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한국행’이 결정돼 가슴이 설렙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서 반드시 ‘코리안 드림’의 주인공이 될 겁니다.”
최근 베트남 하떠이성에서 열린 해외취업센터의 ‘사전교육’ 현장. 이날 교육에선 ‘한국행’을 앞둔 47명의 예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화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모두 한국 사업주의 선택을 받은 노동자들로, 한결같이 ‘코리안 드림’에 부풀어 있었다. 열흘간의 ‘사전교육’을 마친 뒤 ‘E-9(비전문취업)’ 비자만 받으면 꿈에도 그리던 한국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친 이들로부터 한국 입국을 앞둔 베트남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들어봤다.
타이 응옌 출신의 딩 반부(22)씨는 “한국은 삼촌이 일한 나라여서 잘 알고 있다”며 “돈을 벌어서 부모님께 효도할 생각만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반부씨의 삼촌인 친(36)씨는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한국에서 일했다. 친씨는 도로포장 업체에서 악착같이 일한 결과 2006년 귀국 당시 4만5천달러(4천700만원)를 벌어왔다.
현재 친씨는 고향인 타이 응옌에서 양돈업을 하고 있다. 그가 키우는 돼지 200마리는 고향 일대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어서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반부씨는 “삼촌은 항상 한국 생활이 생각처럼 쉽지 만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이국생활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도 크지만 잘 해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베트남 공업대학교에서 전기를 전공한 만큼 한국에서도 전기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며 “최근 베트남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한국의 기술을 배워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3년이나 6년 뒤에 고향으로 돌아오면 전기설비회사를 차릴 계획”이라며 “회사를 키우기 위해선 여러 나라와의 사업이 필수적이어서 틈틈이 영어공부도 하고 있다”고 했다.
하노이 인근 푸터지역 출신인 옌하이 볜(26)씨는 “한국은 평소 그 어느 곳보다 좋아했던 나라”라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를 보면서 꼭 한국으로 가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볜씨는 올해로 6년째 한국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직장생활과 한국어 시험 등으로 인해 번번이 꿈이 좌절됐다.
결국 볜씨는 지난해 말 마음을 다잡았다. 당장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국에서 꼭 한 번은 일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뒤 찾은 곳은 하노이의 한국어 학원. 3개월간 친구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한국어 공부에 매달린 끝에 가까스로 시험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는 “3개월 동안 90달러(한화 9만4천원)나 주고 학원 수업을 받았지만 베트남 강사가 가르친 탓에 (한국)말을 배우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우여곡절 끝에 시험에 합격하고 한국 업주로부터 선택도 받게 돼 홀가분하다”고 했다.
그는 또 “그동안 ‘베트남 전문대학’에서 체육 강사를 했지만 한 달 월급이 60달러(한화 6만3천원)에 그쳤다”며 “전문학교를 다닐 때 학비를 내준 가족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노이서 60㎞ 떨어진 흥옌지역 출신의 붜티 마이(22·여)씨는 “선진 문화를 익히기 위해 늘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 꿈이었다”며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한국의 문화도 많이 배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이씨의 꿈은 고품질의 화장품을 베트남 여성들에게 파는 것이다. 한국 등에서 생산되는 화장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 속에서도 ‘한국행’을 택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마이씨는 “베트남 여성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한국 화장품을 선호한다”며 “좋은 화장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과 TV 속에서의 한국은 베트남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며 “비록 화장품 회사에서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면 만족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1남2녀 중 장녀여서 ‘한국행’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가 크다”며 “무엇보다 결혼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근심이 많지만 언젠간 이해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하노이=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