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이국땅에서 홀로 괴로워했을 남편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부디 남편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게 해달라고 알라신께 매일 기도할 뿐입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동부 ‘자와’지역에서 만난 꾸스다리니(31)씨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지난해 한국에서 숨진 남편을 생각하니 서러움과 슬픔이 북바쳐오른 것이다.
그녀의 남편인 스틱노(39)씨는 지난 2005년 6월 돈을 벌기 위해 한국땅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2년 뒤인 지난해 6월 싸늘한 주검으로 고향에 되돌아왔다. 자신이 일하던 경남의 한 공장숙소에서 잠을 자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꾸스다니리씨는 “남편이 죽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몇 번이나 묻고 또 물었는 데 사실이었다”며 “고향에서도 가장 건강했던 사람이어서 더욱 기가 막혔다”고 울먹였다.
꾸스다리니씨는 또 “남편이 지난해 초 비자 만료로 돌아왔을 때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며 “7살 난 딸의 학자금을 마련하겠다며 한국으로 간 남편의 뒷모습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그녀의 남편이 2년 전 ‘한국행’을 택한 것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남편은 한국으로 들어간 뒤 장난감 공장에서 하루 15시간씩 일을 했다. 오로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밤낮없이 일에만 매달렸다.
당시 남편이 한국으로 보낸 돈은 매달 500만루피아(한화 56만7천원). 이 돈은 인니 노동자 월급의 3배가 넘는 것이어서 가족들은 한 때 나마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남편은 돈을 많이 받는 달에는 600만∼700만루피아(한화 68만∼80만원)를 고향에 보내기도 했다. 이 때는 가족과 친척들에게도 돈을 나눠줄 만큼 미래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
꾸스다리니씨 “남편은 올해 한국으로 가면서 3∼4년만 더 고생해서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했다”며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물을 만큼 자상한 사람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남편의 유골을 받고서야 남편의 죽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꼬박 3개월간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한 채 물만 겨우 마실 수 있을 만큼 충격이 컸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또 남편의 사망보상금에 대해선 “남편의 죽음과 맞바꾼 돈은 필요 없다”며 “당시 1천500만루피아(한화 170만원)를 받았지만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않아 시댁식구들에게 모두 줬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녀는 “한국에 대한 원망은 없다”면서도 “다만 남편처럼 먼 이국땅에서 고생하다 죽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달라고 항상 알라신께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