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중개업 허가제로 불·탈법 막아야
2007년 07월 01일(일) 20:00 가가
“이미 동남아 등 국제결혼 중개는 자율적인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수위를 넘어섰습니다. 국제결혼에 대한 허가제 도입 등 적극적인 관리 만이 ‘엉터리 중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만난 A국제결혼정보업체 한유진(49·캄보디아 연합회장) 사장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제결혼시장이 급속히 황폐화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자격 결혼정보업체의 난립으로 인해 각종 인권침해적 행태가 속출하면서 동남아 국제결혼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장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이 결혼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한 뒤로는 중개업자들이 대거 캄보디아로 몰려오고 있다”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단체로 맞선을 본 뒤 곧바로 ‘합방’을 시키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통역 조차 갖추지 않은 채 영업에 나서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결혼을 둘러싼 중개업체들의 폐해가 극에 달하면서 결혼중개업에 대한 허가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이주여성들의 원만한 정착을 위해선 출발점인 결혼중개 풍토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동남아 국제결혼의 경우 현지 중개시스템을 통해 여성을 모집, 관리,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반인권적 속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 조차 ‘개선’의 필요성이 높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일부 결혼정보업체들은 국제결혼중개업의 허가제 도입을 놓고 각종 사회단체나 정부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자정 작업’이 무자격 업자들의 횡포로 인해 모두 허사로 돌아가자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지난해 11월 110개사가 참여한 캄보디아연합회를 조직했지만 업자들의 난립으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10개월새 1∼2명이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급증한 데다 베트남에서 넘어오는 업체들까지 합세하면서 중매과정이 더욱 혼탁해졌다.
이들 영세 업자들은 현지 통역 등 일정한 중개시스템 없이 영업에 뛰어들면서 각종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전문통역 없이 결혼이 진행되면서 배우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 데다 결혼성사 후에는 회사 문을 닫거나 잠적하는 업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연합회 관계자들 사이에선 ‘제2의 베트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결혼성사에만 눈이 먼 중개업자들의 ‘부실 중매’ 관행 속에서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받기 위해 현지 관리를 매수하는가 하면 경쟁업체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과열혼탁 양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 업체는 ‘베트남 숫처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캄보디아 결혼하세요’ 등 성차별 및 인종차별적 결혼광고로 인해 해당 국민들은 물론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 국제결혼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베트남의 호치민이나 하노이 등에서는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신부들에 대한 비난이나 욕설이 난무할 만큼 현지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게 중개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베트남은 또 농촌총각 자살 등 자국 청년들의 결혼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남성과의 결혼이 급증함에 결혼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한편 단속을 강화함으로써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선 국제결혼 과정에 대한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이주여성들에 대한 지원책을 간간히 내놓고 있을 뿐 국제결혼에 대한 규제 여부 등에 대해선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일부 지자체까지 결중정보업체들에 대한 사전 검증 없이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을 주선하고 나서는 등 ‘온누리안’에 대한 대책이 ‘실적 쌓기’ 에 그치고 있다.
