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 혼자되면 '기초생활보장' 못받아
2007년 06월 24일(일) 19:04 가가
“남편과 시부모님은 저를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요. 고향의 부모님과 동생에게 돈을 보내고, 또 여기서 우리 가족이 생활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돈도 벌지 못하게 합니다. 좁은 집에서, 그저 남편만 보고 또 아이들만 돌보며 살라고 해요. 말을 듣지 않으면 욕도 하고, 심하면 때리기도 합니다. 저도 사람입니다. 한국에서 좋은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풍족하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그럴 기회조차도 주지 않아 너무 답답합니다.”
함평에서 5년째 살고 있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리나(27·가명) 씨의 넋두리다. 츄리닝 한 벌로 2년을 살고 있다는 그녀는 “코리안 드림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지금은 도대체 내가 왜 한국에 왔는지 모르겠다. 이곳의 실정을 알았다면 결코 오지 않았을 거다. 수없이 남은 세월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정부는 지난 2006년 4월26일 제 74회 국정과제회의를 개최하고 ‘여성결혼이민자 가족 및 혼혈인, 이주자의 사회통합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리나 씨처럼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마련된 것이다.
‘여성결혼이민자의 사회통합과 열린 다문화사회 실현’이라는 비전을 내세운 이 방안은 ‘차별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탈법적 국제결혼 중개 방지 및 결혼 당사자 보호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정적 체류 지원 ▲한국사회 조기 정착 지원 ▲아동의 학교생활 적응 지원 ▲생활안정 지원 강화 ▲사회적 인식 개선 ▲추진체계 구축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또 각 정책과제의 세부 추진 방안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올해 1월 1일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3천537명의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살고 있는 전남도 역시 순천과 나주, 영암 그리고 전남도여성회관 등 4곳에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 부부공동체 훈련이나 외국인 주부 한국문화 적응 교육, 이주여성 복지 실태조사, 결혼이민자 지원센터 운영 등 이주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중이다.
이들 대책은 상당수 이주여성에게 교육과 최소한의 재정지원을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한국 사회정착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빈곤과 폭력, 소외, 차별 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대다수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현실을 바꿔놓기엔 이들 방안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제결혼의 경우 이주해오는 여성과, 이들을 받아들이는 남성 및 한국사회의 시각차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즉 리나 씨와 같은 외국인 여성의 경우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는 것보다는 ‘더 나은 삶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이주의 동기지만, 한국 남성과 사회는 이들에게 ‘성적 파트너, 며느리, 육아담당’등의 역할만을 주문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주여성의 사회통합’을 목표로 하는 한국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과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이주여성의 요구에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재 마련된 정부 정책에도 허점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가장 문제되는 것이 경제적 지원대상이 되는 이주여성의 조건이다.
정부는 여성 결혼이민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한국국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외국인 배우자를 ‘기초생활보장법’의 혜택을 받는 수급권자에 포함하고 있다. 이 조건에 따르면 자녀를 부양하지 않는 여성들은 수급권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현재 마련된 정부 및 지자체의 이주여성 지원대책은 모두가 ‘현재 가족과 살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만을 위한’ 것들이다. 이혼 등 결혼이 해소된 이주여성에 대해서는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의 지원책이, 인신매매성 결혼을 없애기 위한 노력보다는 이주여성의 정착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결혼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국제결혼중개업을 관리하는 법률을 올해까지 제정하겠다고 했지만 관리법은 있고 처벌법이 없어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상태다.
이와 함께 이주여성의 결혼상대인 한국남성의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주여성의 한국사회 통합을 위해, 국제결혼할 여성에게 미리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교육을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막상 결혼 상대방인 한국남자의 ‘매매혼적 결혼의식’을 바꾸기 위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각종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 교육 및 재정지원 사업을 제외하면 특별한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지원대책이 남발되거나 중복되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엔 농어촌 총각의 결혼을 돕겠다며 해남과 강진, 장성, 진도, 신안 등의 지자체가 농촌총각 1인당 200만∼500만 원씩을 지급하는 ‘국제결혼 비용 지원사업’이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국제결혼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홍행기기자 redplane@kwangju.co.kr
함평에서 5년째 살고 있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리나(27·가명) 씨의 넋두리다. 츄리닝 한 벌로 2년을 살고 있다는 그녀는 “코리안 드림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지금은 도대체 내가 왜 한국에 왔는지 모르겠다. 이곳의 실정을 알았다면 결코 오지 않았을 거다. 수없이 남은 세월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정부는 지난 2006년 4월26일 제 74회 국정과제회의를 개최하고 ‘여성결혼이민자 가족 및 혼혈인, 이주자의 사회통합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리나 씨처럼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마련된 것이다.
‘여성결혼이민자의 사회통합과 열린 다문화사회 실현’이라는 비전을 내세운 이 방안은 ‘차별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탈법적 국제결혼 중개 방지 및 결혼 당사자 보호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정적 체류 지원 ▲한국사회 조기 정착 지원 ▲아동의 학교생활 적응 지원 ▲생활안정 지원 강화 ▲사회적 인식 개선 ▲추진체계 구축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또 각 정책과제의 세부 추진 방안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올해 1월 1일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3천537명의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살고 있는 전남도 역시 순천과 나주, 영암 그리고 전남도여성회관 등 4곳에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 부부공동체 훈련이나 외국인 주부 한국문화 적응 교육, 이주여성 복지 실태조사, 결혼이민자 지원센터 운영 등 이주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중이다.
이들 대책은 상당수 이주여성에게 교육과 최소한의 재정지원을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한국 사회정착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빈곤과 폭력, 소외, 차별 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대다수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현실을 바꿔놓기엔 이들 방안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제결혼의 경우 이주해오는 여성과, 이들을 받아들이는 남성 및 한국사회의 시각차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즉 리나 씨와 같은 외국인 여성의 경우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는 것보다는 ‘더 나은 삶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이주의 동기지만, 한국 남성과 사회는 이들에게 ‘성적 파트너, 며느리, 육아담당’등의 역할만을 주문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주여성의 사회통합’을 목표로 하는 한국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과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이주여성의 요구에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재 마련된 정부 정책에도 허점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가장 문제되는 것이 경제적 지원대상이 되는 이주여성의 조건이다.
정부는 여성 결혼이민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한국국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외국인 배우자를 ‘기초생활보장법’의 혜택을 받는 수급권자에 포함하고 있다. 이 조건에 따르면 자녀를 부양하지 않는 여성들은 수급권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현재 마련된 정부 및 지자체의 이주여성 지원대책은 모두가 ‘현재 가족과 살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만을 위한’ 것들이다. 이혼 등 결혼이 해소된 이주여성에 대해서는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의 지원책이, 인신매매성 결혼을 없애기 위한 노력보다는 이주여성의 정착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결혼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국제결혼중개업을 관리하는 법률을 올해까지 제정하겠다고 했지만 관리법은 있고 처벌법이 없어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상태다.
이와 함께 이주여성의 결혼상대인 한국남성의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주여성의 한국사회 통합을 위해, 국제결혼할 여성에게 미리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교육을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막상 결혼 상대방인 한국남자의 ‘매매혼적 결혼의식’을 바꾸기 위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각종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 교육 및 재정지원 사업을 제외하면 특별한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지원대책이 남발되거나 중복되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엔 농어촌 총각의 결혼을 돕겠다며 해남과 강진, 장성, 진도, 신안 등의 지자체가 농촌총각 1인당 200만∼500만 원씩을 지급하는 ‘국제결혼 비용 지원사업’이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국제결혼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홍행기기자 redplane@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