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다문화 가정의 가족 모임에서 ‘다문화 가정의 자녀양육’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전남 각 지역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이 모였는데 족히 30∼40가족이 넘게 보였으며 한두 가정을 제외하고는 여성이 외국인이었다. 신혼부부부터 아이를 둘이나 데리고 온 부부까지 다양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먼저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였더니 놀랍게도 그들 중 상당수가 우리나라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부모를 위한 강의였지만 가장 중요한 엄마가 우리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반쪽 강의가 되고 말았다.
통계(2005년, 전남도청)에 의하면 광주·전남 지역의 다문화 가정은 2천99가구로 그들의 자녀가 2천442명이다. 연령별로는 취학 전 아동과 초등학생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성장기 중 부모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시기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며 양육자의 성격, 정서 및 가치관에 따라 아동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 대한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아동의 발달 시기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양상이 다른데, 1세 이하에서는 애착장애가 나타나며 4세 까지는 언어장애 그리고 학령기 아동에게서는 학습 부진이나 정서장애가 올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 같은 장애는 단일문화 가정에서도 나타나는데, 다문화 가정의 아동이 여러 여건상 단일 문화가정의 아동보다 다소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실질적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의 정신건강 실태조사(2005년 전남도청)에 의하면 언어장애를 포함한 발달장애 빈도가 가장 높았으며 정서장애와 행동장애가 그 뒤를 이었다. 대부분 반드시 치료가 필요했지만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거리가 멀어 ▲부모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데리고 다닐 사람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또는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아서 등으로 다양했다.
발달장애의 특징상 1∼2회의 치료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아동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되어야할 요건들이 있다. 먼저, 일주일에 1∼3회 정도를 방문하려면 그들 가까이에 치료 센터가 있어야 하며 둘째 치료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모들이 자녀의 문제를 인식하고 또 치료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부모들을 설득하고 교육해야 한다.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아동과 가족, 학교 및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다각적인 차원의 예방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다문화 가정의 자녀 양육과정에서 빚어지는 어려움은 많이 줄어들 수 있다. 즉, ▲아동의 정신 건강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학교에서 일대일 짝짓기를 통해 아동이 소외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며 ▲부모의 자녀 양육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또 자녀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전체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및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의사소통 장애를 해소하고 ▲바람직한 자녀 양육을 위한 부모교육이, 가족과 지역사회 차원에서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이 구체화되고 가시화되면, 갈수록 늘어가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광주 참사랑 정신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