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가족들과 ‘뗏’(베트남 설날)을 보내지 못해 아쉬웠는데 막상 고향땅을 밟으니 꿈만 같아요”
베트남 여성 티앙(23)씨는 지난달 13일 베트남 호치민 공항 출구를 나서면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를 넘긴 시간이었지만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친정 식구들과 고향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있었다.
지난 2005년 남편과 결혼한 이후 2번째 고향 방문이지만, 이번 베트남행은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게 티앙씨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최근 위장병이 악화된 친정 아버지에게 생후 11개월 된 딸을 안겨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동안 못다한 효도를 대신하는듯 했다.
티앙씨는 “딸을 낳고 보니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며 “앞으로 2주간은 엄마가 해주는 음식도 먹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즐겁게 보낼 계획”이라며 가족들과 함께 카마오행 버스에 올랐다.
카마오는 호치민에서 버스로 6시간 가량 걸리는 곳으로, 최근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하는 신부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티앙씨 처럼 고향을 자주 찾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국제결혼 커플 대부분이 넉넉치 않은 생활을 하는 데다 남편의 직장 등으로 인해 부부가 함께 베트남을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앙씨는 남편과의 결혼을 성사시킨 결혼정보업체와의 관계지속이 한국생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정보업체 관계자와의 안부전화 등을 통해 수시로 결혼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베트남 방문도 정보회사측에서 남편을 설득한 끝에 이뤄진 것이었다.
티앙씨는 “남편이 아버지 문병을 다녀와야 한다는 (정보업체)사장님의 전화를 받고 바로 비행기표를 구입해줘서 너무 고마웠다”면서 “아버지의 병세가 많이 호전됐다는 말을 엄마에게 직접 들으니 한결 안심이 된다”고 했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