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동남아 국제결혼 현장을 가다 <19> 캄보디아에서 본 현지 맞선
2007년 06월 10일(일) 18:38 가가
단속 허술·비자발급 쉬워 베트남 대체지로
“한국말과 한국음식에 대해 열심히 공부할께요” “아버님, 한국에서 뵐 때까지 부디 건강하세요”
지난달 14일 한국 남성과 결혼한 캄보디아 여성 샤레이(가명·20)씨. 샤레이씨는 5박6일의 짧은 결혼일정을 마치고 프롬펜 공항으로 향하는 남편과 시아버지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샤레이씨는 남편 일행이 공항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계속 전화통화를 시도하며 이별을 못내 아쉬워했다.
샤레이씨는 남편을 태운 승용차가 프롬펜 시내를 오가는 차량들 사이로 사라지자 체념한듯 곁에 있던 신부 2명과 함께 숙소로 향했다. 이 숙소는 한국말과 음식 등을 익힐 수 있도록 남편들이 공동으로 마련해준 곳으로,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3명의 신부가 함께 생활하게 된다.
현지 통역 메이(여·30)씨는 숙소로 향하는 차에 오른 뒤 “40∼50일을 프롬펜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한국의 언어나 풍습을 익히고 가면 훨씬 쉽게 적응할 수 있다”며 시무룩한 표정의 신부들을 달랬다.
◇베트남 업체들, 캄보디아로 이동 ‘러시’=올 들어 캄보디아 프롬펜 공항에서는 한국으로 떠나는 신부들을 배웅하기 위한 가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한국 남성들의 베트남 국제결혼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인근 캄보디아 여성을 신부로 맞이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 7월 혼인법을 개정한 이후 기존 베트남 결혼중개업체들이 대거 캄보디아로 몰려오고 있다. 베트남에 비해 단체 맞선 등에 대한 단속이 덜한 데다 결혼비자를 발급받는 기간도 베트남의 절반 이하인 2개월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 업체는 현지 마담이나 통역 등 일정한 중개 시스템 조차 갖추지 않은채 영업에 나서면서 파혼이나 계약파기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악덕업체는 캄보디아 경찰이나 관리를 매수해 경쟁 업체를 고발하거나 서류 통과를 지연시키는 등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에서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전문업체는 모두 50여개. 이 가운데 10곳 이상이 올들어 베트남에서 옮겨왔으며, 캄보디아 진출을 고려중인 업체도 80여곳에 달한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중개나 1∼2명이 활동하는 소규모 중개업자들까지 감안할 경우 최소 200여개 이상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소규모 업체의 경우 ‘부실’ 결혼의 가능성이 더욱 높다. 캄보디아 현지에선 한국말에 능숙한 통역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매 과정에서 왜곡된 정보가 교환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신부들의 경우 맞선 상대의 국적도 알지 못한 채 맞선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캄보디아 국제결혼도 ‘속전속결’=한국 남성이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을 하는 일정이나 절차는 베트남과 매우 유사하다. 결혼중개업체 대부분이 과거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중개업을 하다 옮겨온 경우가 많은 데다 신랑들의 결혼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특급’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의 국제결혼은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3박4일 또는 4박5일에 걸쳐 ‘신속하게’ 치러진다. 왕복 11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이틀안에 ‘인륜지대사’를 마무리짓는 셈이다. 다만 캄보디아는 전통혼례가 필리핀이나 베트남에 비해 화려하고 성대하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맞선의 형태도 베트남과 유사하다. 캄보디아 정부도 최근 단체 맞선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기존 호텔 등 공개 맞선 대신 노래방 단체 맞선이나 차량 이동 맞선 등 다양한 형태의 맞선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에서는 신랑이 마담들의 집을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신부들을 선택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각 마담의 집에는 5∼10명의 신부 후보들이 머물러 있으며, 신랑들은 4∼5곳을 거친 뒤 최종 신부를 확정하게 된다.
이들 신부는 프롬펜에서 버스로 5∼6시간 걸리는 껌뽕짬 등 시골 출신으로, 신랑이 머물고 있는 호텔 등에서 신상소개 등을 최종 확인한 뒤 결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또 신랑이 신부 선택에 고심할 경우 3∼4명의 신부 후보를 호텔로 불러 개별면담을 할 수 있지만 이것도 일부 업체로 국한된다.
