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코리안 드림 꿈꾸는 그곳에선 ⑦ ‘부정행위’로 얼룩진 베트남 한국어 시험
2008년 06월 08일(일) 19:33 가가
"어떻게든 한국 가자" 시험장 집단부정행위
‘시험이 있는 곳에 부정행위가 있다?’
지난달 11일 한국어시험이 열린 베트남의 하노이 사범대학교 제4 고사장. 시험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자 갑자기 시험장 내부가 소란스러워졌다. 미처 답안을 작성하지 못한 7∼8명의 수험생들이 기다렸다는 듯 소리치며 주변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묻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들 수험생은 이내 주변에서 불러주는 답을 정신없이 OMR 카드에 기입했다.
한국행 노동자를 선발하기 위한 해외 한국어시험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우수인력을 뽑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베트남 내 한국어시험은 각종 부정행위로 얼룩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베트남의 한국어시험장은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커닝 페이퍼’ 돌리기는 물론, 시험 종료 후 답안 작성, 휴대폰 정답 전송 등 온갖 형태의 부정행위가 이뤄졌다. 옆 자리에 앉은 수험생의 답안을 훔쳐보는 것은 차라리 ‘애교’ 수준이었다.
심지어 이날 시험에서는 한국어 학원인 V교육센터 등이 수험생들의 부정행위를 주도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들 학원관계자는 학생들로부터 입수한 시험지를 푼 뒤 수강생들에게 핸드폰을 통해 정답을 전송하는 형태로 합격률을 높이고 있었다.
이들이 가진 시험지는 당일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의 것으로, 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일찌감치 시험장을 빠져나온 수강생들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V교육센터 강사인 뜨엉(가명·27)씨는 “현재는 수강생이 200명 안팎이지만 조만간 베트남을 대표하는 학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 하노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리 학원이) 합격률이 높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수강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정한 준비나 노력없이 ‘무작정’ 시험에 응시한 사례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날 베트남서 열린 한국어시험에는 접수자 1만4천659명 가운데 1만4천552명(99.3%)이 응시할 만큼 시험 열기가 높았다.
하지만 수험생 10명중 절반 이상은 ‘듣기’ 및 ‘읽기’시험이 진행된 70분 내내 답안을 작성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의욕만으로 시험에 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수험생은 궁핍한 생활 형편 등으로 인해 학원 조차 다니지 않은 채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시험 종료 벨이 울린 이후 시험장이 크게 소란스러워진 것도 합격 여부를 ‘능력’이 아닌 ‘운’에 맡기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현지 한국어 학원의 열악한 여건 등으로 인해 한국어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수험생들이 시험을 어려워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베트남의 경우 학원이나 한국어 교육시설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가 대부분 베트남인들이어서 한국어를 배우는 데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 주관 한국어시험
“고용허가제의 성패는 한국어시험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꿸 수 있도록 시험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
지난달 11일 제4회 한국어시험을 앞두고 하노이의 베트남 주재 대사관 앞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올해부터 시험 주관에 나선 한국산업인력공단 직원들이 오전 6시부터 시험지를 찾기 위해 대사관을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이날 한국어시험이 베트남에서 주관하는 첫 시험인 데다 수험생이 1만5천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자 긴장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또 대사관측이 내준 시험지를 차량에 나눠 싣고 떠나는 이들의 모습에선 비장감 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시험이 시작되자 시험 관리의 허점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파견 인원이 워낙 적은 탓에 시험감독 등 대부분의 관리인원을 현지인들에게 의존한 데다 고사장 안내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기저기서 혼란을 빚기도 했다.
특히 이날 감독교사로 나선 현지 교사나 임직원들 조차 OMR카드 작성 등에 익숙치 않아 시험종료 후 10여분이 흐른 뒤까지도 답안지를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또 일부 베트남 노동청 관계자들의 경우 일부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찍어주는가 하면 감독교사들도 사실상 부정행위를 방치하고 있었다. 이들 역시 베트남 청년들이 보다 많이 한국에 가는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시험 수수료 등 선발 비용에 대한 문제점도 여전했다. 올 들어 한국 정부가 시험 수수료를 기존 30달러에서 17달러로 낮췄지만 브로커들이나 현지 공무원들이 ‘웃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하노이나 호치민 등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시험에서도 접수단계부터 30달러의 수수료 외에 10∼15달러를 더 낸 경우가 많았다는 게 수험생들의 주장이다.
