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빼기를 연습하던 2학년 정권호(9)군은 “수업이 끝난 뒤 친구들과 모여 공부를 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앞으로도 계속 수업을 받고 싶다”며 싱글거렸다. 안 교사는 “다문화 가정 자녀 가운데 일부는 학습력과 의사소통능력, 이해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방과 후 학교’를 통해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며 “충분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호응도도 높고, 효과도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남지역 일선 초·중·학교에 재학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가 부쩍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나주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방과 후 학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남지역 453개 초등학교 가운데 가장 많은 27명의 다문화 가정 자녀가 재학하고 있는 이 학교는 지난 4월부터 이들이 참여하는 ‘방과 후 학교’를 가동시켰다.
의사소통능력이나 이해력 등이 다소 부족해 정상적인 학습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를 돕기 위해서다. 매주 월·화·목요일 정규수업이 끝난 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방과 후 학교에서는 한글 읽기와 쓰기, 수학 문제 풀이, 일기 쓰기 등 기초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보충수업이 실시된다.
그러나 문제는 나주초등학교를 비롯해 극히 일부 학교를 제외하곤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특별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최근 전남도교육청이 지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나주초등학교를 비롯한 2∼3곳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학교가 별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교육인적자원부가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개설 ▲대학생 멘토링 대상자로 다문화 가정 자녀 우선 선정 ▲교사 및 또래 집단과 1대1 결연을 통한 정서적 안정 도모 ▲교원연수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다문화 가정자녀 교육지원 대책’을 발표한 이후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의 경우 한국어가 미숙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함으로써 언어발달이 늦어져 학습능력과 이해력 등이 낮은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한국어로 진행되는 교육을 따라잡지 못해 학교졸업 후 사회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교육현장의 무관심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남도교육청 강홍숙 장학사는 이와 관련 “다문화가정 자녀는 부모의 경제·사회적 위치가 극히 취약해 일반 한국가정의 자녀라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기회가 적다”며 “특히, 유아기에 어머니로부터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을 받지 못해 언어발달이 늦어지고, 학습 이해도 및 성취력이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장학사는 그러나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이 교육 현장에서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뤄지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나주초등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초·중·고교의 경우 다문화 가정 자녀는 학교별로 2∼3명 정도, 많아봐야 5명인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이들을 위해 인력과 예산을 들여 따로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강 장학사는 “일선 학교에서도 특별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지만 따로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할 정도의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담임교사가 정규 수업시간에 이들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충분하다고는 볼 수는 없는 만큼,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행기기자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