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2세들의 힘겨운 나날 <15> 화순 천태초등학교의 다문화 교육
2007년 04월 29일(일) 19:20 가가
“각국 문화 배우며 마음의 벽 허물어요”
화순군 도암면 천태초등학교. 전형적인 산간벽지 농촌에 자리잡은 이 학교의 국제결혼 다문화가정 학생은 11명이다. 전교생 51명의 20%를 웃돈다. 학년별로는 1학년이 10명 중 3명, 2학년은 7명 중 4명, 3학년(9명)과 4학년(10명)이 각 2명 등이다. 2학년의 경우 절반 이상이 이주여성의 자녀들인 셈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남성과 동남아 출신 이주여성간 결혼이 급격히 늘었고, 저학년으로 갈수록 학생수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취학 자녀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종영 교장은 “학구내인 도암면 일대 다문화가정은 22가구에 그 자녀는 35명에 달하지만 이 중 현재 7가구만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어 향후 취학생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학생 증가에 따라 학교측은 최근 학생들(50명)과 교사(8명), 학부모 및 국제결혼 이주여성(30명)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일반 학생들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태도와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기초학습능력 수준, 학교 적응 상황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 전체 학생의 78%가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와 다른 생활양식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84%나 됐다. 또한 일본과 필리핀 출신이 대부분인 어머니들의 한글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학생들도 우리 글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도 다문화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교육을 하려해도 지도 자료가 없거나 방법을 몰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75%)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교사들은 또한 기초학력이 부족한 다문화가정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으나 부진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그에 따른 개별 프로그램의 개발 및 적용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부모들 역시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및 수용도가 매우 낮았다. 이주여성들의 경우 80%가 가정에서 숙제돕기 등 학습보충지도가 어렵다고 느끼고 있으며, 학교에서 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또한 한국어 공부와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한 목소리로 요청했다.
이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천태초등학교는 교육부에 ‘다문화교육 정책연구학교’ 지정을 신청, 올해 전국 20개교 가운데 하나로 지정받았다.
그 이후 전체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어 ‘다문화 이해 교육프로그램’를 설계했고 지난 3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교육의 초점은 ‘학생 개개인의 자아정체성 기르기’에 맞춰졌다.
연구부장으로서 프로그램 운영을 맡고 있는 김형래 교사는 “학생들에게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편견없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과 세계 시민의식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기초학력 수준을 높여주고 자아정체성을 함양시켜 당당한 한국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교사와 학생이 참여하는 ‘다문화 이해 교육프로그램’에는 ‘세계 여러나라의 인사말’ ‘인종과 주거형태’ ‘우리나라 가정과 외국 가정’ ‘약속에 대한 문화 차이’ ‘각 국의 민속무용 및 민속놀이’ ‘외국인 친구들에게 가족 소개하기’ ‘지구촌 시대’를 주제로 한 내용이 포함된다. 김 교사는 “7차 교육과정 5·6학년 교과서에 다문화 부분이 보완됐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일반 교과 내용에 더해 각 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방과후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1시간씩 이주여성들에게 한글과 국악을 가르쳐주고 상담도 해주는 ‘다문화가정 학부모 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미취학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유아교육도 실시한다.
다문화가정 학부모가 강사로 참여하는 ‘외국어 교실’ 프로그램도 있다. 일본과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이 직접 일본어와 영어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외국인과 외국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고 다른 나라의 풍습과 에티켓을 익히는 교육이다.
일반가정과 다문화가정 학생 6명씩 자매결연해 지역의 문화유적지 탐방과 책방나들이, 꽃밭가꾸기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는 ‘6남매 자매결연’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유네스코 광주·전남협회의 후원으로 매달 한 차례씩 개설되는 ‘외국인과 함께 하는 문화교실’은 인기 프로그램이다. 지난 21일 인도문화교실에는 광주과기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도 출신 실파 라니씨가 강사로 참여, 인도의 전통의상과 상징물 소개, 인사말 나누기, 전통 화장 ‘반디’ 및 아라비아 숫자로 그림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28일에는 현장 체험으로 광주 인도박물관을 견학하기도 했다.