/하노이=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
지난달 11일 한국어시험이 열린 베트남의 하노이 사범대학교 제4 고사장. 시험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자 갑자기 시험장 내부가 소란스러워졌다. 미처 답안을 작성하지 못한 7∼8명의 수험생들이 기다렸다는 듯 소리치며 주변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묻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들 수험생은 이내 주변에서 불러주는 답을 정신없이 OMR 카드에 기입했다.
한국행 노동자를 선발하기 위한 해외 한국어시험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우수인력을 뽑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베트남 내 한국어시험은 각종 부정행위로 얼룩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베트남의 한국어시험장은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커닝 페이퍼’ 돌리기는 물론, 시험 종료 후 답안 작성, 휴대폰 정답 전송 등 온갖 형태의 부정행위가 이뤄졌다. 옆 자리에 앉은 수험생의 답안을 훔쳐보는 것은 차라리 ‘애교’ 수준이었다.
심지어 이날 시험에서는 한국어 학원인 V교육센터 등이 수험생들의 부정행위를 주도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들 학원관계자는 학생들로부터 입수한 시험지를 푼 뒤 수강생들에게 핸드폰을 통해 정답을 전송하는 형태로 합격률을 높이고 있었다.
이들이 가진 시험지는 당일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의 것으로, 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일찌감치 시험장을 빠져나온 수강생들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V교육센터 강사인 뜨엉(가명·27)씨는 “현재는 수강생이 200명 안팎이지만 조만간 베트남을 대표하는 학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 하노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리 학원이) 합격률이 높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수강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정한 준비나 노력없이 ‘무작정’ 시험에 응시한 사례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날 베트남서 열린 한국어시험에는 접수자 1만4천659명 가운데 1만4천552명(99.3%)이 응시할 만큼 시험 열기가 높았다.
하지만 수험생 10명중 절반 이상은 ‘듣기’ 및 ‘읽기’시험이 진행된 70분 내내 답안을 작성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의욕만으로 시험에 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수험생은 궁핍한 생활 형편 등으로 인해 학원 조차 다니지 않은 채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시험 종료 벨이 울린 이후 시험장이 크게 소란스러워진 것도 합격 여부를 ‘능력’이 아닌 ‘운’에 맡기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현지 한국어 학원의 열악한 여건 등으로 인해 한국어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수험생들이 시험을 어려워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베트남의 경우 학원이나 한국어 교육시설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가 대부분 베트남인들이어서 한국어를 배우는 데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 주관 한국어시험
“고용허가제의 성패는 한국어시험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꿸 수 있도록 시험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
지난달 11일 제4회 한국어시험을 앞두고 하노이의 베트남 주재 대사관 앞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올해부터 시험 주관에 나선 한국산업인력공단 직원들이 오전 6시부터 시험지를 찾기 위해 대사관을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이날 한국어시험이 베트남에서 주관하는 첫 시험인 데다 수험생이 1만5천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자 긴장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또 대사관측이 내준 시험지를 차량에 나눠 싣고 떠나는 이들의 모습에선 비장감 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시험이 시작되자 시험 관리의 허점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파견 인원이 워낙 적은 탓에 시험감독 등 대부분의 관리인원을 현지인들에게 의존한 데다 고사장 안내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기저기서 혼란을 빚기도 했다.
특히 이날 감독교사로 나선 현지 교사나 임직원들 조차 OMR카드 작성 등에 익숙치 않아 시험종료 후 10여분이 흐른 뒤까지도 답안지를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또 일부 베트남 노동청 관계자들의 경우 일부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찍어주는가 하면 감독교사들도 사실상 부정행위를 방치하고 있었다. 이들 역시 베트남 청년들이 보다 많이 한국에 가는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시험 수수료 등 선발 비용에 대한 문제점도 여전했다. 올 들어 한국 정부가 시험 수수료를 기존 30달러에서 17달러로 낮췄지만 브로커들이나 현지 공무원들이 ‘웃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하노이나 호치민 등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시험에서도 접수단계부터 30달러의 수수료 외에 10∼15달러를 더 낸 경우가 많았다는 게 수험생들의 주장이다.
/하노이=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