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돼 행복합니다. 앞으로 3년간 더욱 열심히 일해서 가족들이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겁니다.”
베트남 하떠이성의 응옌 반홰(25)씨 집에서는 요즘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반홰씨가 최근 국내 사업주와의 재계약을 통해 한국에서 3년간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반홰씨는 지난 2005년 7월 비전문취업(E-9)비자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갔다. 이후 경기도의 제조업체 3곳에서 밤낮없이 일에 매달린 끝에 꿈에도 그리던 재계약에 성공했다.
반홰씨는 “장래의 꿈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린 것이 한국 재입국의 기회를 잡게된 것 같다”며 “고향 마을에 새 집을 짓고 정비소도 차리기 위해선 한국에서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홰씨의 한국생활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반홰씨는 한국입국 후 경기도 화성의 한 주물공장에 취업한 후 갖은 고생을 겪었다. 그가 하루 12시간 가량 일하고 받은 돈은 매달 90만원 안팎. 월급을 받는 즉시 65만원을 고향으로 송금하고 나머지 20∼25만원을 쪼개 생활비로 썼다. 돈이 떨어지면 저녁은 굶기 일쑤였다.
혹독한 추위도 그를 괴롭혔다. 베트남과는 달리 쌀쌀한 날씨 탓에 겨울철만 되면 작업장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반홰씨는 “하루는 너무 추워서 일을 나가지 못한 채 종일 숙소에서 떨기도 했다”면서 “아버지가 심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서야 약해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반홰씨는 인근의 자동차부품업체로 직장을 옮기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하루 14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이었지만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일에만 전념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월급도 120만원으로 높아졌다.
결국 그가 고향으로 가져온 돈은 총 2만4천달러(한화 2천400만원). 수면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각종 잔업을 도맡은 결과 고향에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는 ‘목돈’을 마련한 것이다.
반홰씨는 “3년 뒤 베트남으로 돌아오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고치는 수리점을 운영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며 “동네 후배들에게도 ‘한국에서 6∼7년 정도만 고생하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홰씨 처럼 재고용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사업주와 재계약을 맺기 위해선 한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상당한 신뢰를 쌓아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체류중인 외국인은 총 11만1천904명. 이 가운데 8천822명이 한국에 재입국했다. 외국인노동자 100명 가운데 8명 만이 재계약에 성공하는 셈이다. 그나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출신 노동자들의 재고용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 가운데 올해는 2만2천451명의 노동자들이 계약기간 만료로 인해 한국을 떠나야 한다. 국가별로는 베트남이 6천856명으로 가장 많고, ▲태국(4천명) ▲필리핀(3천814명) ▲몽골(2천833명) ▲인도네시아(2천665명) ▲스리랑카(2천283명) 등이다.
특히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2만5천748명, 2만8천215명이 본국 입국을 앞두고 있어 정부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명희 한국산업인력공단 외국인고용국장은 “현재는 사업주들의 선호도가 높은 베트남과 필리핀 노동자들도 재고용 비중이 3분의 1을 밑돌고 있다”며 “재고용자는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숙달된 업무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