문화교실에 참가한 2학년 홍은정양은 “우리는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데 인도도 우리랑 비슷하게 부른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며 “앞으로 궁금한 것은 더 알아 보고 인도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오는 10월에는 ‘다문화 행사주간’을 지정해 다문화이해 글짓기와 그림그리기, 음식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종합발표회도 가질 예정이다. 아울러 도서관을 리모델링하여 일본, 필리핀, 몽골,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각 국의 도서와 사진, 음식, 의상, 놀이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문화 체험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학부모와 함께 하는 일본어교실’의 강사이자 이 학교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인 기하라 아께미씨는 26일 수업을 마친 뒤 “아이들이 퍽 흥미 있어 하고 참여에도 적극적이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사자격증까지 있는 그는 학부모로서 역할에 대해 “모르는 단어가 많고 발음도 좋지 않아 아이들 공부 봐주기가 버겁다”며 “결국 학교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하라씨는 “아이들이 한·일간 과거사를 배우고 오면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본은 개인적인 문화이고 한국은 정의적인 차이가 있지만 개개인은 똑같은 인격체로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국제결혼 이민 여성이 많은 전남의 경우 2010년 이후에는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초등교육이 힘들어 질 것”고 지적했다.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관련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정후식기자 who@kwangju.co.kr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남성과 동남아 출신 이주여성간 결혼이 급격히 늘었고, 저학년으로 갈수록 학생수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취학 자녀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종영 교장은 “학구내인 도암면 일대 다문화가정은 22가구에 그 자녀는 35명에 달하지만 이 중 현재 7가구만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어 향후 취학생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학생 증가에 따라 학교측은 최근 학생들(50명)과 교사(8명), 학부모 및 국제결혼 이주여성(30명)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일반 학생들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태도와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기초학습능력 수준, 학교 적응 상황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 전체 학생의 78%가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와 다른 생활양식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84%나 됐다. 또한 일본과 필리핀 출신이 대부분인 어머니들의 한글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학생들도 우리 글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도 다문화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교육을 하려해도 지도 자료가 없거나 방법을 몰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75%)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교사들은 또한 기초학력이 부족한 다문화가정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으나 부진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그에 따른 개별 프로그램의 개발 및 적용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부모들 역시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및 수용도가 매우 낮았다. 이주여성들의 경우 80%가 가정에서 숙제돕기 등 학습보충지도가 어렵다고 느끼고 있으며, 학교에서 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또한 한국어 공부와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한 목소리로 요청했다.
이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천태초등학교는 교육부에 ‘다문화교육 정책연구학교’ 지정을 신청, 올해 전국 20개교 가운데 하나로 지정받았다.
그 이후 전체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어 ‘다문화 이해 교육프로그램’를 설계했고 지난 3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교육의 초점은 ‘학생 개개인의 자아정체성 기르기’에 맞춰졌다.
연구부장으로서 프로그램 운영을 맡고 있는 김형래 교사는 “학생들에게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편견없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과 세계 시민의식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기초학력 수준을 높여주고 자아정체성을 함양시켜 당당한 한국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교사와 학생이 참여하는 ‘다문화 이해 교육프로그램’에는 ‘세계 여러나라의 인사말’ ‘인종과 주거형태’ ‘우리나라 가정과 외국 가정’ ‘약속에 대한 문화 차이’ ‘각 국의 민속무용 및 민속놀이’ ‘외국인 친구들에게 가족 소개하기’ ‘지구촌 시대’를 주제로 한 내용이 포함된다. 김 교사는 “7차 교육과정 5·6학년 교과서에 다문화 부분이 보완됐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일반 교과 내용에 더해 각 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방과후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1시간씩 이주여성들에게 한글과 국악을 가르쳐주고 상담도 해주는 ‘다문화가정 학부모 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미취학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유아교육도 실시한다.
다문화가정 학부모가 강사로 참여하는 ‘외국어 교실’ 프로그램도 있다. 일본과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이 직접 일본어와 영어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외국인과 외국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고 다른 나라의 풍습과 에티켓을 익히는 교육이다.
일반가정과 다문화가정 학생 6명씩 자매결연해 지역의 문화유적지 탐방과 책방나들이, 꽃밭가꾸기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는 ‘6남매 자매결연’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유네스코 광주·전남협회의 후원으로 매달 한 차례씩 개설되는 ‘외국인과 함께 하는 문화교실’은 인기 프로그램이다. 지난 21일 인도문화교실에는 광주과기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도 출신 실파 라니씨가 강사로 참여, 인도의 전통의상과 상징물 소개, 인사말 나누기, 전통 화장 ‘반디’ 및 아라비아 숫자로 그림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28일에는 현장 체험으로 광주 인도박물관을 견학하기도 했다.
문화교실에 참가한 2학년 홍은정양은 “우리는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데 인도도 우리랑 비슷하게 부른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며 “앞으로 궁금한 것은 더 알아 보고 인도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오는 10월에는 ‘다문화 행사주간’을 지정해 다문화이해 글짓기와 그림그리기, 음식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종합발표회도 가질 예정이다. 아울러 도서관을 리모델링하여 일본, 필리핀, 몽골,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각 국의 도서와 사진, 음식, 의상, 놀이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문화 체험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학부모와 함께 하는 일본어교실’의 강사이자 이 학교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인 기하라 아께미씨는 26일 수업을 마친 뒤 “아이들이 퍽 흥미 있어 하고 참여에도 적극적이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사자격증까지 있는 그는 학부모로서 역할에 대해 “모르는 단어가 많고 발음도 좋지 않아 아이들 공부 봐주기가 버겁다”며 “결국 학교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하라씨는 “아이들이 한·일간 과거사를 배우고 오면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본은 개인적인 문화이고 한국은 정의적인 차이가 있지만 개개인은 똑같은 인격체로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국제결혼 이민 여성이 많은 전남의 경우 2010년 이후에는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초등교육이 힘들어 질 것”고 지적했다.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관련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정후식기자 who@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