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브로커에 대한 단속을 외면하는 등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정도가 심각하다. 노동자들 역시 한국으로 가겠다는 일념에 불법 브로커를 고용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2일 필리핀 마닐라의 해외취업청(POEA)에서는 ‘한국행’을 앞둔 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측의‘사전 교육’이 한창이었다. 이날 30여명의 현지 젊은이들은 한국 입국을 2∼4주 가량 앞두고 송출기관 직원의 설명을 듣는 데 여념이 없었다. <사진 위>
특히 이날 교육에서는 한국 체류시 보험이나 임금 등 근로자의 권익·인권보호장치에 대한 설명과 함께 브로커피해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필리핀 정부의 송출과정에 대한 개선이 더디게 진행됨에 따라 브로커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면접조사 결과 필리핀 노동자 가운데 54.6%가 대리인 등 중개인의 개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대리인 고용이 필요없다는 응답은 38.1%에 그쳐 필리핀인들은 여전히 한국 입국에 브로커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강사로 나선 이석진(57) 산업인력공단 필리핀 지사장은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에도 브로커에게 ‘뒷돈’을 주는 사례가 많다”며 “현재의 인력송출 과정상 브로커는 결코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장은 또 “그동안 한국 정부에선 브로커에 의한 입국 자제를 호소해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돈을 주면) ‘한국으로 빨리 보내주겠다’ 또는 ‘좋은 회사에 취업시켜 주겠다’는 등의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이 지사장은 “필리핀 정부가 브로커 단속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고용허가제 정착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노동자들 역시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가겠다는 일념에 한국행에 대한 정보나 서류접수 등에서부터 브로커를 고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닐라=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