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여성과 그 가족을 위한 정책은, 현재로선 어느 정도 기본틀이 마련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4월26일 ‘여성결혼이민자 가족 및 혼혈인·이주자의 사회통합 지원방안’이 정부차원에서 확정·시행되고 있는데다, 전남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빈곤과 같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가정폭력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소외, 자녀교육 등의 문제는 각종 정책과 지원을 통해 조금씩 개선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일민족·단일문화의 개념이 강한 한국사회가 성숙한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 형성을 위한 다양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승미 여성가족부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장은 결혼이민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부의 인적자원 발굴을 확대하고, 인프라를 더욱 확충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정책에 따라 설립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비롯 대다수 지원기관들이 적은 수의 정규 종사자와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됨으로써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전문가를 발굴·양성하는 것은 물론 자원봉사자를 적극 모집·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출신이 대부분인 결혼이민자의 경우 한국 사회적응을 위해서는 통역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외국어가 가능한 인적자원 발굴을 확대해야 하며, 이들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통역 인재 데이터뱅크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단지 행정적·재정적 지원의 대상일 뿐이었던 결혼이민자들이 지금은 공생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들 결혼이민자가 사회·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생활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행정서비스 제공은 물론, 다양한 외국어로 제작된 생활정보책자의 제공을 통해 결혼이민자의 선택권을 확보해주고 자립의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또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고 있는 각종 지원대책 및 서비스 가운데 상당수가 중복되고 있으며, 일부 사각지대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들 개별 지원대책과 서비스를 효율적이고,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원체계 조정 및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 결혼이민자 및 가족의 관점에서 정책과 서비스를 평가하고 또 그들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하며, 대다수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이해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등 종전까지의 소수자에 초점이 맞춰졌던 정책을 다수자 중심정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숙 전남대 생활과학대학 교수는 결혼이민자를 위한 현재의 정책이 ‘우리 문화 중심’의 일방적인 지원대책만을 담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기회 확대 그리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및 상호존중을 가능케 하는 정책 수립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이주여성이 우리 문화에 적응토록 하는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남편이나 자녀 등 가족 입장에서의 시각은 충분하지 않은 만큼 결혼이주여성 중심의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각종 대책이 언어교육을 비롯한 외형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하는데만 치중하고 있을 뿐 가족관계의 형성과 관계개선에 대한 내부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점을 감안, 개별화되고 전문적인 지원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기 다문화가정연대 회장은 다문화 가정 스스로 정책입안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문화가정 지원정책은 다문화가정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으로, 다문화가정 스스로도 단순한 요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책 입안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행기기자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