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송출비리는 근절될 수 없다. 심지어 일부 관리들까지 브로커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할 만큼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정도가 심각하다.”
지난달 16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해외인력 송출 보호청(BNP2TKI)’은 해외 인력송출에 대한 업무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150여명의 직원들은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구직관련 서류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인니의 ‘송출 보호청’은 현지 노동자들을 한국 등 해외로 보내기 위한 각종 서류작업을 하는 곳으로, 구직신청서 접수 및 구직명부 작성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 인니는 해외 이주노동자들이 6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노동자들의 해외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최근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미 2만6천여명이 노동자들이 ‘한국행’을 택했다.
‘송출 보호청’ 신설 했지만 정부 관리 ‘뒷돈’ 요구 여전
인니 정부는 이주노동자 급증으로 인해 지난해 기존 ‘인력이주부’ 외에 ‘송출 보호청’을 신설했다. 해외로의 인력송출 과정에서 브로커의 개입을 막고 한국 등 송출 국가에 대한 원활한 인력 공급을 위해서다.
하지만 인니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송출비리는 여전하다. 허위 여권 및 비자발급은 물론이고, 구직명부 작성 등을 미끼로 ‘뒷돈’을 챙기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송출 보호청’의 운영 또한 기존 ‘인력이주부’의 담당 국장을 파견하는 등 제도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인니 정부 관계자들은 ‘노동자들은 불만이 없는 데 한국 정부가 필요 이상 관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고용허가제’가 기존 ‘산업연수생제’에 비해 현지 공무원들의 권한이 적다는 점에서 불만스런 표정도 역력하다. 고용허가제의 송출 시스템이 ‘정부대 정부’로 이뤄짐에 따라 현지 공무원들이 이권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든 탓이다.
구직명부 작성 등의 송출 기간이 타 송출국에 비해 길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인니 정부는 자국의 땅이 넓다는 등의 이유로 인력송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한국어시험 이후 신체검사나 명부작성 등의 과정에서도 현지 관리들의 ‘입김’이 여전한 상황이다. 명부에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에 따라 한국 업주들의 선택 등 입국시기 자체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브로커들과 유착 … 송출비용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비싸
실제 올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7명의 인니 노동자가 브로커에게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명부작성 등 송출시기 조정에 대한 것으로 910달러∼1천900달러(한화 95만∼198만원)를 줬다고 응답했다.
또 현재 인니 노동자의 공식 송출비용은 635달러지만 노동자들이 실제 한국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5∼10배의 돈을 쓰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인니 노동자의 한국입국을 위해 소요된 비용은 3천673달러(한화 383만원)에 달했다.
이는 공식 비용에 비해 5.8배나 높은 것으로, 필리핀(1천359달러·한화 141만원)의 3배 수준이다. 외국인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의 평균 소요비용도 2천633달러(한화 274만원)로 높게 나타났다.
아담(55) 인니 ‘송출 보호청’ 총국장은 “한국은 고용허가제 이후 근무 및 복지환경 등이 타 국가에 비해 월등하다”며 “브로커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과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홍보전단 배포 등을 통해 송출과정을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