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입니다. 한국행을 택하지 않았다면 평범한 시골 농부의 삶에 만족해야 했을 겁니다.”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하떠이성에는 ‘코리안드림’을 이룬 베트남 출신 노동자가 있다. 주인공은 태평양물산(주)의 공장장인 잔 반딘(38)씨.
반딘씨에게 있어 한국은 ‘약속의 땅’이다. 7년간의 한국 생활을 통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난 데다 아내까지 만났기 때문이다. 또 한국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의류봉제업체의 최고 책임자가 됐다.
공장 내에서 반딘씨는 ‘만물 박사’로 통한다. 1천300여명에 달하는 직원 운용은 물론, 한국어 번역 및 통역, 기계 관리 등을 도맡고 있다. 전량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되는 의류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것도 반딘씨의 몫이다.
반딘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베트남 현지 송출회사에 4천달러(한화 400만원)를 주고 무작정 한국으로 향했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권유에 의해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국생활의 현실은 냉혹했다. 경기도 시흥의 한 자동차부품업체에 취업했지만 당시 산업연수생의 기본급인 28만원으로는 생활비 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반딘씨는 생활이 어려워질수록 이를 악물었다.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결코 주저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입국 당시의 빚을 갚기 위해선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야 했다.
심지어 두 번째 직장인 전자부품 업체에서는 하루 17시간이 넘도록 근무하기도 했다. 주·야간 근무를 도맡다보니 기계 점검과 수리도 그의 업무가 됐다. 이렇게 1년 정도가 지나자 반딘씨가 기계수리업체보다 잘 고친다는 말을 듣게 됐다.
반딘씨는 “베트남에서 전기·전자전문학교를 졸업한 것이 한국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며 “비전문 노동자가 공장 기계를 고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근 회사들로부터 스카웃 제의가 잇따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딘씨의 근면함은 부인인 레킴 국(37)씨를 만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의 남다른 능력을 인정한 사업주가 당시 대구의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부인을 소개시켜준 것이다.
반딘씨는 “한국에서의 7년간은 돈과 행복을 모두 가져다준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그동안 저축한 돈과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 호치민과 하노이 중간지역에 봉제공장을 차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