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가족인 온누리안은 이제 우리 사회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이주여성 가족과 그 2세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외국인 남성 노동자와 결혼해 이루는 온누리안들도 점차 늘고있다. 한국민은 이제 싫건 좋건 단일민족시대를 벗어나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문화 사회를 꾸려가기엔 우리 사회구성원의 준비와 노력이 태부족이다. 이같은 현실을 개선해보기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민간인들이 모임체를 구성하고 다문화 사회의 정착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지난 20일 오후 6시30분 광주 시청 소회의실에서는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결혼이민가족지원 전문가 연구협의회’(약칭 지원 전문가협)가 발족됐다. 시청간부가 1명 포함돼있긴 하나 나머지 멤버는 민간인들이다. 온누리안 지원을 위한 본격 민간 전문가 기구로는 전국 처음이다. 이 모임체는 첫 모임에서 다문화가정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이젠 우리들의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영현 (광주 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동아시아에서 급속히 다문화 가정에 대한 문제 커지고 있는 나라이고 광주는 민주인권 평화의 도시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본다. 의료·경제 등 전문적인 것에 대한 지원이 미비하고 아직 거창한 목표를 설정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수준이 부족하다. 해외에서 아이들이 편견을 가지기 전에 일반아동과 장애아들이 함께 어울려 서로의 차이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차근차근 오랜 시간을 가지고 다문화 가정과 사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또한, 이주민들이 각각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서 자체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지역사람들의 인식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나친 논의와 관심은 우리 내부 빈곤층 국민의 반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노훈오(하남 외국인 지원센터 관장)
각계 사회단체가 참여해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자리로 여러 자원을 연결하고 이후에도 지역사회의 필요한 전문가 자원들을 발굴, 많은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통로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또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언론과 복지단체 등이 참여해 캠페인을 전개하고, 무엇보다 앞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될 이민자 가정 자녀에 대한 현실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
▲옥경희 (광주대사회 복지학과 교수)
결혼 이주 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관심 주체로 부각돼 주로 그들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들의 배우자 역시 상대방에 대한 문화를 알아야만 한다. 배우자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주 여성들의 남편들도 새로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편들의 호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접근을 해야 하고 문화적 차이로 고통받는 남편들에 대한 관심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한 성장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 대한 문제 인식은 있지만 ‘한국어·학습력이 부족하고 공격적이다’라는 평가와 얘기만 있지 실질적으로 그들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귀현(여성발전센터 이주가족 담당자)
초기 단계이지만 남편들이 참여해 배우자의 문화를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배우자의 나라와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남편들에 대한 프로그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스테파니아 수녀(가톨릭 광주사회복지회)
서울 쪽에는 남편들에 대한 교육이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고, 정보도 많다. 우리 내부의 역할과 활동도 중요하지만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굳이 우리 지역에서만 뭔가를 찾으려 하지 말고 넓게 보면서 외부 기관들을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주 여성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질적인 지원이 아닌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우리가 이주여성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해서 주면 안 되고, 스스로 참여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이주 여성들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우리가 계획하고 조직해서 그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그들 스스로 움직이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남성숙 여성청소년 정책관
올 봄부터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책의 효율적 운영에 대해 고민하고 동아리 형식으로 현장 활동 중심으로 여러 활동을 시도했지만 전문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느껴 협의회를 구성하게 됐다. 민주 성지에 맞는 광주시만의 독특한 정책, 기초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그 기초를 세워갈 수 있도록 하겠다.
▲알마 몬튼(필리핀)
한국 온 지 8년째로 내년이면 7살배기 아들이 학교에 가는 데 아직 한국말을 잘 못해서 걱정이다. 한국말을 배울 기회가 없어서 남편한테 배우고 혼자 공부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리고 국적을 취득하려면 남편이나 내가 재산(3천만원)이 있어야 하는데 돈도 없고, 보증해줄 가족도 없고 해서 아직도 외국인 등록 카드를 가지고 있다.
▲김 티(베트남)
한국 온 지 2년째로 처음에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남편이나 나나 둘 다 많이 힘들었다. 1년 전에 이주가족 복지회에서 한국말을 배우게 됐는데 그전에는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어떻게·어디에서 한국말을 배울 수 있는지 알려줬다면 좋았을 텐데, 한국말을 빨리 배우지 못한 게 안타깝다. 한국말이 서투르다 보니 아기도 한국말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
▲석창원(목사)
협의회 활동을 통해 언론과 기업·학계·재단 등의 참여를 유도해 폭넓은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하고, 학문적인 연구를 위해 ‘다문화 학과’의 설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다문화 사회로 가는 이 시점에서 현장에서 전문적으로 다문화를 이해하고 일할 사람들이 부족하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다문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다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또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다양한 논의 분야가 있지만, 앞으로 각 주제별로 심층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집약적인 주제의 포럼회를 개최해야 한다.
▲이명자(시의회 교육사회위원)
거주 외국인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조례 제정과 함께 결혼 이민자 여성이 적극적으로 시민 사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줘야한다. 현재 이주여성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은데, 장애인·노인돌보미등의 지자체 프로그램 등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우리 문화와 역사·일상에 대해 피부로 느끼고 소속감을 갖게 해 자아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