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한국은 또 하나의 고향] ① ‘외국인 노동자 대모’ 고려인 3세 신조야씨
2008년 07월 13일(일) 18:26 가가
“어려움 처한 그들 도울수 있어 한국생활 행복해요”
“서툰 한국말이지만 한국 생활에 힘들게 적응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3세 신조야(여·53)씨는 지난 2002년 가족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한국을 찾은 뒤 도움의 손길을 목말라 했던 자신과 같은 처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다는 데 만족해 했다.
그는 광주 하남 산단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모’로 통한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는 물론 러시아 출신 노동자들의 통역과 취업 알선까지 도맡고 있다.
신조야씨의 일터는 광주 첨단 지구에 있는 한 식당. 본업과는 무관하게 자원봉사나 다름없는 통역일 때문에 그는 휴대전화 배터리 1개로 하루를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담 전화 때문이다.
한국에서 도움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한 러시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에게 밤 낮 없이 임금체불, 생활고, 병원 문제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을 상의해 온다.
통역은 다자간 통화 방식이다. 먼저, 신조야씨가 전화를 걸어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애로사항을 전해듣고 즉석에서 그를 고용한 한국 업주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화가 걸려오는 장소는 병원, 약국, 일터, 편의점, 시내버스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화만 걸려오는 게 아니다. 그를 고용한 업주들도 애로사항을 상의하기 위해 신조야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기도 한다.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간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새벽에 집을 나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병원에 갈 처지가 못되는 외국인들에게 약을 지어주기 위해 문턱이 닳도록 동네 약국을 찾다보니 “밥이 아니라 약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사람이 아플 때 같이 외롭고 서글플 때가 없습니다. 한 두 사람에게 도움을 주다 보니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화 때문에 맘놓고 일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화가 오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입니다.”
한국 생활 7년차인 그의 또 다른 보람은 취업알선. 4년여 동안 하남 산단에서 일한 탓에 러시아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웬만한 업체 사장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이 때문에 러시아인들의 고용을 원하는 업주들이 연락을 해오거나, 취업을 원하는 노동자들이 있을 경우 고용과 취업을 알선해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신조야씨의 도움을 얻어 일자리를 얻은 러시아 외국인 노동자들은 20여명을 헤아린다.
한국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이지만 그도 한국 생활에 눈물겹게 적응한 한 외국인이다. 할아버지가 1900년대 초 러시아 이주민인 탓에 사실상 고려인 3세지만 한국에 첫발을 들였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밖에 없었다.
여성이라는 한계와 때문에 직장을 얻는 것도 힘들었다. 그는 ‘선입견을 갖지 말고 우선 한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결정해달라’는 말로 업주를 설득, 무려 한달간 무보수로 일한 뒤 일자리를 얻기도 했다.
임금 체불과 고된 노동은 그에게 가장 큰 좌절이었다. 지금까지 10여차례 직장을 전전하는 동안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급료를 떼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함평의 정화조 공장에서 무거운 제품을 운반하다 허리 디스크와 관절염을 얻어 1년 동안 힘들게 모은 수백만원을 치료비로 써야 했던 눈물겨운 시절도 있었다.
이때 외국인 근로자 문화센터에서 외국인들을 돕고 있는 이천영(50) 목사를 만났다. 이 목사를 만나 직장을 얻고 삶의 용기를 충전한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외국인을 돕고 살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탈북자인 남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신조야씨는 자신보다 3살 아래인 남편과 러시아에서 10여년 전에 첫 인연을 맺은 뒤 한국에서 사랑을 꽃피웠다. 벌목공으로 러시아에서 일했던 남편은 근무 기간이 종료된 후 북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년 동안 도피생활을 전전하다 몇년전 제3국을 통해 한국에 발을 들였다.
광주에서 해후한 그들은 서로 의지하며 지내다 결국 새삶을 꾸리기로 했다고 한다. 너무 늦은 나이지만 남은 기간만이라도 동고동락하며 지내자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단칸방 신혼 생활도 마냥 행복하다는 그의 소박한 꿈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본격적으로 돕고 사는 것이다. 다만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남편이 몸이 아파 장기간 일을 쉬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
“외국인들을 지원하는 단체나 선교회에서 이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는 게 마지막 소원입니다. 또 하나 소원이 있다면 또 다른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 한국에서 생을 마치는 것입니다.”
