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으면 한국말과 문화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싶어요. 늦게나마 한국인에 대한 참모습을 알게 된 것 같아 큰 위안이 됩니다”
캄보디아 여성 시나(27·가명)씨에게 한국은 특별한 나라다. 초혼과 재혼 모두 한국인을 남편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프놈펜에서 만난 시나씨는 임신 5개월째로, 신혼의 단꿈에 푹 빠져있었다.
시나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지 개인중개업자의 소개로 국제결혼을 하고 한국으로 갔지만 정신지체장애인인 남편(43)과의 불화로 인해 5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후 시나씨는 ‘여성쉼터’와 시댁 친적집 등을 전전하다 2001년 프롬펜으로 돌아왔다. 결혼 중개료 만을 염두에 둔 중개업자의 거짓 소개로 인해 이혼녀가 된 채 쫓겨나듯 고향을 찾게 된 것이다.
시나씨는 “프롬펜행 비행기를 타면서 비로소 결혼에 실패했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국 남자만 봐도 두려울 만큼 매일 술에 취한 남편의 행동은 비정상적이고 무섭기만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시나씨는 국제결혼에 실패한 다른 여성과는 달리 고향에서 천대를 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결혼을 중매한 업자가 고향을 떠날 만큼 이웃들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시나씨도 악몽 같은 결혼생활을 잊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시나씨의 한국 남자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국제결혼 전문업체의 현지 통역으로 발탁돼 3년여를 활동하면서 지금의 남편(36)을 만났다. 시나씨는 남편과 1년 이상을 교재한 끝에 큰 결심을 했다. 다시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하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말 결혼한 뒤 프놈펜 인근에 위치한 시나씨의 친정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시나씨는 “한국 신랑들의 통역을 하면서 한국 사람도 좋은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성실하고 다정한 남편을 만난 이후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국제결혼을 권유할 만큼 한국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또 “결혼이 두 사람의 인연이라곤 하지만 국제결혼은 중개업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금도 사촌동생이 한국으로 시집가길 원하고 있지만 아무 업체에나 결혼을 맡기지는 않겠다”며 활짝 웃었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