‘온누리안’에 대한 무관심은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의 경우 지난 2005년 김춘진 의원 등 15명이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2년이 넘도록 보건복지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 2월에도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청회를 여는가 하면 관련 업체에서도 조속한 법안 처리를 수 차례에 걸쳐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상임위 조차 통과를 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국제결혼정보업체에 대한 허가제 도입 ▲허위정보 제공 금지 등 국제결혼 중개행위의 법률 명시 ▲결혼정보업체의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어 국제결혼으로 인한 문제점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허가제 도입 방향은 중개업자가 시장, 군수, 구청장 등에게 신고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허가 기준을 갖춘 뒤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법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인권 및 여성단체 등은 ▲국제결혼 희망 남성에 대한 기록(정신병력, 이혼 경력 등) 제공 ▲통역 제공 ▲차별적 국제결혼 광고행위에 대한 규제 ▲국제결혼 중개에 대한 표준계약서 작성 ▲중개수수료 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결혼정보협회 김인수 대표는 “국제결혼으로 인한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결혼 중개에 대한 허가제 도입’ 등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또 중개업계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가 동남아국가와의 협의 등을 통해 음성적인 결혼중개의 문제점을 고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
최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만난 A국제결혼정보업체 한유진(49·캄보디아 연합회장) 사장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제결혼시장이 급속히 황폐화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자격 결혼정보업체의 난립으로 인해 각종 인권침해적 행태가 속출하면서 동남아 국제결혼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장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이 결혼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한 뒤로는 중개업자들이 대거 캄보디아로 몰려오고 있다”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단체로 맞선을 본 뒤 곧바로 ‘합방’을 시키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통역 조차 갖추지 않은 채 영업에 나서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결혼을 둘러싼 중개업체들의 폐해가 극에 달하면서 결혼중개업에 대한 허가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이주여성들의 원만한 정착을 위해선 출발점인 결혼중개 풍토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동남아 국제결혼의 경우 현지 중개시스템을 통해 여성을 모집, 관리,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반인권적 속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 조차 ‘개선’의 필요성이 높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일부 결혼정보업체들은 국제결혼중개업의 허가제 도입을 놓고 각종 사회단체나 정부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자정 작업’이 무자격 업자들의 횡포로 인해 모두 허사로 돌아가자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지난해 11월 110개사가 참여한 캄보디아연합회를 조직했지만 업자들의 난립으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10개월새 1∼2명이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급증한 데다 베트남에서 넘어오는 업체들까지 합세하면서 중매과정이 더욱 혼탁해졌다.
이들 영세 업자들은 현지 통역 등 일정한 중개시스템 없이 영업에 뛰어들면서 각종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전문통역 없이 결혼이 진행되면서 배우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 데다 결혼성사 후에는 회사 문을 닫거나 잠적하는 업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연합회 관계자들 사이에선 ‘제2의 베트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결혼성사에만 눈이 먼 중개업자들의 ‘부실 중매’ 관행 속에서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받기 위해 현지 관리를 매수하는가 하면 경쟁업체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과열혼탁 양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 업체는 ‘베트남 숫처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캄보디아 결혼하세요’ 등 성차별 및 인종차별적 결혼광고로 인해 해당 국민들은 물론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 국제결혼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베트남의 호치민이나 하노이 등에서는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신부들에 대한 비난이나 욕설이 난무할 만큼 현지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게 중개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베트남은 또 농촌총각 자살 등 자국 청년들의 결혼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남성과의 결혼이 급증함에 결혼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한편 단속을 강화함으로써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선 국제결혼 과정에 대한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이주여성들에 대한 지원책을 간간히 내놓고 있을 뿐 국제결혼에 대한 규제 여부 등에 대해선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일부 지자체까지 결중정보업체들에 대한 사전 검증 없이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을 주선하고 나서는 등 ‘온누리안’에 대한 대책이 ‘실적 쌓기’ 에 그치고 있다.
‘온누리안’에 대한 무관심은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의 경우 지난 2005년 김춘진 의원 등 15명이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2년이 넘도록 보건복지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 2월에도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청회를 여는가 하면 관련 업체에서도 조속한 법안 처리를 수 차례에 걸쳐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상임위 조차 통과를 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국제결혼정보업체에 대한 허가제 도입 ▲허위정보 제공 금지 등 국제결혼 중개행위의 법률 명시 ▲결혼정보업체의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어 국제결혼으로 인한 문제점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허가제 도입 방향은 중개업자가 시장, 군수, 구청장 등에게 신고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허가 기준을 갖춘 뒤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법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인권 및 여성단체 등은 ▲국제결혼 희망 남성에 대한 기록(정신병력, 이혼 경력 등) 제공 ▲통역 제공 ▲차별적 국제결혼 광고행위에 대한 규제 ▲국제결혼 중개에 대한 표준계약서 작성 ▲중개수수료 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결혼정보협회 김인수 대표는 “국제결혼으로 인한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결혼 중개에 대한 허가제 도입’ 등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또 중개업계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가 동남아국가와의 협의 등을 통해 음성적인 결혼중개의 문제점을 고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