고향] ③ 지하철역서 공연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2008년 07월 27일(일) 18:39 가가
다함께 ‘차별 없는 세상’ 노래 불러요
지난 26일 오후 광주지하철 평동역에서는 승객들의 눈길을 끄는 이색 공연이 열렸다. 피부색이 검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타악기 리듬에 맞춰 부르는 노래와 춤은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만다라(26)와 가야(30) 등 6명의 외국인 노동자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박수와 봉고 리듬에 맞춘 게 고작이어서 화려하지도 감미롭지도 않았지만 보는 이들에겐 색다른 감동을 주었다.
이날 공연은 (사)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와 광주 광산구가 ‘외국인 근로자 만남의 장’이라는 이름으로 마련한 행사의 첫 무대를 장식했다.
그들은 이날 10분도 채 못 되는 공연을 위해 지난 2개월간 매일 공연 연습을 했다.
노래와 춤 색다른 감동 선사
광주시 광산구 평동공단의 금형회사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퇴근 후면 곧바로 기숙사에 모여서 연습을 했다.
6명 중 4명은 야간 근무고, 2명은 주간 근무여서 전원이 모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사람이 모이는 대로 연습을 했다. 4명이 연습할 때도 있었고, 한 사람이라도 아프면 2명이라도 연습을 했다. 딱히 어려운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노래를 위해 화음을 맞추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고향에서 평소 부르던 민속노래를 6명이 함께 부르는 것이 전부다. 합창에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연습을 한다고 사람들을 놀라게 할 특별한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들이 진정으로 들려주고 싶은 것은 스리랑카의 노래라기 보다는 자신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지하철역에서 공연을 하면 이를 본 광주 사람들이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친하게 대해주지 않을 까 하는 조그만 희망에서다.
기숙사에서 공연 연습에 여념이 없던 이들의 한결 같은 바람은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편하게 해달라는 것도 아닌 그저 똑같은 사람으로 봐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이들은 피부색이 검기 때문에 시내에 나가도 마주치는 행인들이 피하기 일쑤고 직장 동료도 베트남이나 중국인 노동자들을 대할 때와 달리 불친절하다고 서운함을 표시한다.
스리랑카에서 광주에 온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이다.
자국에서는 대졸자들의 월급이 10만원 정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취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고학력자들은 한국 등 외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잔업과 야간수당을 포함하면 120만원에서 150만원에 이른다. 한 달 월급이 자국에서의 연봉과 비슷한 액수다.
수갓(28)은 긍정적인 성격 탓인지 광주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고 한다. 지난 2005년 쓰나미로 인해 집이 쓸려 갔지만 1년 반 동안 광주에서 번 돈으로 지금 고향에 집을 짓고 있다. 부모님이 늙으셔서 전혀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번 돈으로 동생 2명의 학비까지 대고 있다. 곧 집도 마련되고, 동생들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하다.
쓰나미 사태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가야(30)는 어머니와 누나, 동생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일자리를 준 광주사람들이 고맙기는 하지만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아무리 일을 잘해도 인정해주지 않는 점은 서 운하기 그지 없다.
피부색 다르다고 편견 갖지 않았으면 …
“한국말을 잘 못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는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우리도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차분히 정성껏 가르쳐주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어요. 외국인이니까 그것도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후진국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들은 자신들의 피부가 태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 다른 국가 노동자 보다 검기 때문에 한국인이 이질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대부분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일에 대한 능력은 뒤지지 않는다며 좀 더 많은 고용을 해줄 것을 희망했다.
이들은 또 다음에 있을 공연을 위해 월요일부터 다시 연습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 만남의 장’은 26일 스리랑카 노동자 공연을 시작으로 격주로 토요일(또는 일요일)에 지하철 평동역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광주 지역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여성, 유학생이 모여 민속춤과 노래 등을 선보임으로써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기획됐다.
이 행사는 앞으로 타 지역 시·도 외국인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각국 민속품 벼룩시장, 의상전시회 등도 곁들여지는 특색있는 지역 행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
스리랑카에서 온 만다라(26)와 가야(30) 등 6명의 외국인 노동자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박수와 봉고 리듬에 맞춘 게 고작이어서 화려하지도 감미롭지도 않았지만 보는 이들에겐 색다른 감동을 주었다.
이날 공연은 (사)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와 광주 광산구가 ‘외국인 근로자 만남의 장’이라는 이름으로 마련한 행사의 첫 무대를 장식했다.
그들은 이날 10분도 채 못 되는 공연을 위해 지난 2개월간 매일 공연 연습을 했다.
노래와 춤 색다른 감동 선사
광주시 광산구 평동공단의 금형회사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퇴근 후면 곧바로 기숙사에 모여서 연습을 했다.
6명 중 4명은 야간 근무고, 2명은 주간 근무여서 전원이 모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사람이 모이는 대로 연습을 했다. 4명이 연습할 때도 있었고, 한 사람이라도 아프면 2명이라도 연습을 했다. 딱히 어려운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노래를 위해 화음을 맞추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고향에서 평소 부르던 민속노래를 6명이 함께 부르는 것이 전부다. 합창에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연습을 한다고 사람들을 놀라게 할 특별한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들이 진정으로 들려주고 싶은 것은 스리랑카의 노래라기 보다는 자신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지하철역에서 공연을 하면 이를 본 광주 사람들이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친하게 대해주지 않을 까 하는 조그만 희망에서다.
기숙사에서 공연 연습에 여념이 없던 이들의 한결 같은 바람은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편하게 해달라는 것도 아닌 그저 똑같은 사람으로 봐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이들은 피부색이 검기 때문에 시내에 나가도 마주치는 행인들이 피하기 일쑤고 직장 동료도 베트남이나 중국인 노동자들을 대할 때와 달리 불친절하다고 서운함을 표시한다.
스리랑카에서 광주에 온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이다.
자국에서는 대졸자들의 월급이 10만원 정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취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고학력자들은 한국 등 외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잔업과 야간수당을 포함하면 120만원에서 150만원에 이른다. 한 달 월급이 자국에서의 연봉과 비슷한 액수다.
수갓(28)은 긍정적인 성격 탓인지 광주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고 한다. 지난 2005년 쓰나미로 인해 집이 쓸려 갔지만 1년 반 동안 광주에서 번 돈으로 지금 고향에 집을 짓고 있다. 부모님이 늙으셔서 전혀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번 돈으로 동생 2명의 학비까지 대고 있다. 곧 집도 마련되고, 동생들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하다.
쓰나미 사태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가야(30)는 어머니와 누나, 동생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일자리를 준 광주사람들이 고맙기는 하지만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아무리 일을 잘해도 인정해주지 않는 점은 서 운하기 그지 없다.
피부색 다르다고 편견 갖지 않았으면 …
“한국말을 잘 못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는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우리도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차분히 정성껏 가르쳐주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어요. 외국인이니까 그것도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후진국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들은 자신들의 피부가 태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 다른 국가 노동자 보다 검기 때문에 한국인이 이질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대부분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일에 대한 능력은 뒤지지 않는다며 좀 더 많은 고용을 해줄 것을 희망했다.
이들은 또 다음에 있을 공연을 위해 월요일부터 다시 연습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 만남의 장’은 26일 스리랑카 노동자 공연을 시작으로 격주로 토요일(또는 일요일)에 지하철 평동역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광주 지역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여성, 유학생이 모여 민속춤과 노래 등을 선보임으로써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기획됐다.
이 행사는 앞으로 타 지역 시·도 외국인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각국 민속품 벼룩시장, 의상전시회 등도 곁들여지는 특색있는 지역 행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