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 <25> 가족·지역사회 배려 절실
2007년 09월 02일(일) 19:08 가가
同化 강요말고 동반자 인식해야 ‘상생’
“국제결혼을 선택한 이주여성들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남모를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의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선 한국 사회에 대한 일방적 강요보단 가족과 지역사회의 이해와 배려가 우선돼야 합니다.”
지난 4월28일 해남 군민광장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해남군과 해남결혼이민자연대가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지역 최초로 ‘제1회 베트남의 날’을 개최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베트남 전통의상 행렬 ▲쌀국수 등 전통음식 만들기 ▲전통 춤·노래 경연 등 베트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 행사는 베트남 출신의 이주여성 가족과 지역민들에게 베트남의 문화와 풍습 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기존 교육 위주의 획일적 지원프로그램에서 탈피함으로써 이주여성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한국생활에 임할 수 있는 ‘이해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해남결혼이민자지원연대 임선규 회장은 “베트남의 날은 이주여성들에 대한 ‘동화’만을 강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가정 및 지역사회와의 ‘공생’을 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이주여성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라도 출신 국가의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우리 품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방적 ‘한국 적응’ 강요 및 사회적 차별 ‘이중고’=‘온누리안’ 가정이 급증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결혼을 택한 이주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 사회의 배타적 성향으로 인해 결혼생활과 육아 과정 등에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결혼이민자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이주여성 가운데 28.7%가 한국생활에서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필리핀과 베트남 출신 여성의 경우 차별 경험이 각각 45.7%, 40.1%에 달하면서 한국사회의 배타적 성향을 반영했다. 언어나 외모가 비슷한 조선족 출신 여성의 차별 경험도 26.7%에 달했다.
또 이들 이주여성의 43.8%는 출신 국가보다 한국에서의 ‘여성 지위’가 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국가별로는 일본 출신 여성이 65.4%로 가장 높았고, ▲한족(62.0%) ▲조선족(45.3%) ▲필리핀(31.5%) ▲베트남(17.7%) 등의 순이었다.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이주여성 가운데 44.9%는 한국에서의 여성 지위가 낮다고 응답하면서 농촌에 거주하는 여성(40.4%)보다 지위 하락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우리 사회가 이주여성의 개인적 존엄성보다 가부장적인 ‘한국의 가족 질서에 대한 통합’을 우선시하면서 해당 여성들이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며 “가족과 지역사회부터 다민족·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지역사회 이해와 배려 ‘절실’=그동안 국내 이주여성 지원정책은 한국의 문화나 언어에 대한 동화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혼이나 가출 등 각종 문제점을 양산해 왔다.
이주여성을 농촌 총각의 결혼 및 저출산 문제 등의 해결 방안으로만 바라보면서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인권 신장 등은 외면해온 것이다. 특히 일부 지자체의 경우 일정한 검증절차 없이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주선하고 나서면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은 남편이나 가족들부터 모국의 문화나 가치관 등을 먼저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여성복지부의 설문조사 결과 이주여성들은 남편의 역할에 대해 ‘아내를 배려하고 조언을 주고받는 동반자’라는 응답이 67.8%로 가장 많았다.
이는 ▲‘능력있고 돈 잘 버는 사회인’(18.0%) ▲‘가사분담을 잘하는 남편’(5.4%) ▲‘시댁과의 관계에서 아내를 지지하는 남편’(3.2%) 등의 응답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남편의 이해와 배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나타났다.
조선족 출신 이주여성 정모(35)씨는 “결혼 초반에 가장 극복하기 힘들었던 문제는 언어나 음식의 차이가 아니라 두 나라간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가족들의 일방적인 태도였다”며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나 가치관, 성향 등이 확연히 다른 데도 이를 무시한 채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
지난 4월28일 해남 군민광장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해남군과 해남결혼이민자연대가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지역 최초로 ‘제1회 베트남의 날’을 개최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베트남 전통의상 행렬 ▲쌀국수 등 전통음식 만들기 ▲전통 춤·노래 경연 등 베트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 행사는 베트남 출신의 이주여성 가족과 지역민들에게 베트남의 문화와 풍습 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기존 교육 위주의 획일적 지원프로그램에서 탈피함으로써 이주여성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한국생활에 임할 수 있는 ‘이해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해남결혼이민자지원연대 임선규 회장은 “베트남의 날은 이주여성들에 대한 ‘동화’만을 강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가정 및 지역사회와의 ‘공생’을 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이주여성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라도 출신 국가의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우리 품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방적 ‘한국 적응’ 강요 및 사회적 차별 ‘이중고’=‘온누리안’ 가정이 급증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결혼을 택한 이주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 사회의 배타적 성향으로 인해 결혼생활과 육아 과정 등에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결혼이민자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이주여성 가운데 28.7%가 한국생활에서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필리핀과 베트남 출신 여성의 경우 차별 경험이 각각 45.7%, 40.1%에 달하면서 한국사회의 배타적 성향을 반영했다. 언어나 외모가 비슷한 조선족 출신 여성의 차별 경험도 26.7%에 달했다.
또 이들 이주여성의 43.8%는 출신 국가보다 한국에서의 ‘여성 지위’가 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국가별로는 일본 출신 여성이 65.4%로 가장 높았고, ▲한족(62.0%) ▲조선족(45.3%) ▲필리핀(31.5%) ▲베트남(17.7%) 등의 순이었다.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이주여성 가운데 44.9%는 한국에서의 여성 지위가 낮다고 응답하면서 농촌에 거주하는 여성(40.4%)보다 지위 하락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우리 사회가 이주여성의 개인적 존엄성보다 가부장적인 ‘한국의 가족 질서에 대한 통합’을 우선시하면서 해당 여성들이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며 “가족과 지역사회부터 다민족·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지역사회 이해와 배려 ‘절실’=그동안 국내 이주여성 지원정책은 한국의 문화나 언어에 대한 동화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혼이나 가출 등 각종 문제점을 양산해 왔다.
이주여성을 농촌 총각의 결혼 및 저출산 문제 등의 해결 방안으로만 바라보면서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인권 신장 등은 외면해온 것이다. 특히 일부 지자체의 경우 일정한 검증절차 없이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주선하고 나서면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은 남편이나 가족들부터 모국의 문화나 가치관 등을 먼저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여성복지부의 설문조사 결과 이주여성들은 남편의 역할에 대해 ‘아내를 배려하고 조언을 주고받는 동반자’라는 응답이 67.8%로 가장 많았다.
이는 ▲‘능력있고 돈 잘 버는 사회인’(18.0%) ▲‘가사분담을 잘하는 남편’(5.4%) ▲‘시댁과의 관계에서 아내를 지지하는 남편’(3.2%) 등의 응답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남편의 이해와 배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나타났다.
조선족 출신 이주여성 정모(35)씨는 “결혼 초반에 가장 극복하기 힘들었던 문제는 언어나 음식의 차이가 아니라 두 나라간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가족들의 일방적인 태도였다”며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나 가치관, 성향 등이 확연히 다른 데도 이를 무시한 채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