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과 동남아 여성의 국제결혼 성패는 결혼정보업체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맞선부터 결혼까지의 일정 자체가 짧은 만큼 현지 통역 등 중개시스템 확충 여부에 따라 파혼률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제결혼중개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자격 정보업체가 ‘우후죽순’ 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전문업체는 무려 1천여개. 이 가운데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만 300여곳에 달하는 전문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중개나 1∼2명이 활동하는 소규모 중개업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2천여개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이들 영세 정보업체의 경우 일정한 중개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채 영업에 나서는가 하면 휴대폰 하나로 중개행위를 하다 문제가 생기면 잠적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중개업자 본인이 베트남·캄보디아 여성과 국제결혼을 한 뒤 신부의 고향에서 친구나 친척, 이웃 등을 무작정 소개하는 사례도 급증하면서 기존 정보업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부실’ 정보업체의 폐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불거진 ‘알몸 검사’ 논란이다. 당시 결혼정보업체의 소개로 호치민에서 베트남 여성과 맞선을 본 한국 남성 2명이 이들 여성을 상대로 알몸 검사를 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더구나 이 사건은 베트남의 한 현지신문에 보도되면서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가뜩이나 한국 남성과의 국제결혼을 ‘눈엣 가시’처럼 여기던 베트남 당국의 단속을 한층 강화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을 전후로 100여명이 넘는 정보업체 관계자가 베트남 경찰에 적발될 만큼 단속이 강화되면서 베트남 결혼 자체가 날로 ‘음성화’되는 추세다.
지난 10여간 베트남 결혼을 전문적으로 담당해온 D업체 관계자는 최근 현지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업체들을 중심으로 ‘자정’ 작업도 해봤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업자들의 난립으로 인해 혼탁 양상이 극에 달했다”고 손사레를 쳤다.
이 관계자는 또 “현지 통역 등 중개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결혼성사 후 자취를 감추는 업체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심지어 지난해부터는 각종 서류를 위조하는 업체까지 등장하면서 국제결혼 중개가 더욱 까다롭고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결혼 성사에만 눈이 먼 ‘부실’ 정보업체들의 난립은 해당 국가와의 국제결혼은 물론 외교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들까지 최근 베트남 결혼이 음성화되는 가장 큰 요인을 ‘업체의 난립’으로 꼽을 만큼 ‘부실’ 업체들의 불·탈법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부실’ 정보업체의 경우 한국말에 능통한 현지 통역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혼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남성과 신부들은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을 제공받은 후 배우자를 결정하고, 곧바로 결혼과 합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존 전문업체들과는 달리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는 동남아 신부가 결혼 후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업체측에서 중재를 해주는 것으로, 업계에선 매우 중요한 서비스로 분류되고 있다. 다만 ‘사후 관리’ 역시 대부분 동남아 여성을 관리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choic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