/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
/사진=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3세 신조야(여·53)씨는 지난 2002년 가족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한국을 찾은 뒤 도움의 손길을 목말라 했던 자신과 같은 처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다는 데 만족해 했다.
그는 광주 하남 산단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모’로 통한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는 물론 러시아 출신 노동자들의 통역과 취업 알선까지 도맡고 있다.
신조야씨의 일터는 광주 첨단 지구에 있는 한 식당. 본업과는 무관하게 자원봉사나 다름없는 통역일 때문에 그는 휴대전화 배터리 1개로 하루를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담 전화 때문이다.
한국에서 도움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한 러시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에게 밤 낮 없이 임금체불, 생활고, 병원 문제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을 상의해 온다.
통역은 다자간 통화 방식이다. 먼저, 신조야씨가 전화를 걸어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애로사항을 전해듣고 즉석에서 그를 고용한 한국 업주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화가 걸려오는 장소는 병원, 약국, 일터, 편의점, 시내버스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화만 걸려오는 게 아니다. 그를 고용한 업주들도 애로사항을 상의하기 위해 신조야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기도 한다.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간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새벽에 집을 나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병원에 갈 처지가 못되는 외국인들에게 약을 지어주기 위해 문턱이 닳도록 동네 약국을 찾다보니 “밥이 아니라 약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사람이 아플 때 같이 외롭고 서글플 때가 없습니다. 한 두 사람에게 도움을 주다 보니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화 때문에 맘놓고 일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전화가 오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입니다.”
한국 생활 7년차인 그의 또 다른 보람은 취업알선. 4년여 동안 하남 산단에서 일한 탓에 러시아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웬만한 업체 사장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이 때문에 러시아인들의 고용을 원하는 업주들이 연락을 해오거나, 취업을 원하는 노동자들이 있을 경우 고용과 취업을 알선해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신조야씨의 도움을 얻어 일자리를 얻은 러시아 외국인 노동자들은 20여명을 헤아린다.
한국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이지만 그도 한국 생활에 눈물겹게 적응한 한 외국인이다. 할아버지가 1900년대 초 러시아 이주민인 탓에 사실상 고려인 3세지만 한국에 첫발을 들였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밖에 없었다.
여성이라는 한계와 때문에 직장을 얻는 것도 힘들었다. 그는 ‘선입견을 갖지 말고 우선 한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결정해달라’는 말로 업주를 설득, 무려 한달간 무보수로 일한 뒤 일자리를 얻기도 했다.
임금 체불과 고된 노동은 그에게 가장 큰 좌절이었다. 지금까지 10여차례 직장을 전전하는 동안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급료를 떼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함평의 정화조 공장에서 무거운 제품을 운반하다 허리 디스크와 관절염을 얻어 1년 동안 힘들게 모은 수백만원을 치료비로 써야 했던 눈물겨운 시절도 있었다.
이때 외국인 근로자 문화센터에서 외국인들을 돕고 있는 이천영(50) 목사를 만났다. 이 목사를 만나 직장을 얻고 삶의 용기를 충전한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외국인을 돕고 살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탈북자인 남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신조야씨는 자신보다 3살 아래인 남편과 러시아에서 10여년 전에 첫 인연을 맺은 뒤 한국에서 사랑을 꽃피웠다. 벌목공으로 러시아에서 일했던 남편은 근무 기간이 종료된 후 북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년 동안 도피생활을 전전하다 몇년전 제3국을 통해 한국에 발을 들였다.
광주에서 해후한 그들은 서로 의지하며 지내다 결국 새삶을 꾸리기로 했다고 한다. 너무 늦은 나이지만 남은 기간만이라도 동고동락하며 지내자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단칸방 신혼 생활도 마냥 행복하다는 그의 소박한 꿈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본격적으로 돕고 사는 것이다. 다만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남편이 몸이 아파 장기간 일을 쉬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
“외국인들을 지원하는 단체나 선교회에서 이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는 게 마지막 소원입니다. 또 하나 소원이 있다면 또 다른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 한국에서 생을 마치는 것입니다.”
/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
/사진=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