신랑들에게 미리 신부들의 사진을 보여준 뒤 현지 만남을 통해 신부감을 확정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이 경우 단체 맞선에 비해선 신부의 인격이 존중되고 파혼률이 낮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선호 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 업체는 현지 노래방 등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사진을 올린 뒤 다른 여성을 소개하는 등 허위 중개 행위가 잇따르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자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hoice@kwangju.co.kr
지난달 14일 한국 남성과 결혼한 캄보디아 여성 샤레이(가명·20)씨. 샤레이씨는 5박6일의 짧은 결혼일정을 마치고 프롬펜 공항으로 향하는 남편과 시아버지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샤레이씨는 남편 일행이 공항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계속 전화통화를 시도하며 이별을 못내 아쉬워했다.
샤레이씨는 남편을 태운 승용차가 프롬펜 시내를 오가는 차량들 사이로 사라지자 체념한듯 곁에 있던 신부 2명과 함께 숙소로 향했다. 이 숙소는 한국말과 음식 등을 익힐 수 있도록 남편들이 공동으로 마련해준 곳으로,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3명의 신부가 함께 생활하게 된다.
현지 통역 메이(여·30)씨는 숙소로 향하는 차에 오른 뒤 “40∼50일을 프롬펜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한국의 언어나 풍습을 익히고 가면 훨씬 쉽게 적응할 수 있다”며 시무룩한 표정의 신부들을 달랬다.
◇베트남 업체들, 캄보디아로 이동 ‘러시’=올 들어 캄보디아 프롬펜 공항에서는 한국으로 떠나는 신부들을 배웅하기 위한 가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한국 남성들의 베트남 국제결혼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인근 캄보디아 여성을 신부로 맞이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 7월 혼인법을 개정한 이후 기존 베트남 결혼중개업체들이 대거 캄보디아로 몰려오고 있다. 베트남에 비해 단체 맞선 등에 대한 단속이 덜한 데다 결혼비자를 발급받는 기간도 베트남의 절반 이하인 2개월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 업체는 현지 마담이나 통역 등 일정한 중개 시스템 조차 갖추지 않은채 영업에 나서면서 파혼이나 계약파기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악덕업체는 캄보디아 경찰이나 관리를 매수해 경쟁 업체를 고발하거나 서류 통과를 지연시키는 등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에서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전문업체는 모두 50여개. 이 가운데 10곳 이상이 올들어 베트남에서 옮겨왔으며, 캄보디아 진출을 고려중인 업체도 80여곳에 달한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중개나 1∼2명이 활동하는 소규모 중개업자들까지 감안할 경우 최소 200여개 이상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소규모 업체의 경우 ‘부실’ 결혼의 가능성이 더욱 높다. 캄보디아 현지에선 한국말에 능숙한 통역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매 과정에서 왜곡된 정보가 교환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신부들의 경우 맞선 상대의 국적도 알지 못한 채 맞선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캄보디아 국제결혼도 ‘속전속결’=한국 남성이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을 하는 일정이나 절차는 베트남과 매우 유사하다. 결혼중개업체 대부분이 과거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중개업을 하다 옮겨온 경우가 많은 데다 신랑들의 결혼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특급’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의 국제결혼은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3박4일 또는 4박5일에 걸쳐 ‘신속하게’ 치러진다. 왕복 11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이틀안에 ‘인륜지대사’를 마무리짓는 셈이다. 다만 캄보디아는 전통혼례가 필리핀이나 베트남에 비해 화려하고 성대하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맞선의 형태도 베트남과 유사하다. 캄보디아 정부도 최근 단체 맞선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기존 호텔 등 공개 맞선 대신 노래방 단체 맞선이나 차량 이동 맞선 등 다양한 형태의 맞선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에서는 신랑이 마담들의 집을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신부들을 선택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각 마담의 집에는 5∼10명의 신부 후보들이 머물러 있으며, 신랑들은 4∼5곳을 거친 뒤 최종 신부를 확정하게 된다.
이들 신부는 프롬펜에서 버스로 5∼6시간 걸리는 껌뽕짬 등 시골 출신으로, 신랑이 머물고 있는 호텔 등에서 신상소개 등을 최종 확인한 뒤 결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또 신랑이 신부 선택에 고심할 경우 3∼4명의 신부 후보를 호텔로 불러 개별면담을 할 수 있지만 이것도 일부 업체로 국한된다.
신랑들에게 미리 신부들의 사진을 보여준 뒤 현지 만남을 통해 신부감을 확정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이 경우 단체 맞선에 비해선 신부의 인격이 존중되고 파혼률이 낮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선호 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 업체는 현지 노래방 등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사진을 올린 뒤 다른 여성을 소개하는 등 허위 중개 행위가 잇따르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자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hoice@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