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2세들의 힘겨운 나날 <13> 다문화가정 자녀 실태
2007년 04월 15일(일) 18:38 가가
국제결혼으로 인한 사회 부적응 및 생활고와 아픔은 이주여성 자신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2세인 자녀들에게도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어머니의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언어 발달이 더디고 이는 기초학력 부진으로 이어진다.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적 풍토 속에 또아리 튼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별은 이들을 더욱 힘겹게 한다.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교육 부족 탓에 또래 집단의 따가운 시선과 따돌림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주여성들도 한국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자녀 교육을 꼽고 있다. 그들의 자녀가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지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주여성들의 한국 생활 진단에 이어 〈제3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실태와 교육의 문제점을 심층 점검해본다.
‘아기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오게 하겠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 전남지사 후보가 내건 선거 공약이다. 이농과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돼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인 농어촌마을을 개발하여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오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농업·농촌의 붕괴와 날로 저하되는 출산율은 이런 희망을 한낱 기대에 그치게 만들었다.
그러던 농촌지역에 최근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들은 노인들 뿐인 시골마을에 활력과 웃음을 되찾아 주는가 하면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 직전에 놓인 농촌학교를 살려내기도 한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자녀들이다.
광주·전남지역 국제결혼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5천여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 지난해 말 자체 조사를 통해 3천755명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1∼5세의 영유아가 1천997명(53.2%)으로 가장 많고 6∼12세 1천513명(40.3%), 13∼18세 173명(4.6%), 19세 이상이 72명(1.9%)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나주시가 339명으로 최다였고 해남군 263명, 화순군 249명, 영암군 238명 등 주로 농촌지역에 많이 살고 있다. 순천시와 여수시, 무안군과 고흥군 등도 200명을 넘어섰고 나머지 시·군은 79명(구례)∼190명(장흥) 사이였다.
이들의 어머니인 이주여성 3천537명의 결혼 전 국적은 중국 33.1%, 베트남 21.6%, 필리핀 21.5%, 일본 15.7% 등으로 아시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주여성의 직업은 전업주부가 71.7%, 농업 18.3%, 식당업 1.4% 등으로 어려운 살림살이를 짐작케 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들 가운데 초·중·고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이미 1천3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에는 초등학생 997명, 중학생 80명, 고등학생 18명 등 모두 1천95명에 달했다. 광주의 경우 초등학생 182명, 중·고생 12명 등 194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초등학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1990년대 후반 들어 한국인 남성과 동남아 이주 여성 사이에 국제결혼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실제 자녀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1998년부터 부모 중 한 쪽이 한국인이면 아이들은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도록 돼 있어 통계를 잡기가 어려운데다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스스로 밝히기를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지역에선 총각 10명 중 4명이 동남아 이주여성과 혼인할 정도로 국제결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다 그들의 자녀가 취학연령에 도달하면서 학생 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육부는 10년 쯤 뒤에는 농어촌 학생의 4분의 1을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채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더욱이 농도인 전남은 전국 농촌지역만을 놓고 볼 때 이주여성과 자녀들이 가장 많다.
하지만 부모의 낮은 경제·사회적 지위와 언어·문화·교육방식의 차이 등으로 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유아기에 한국어가 미숙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함에 따라 언어발달이 지체되고 학습 이해도 또한 낮을 수 밖에 없다. 외모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래인력연구원(연구책임자 설동훈)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지난 2005년 945쌍의 결혼이민 여성과 한국인 남편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 17.6%는 자신의 자녀들이 또래 아이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전체의 21%는 자녀의 숙제를 거의 봐주지 못하고 있었고, 숙제를 도와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한국어였다. 6세 이하 미취학 자녀의 어린이집·유치원 이용률은 14.5%로 우리나라 일반가정(56.8%)에 비해 현저히 낮았으며, 30∼40%가량이 높은 양육비용과 사교육비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광주시교육청이 182명의 초등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59%가 한국어 소통 때문에 자녀의 학과공부를 도와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응답했으며, 학교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낮은 학업 성취(37%)와 교우 관계(20%)를 꼽았다. 자녀의 친구들에게 다문화가정임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13%나 됐다.
최근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는 결혼이민자 가족의 68.5%가 직접 아동 양육을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주간에 아동 혼자 지내는 경우가 7.2%로 국민 전체(2.3%, 2005년 기준)의 세 배에 달해 아동양육에 대한 지원의 손길이 절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조선족 출신 김모씨(45)에게도 자녀 교육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김씨는 “말은 대충 통하지만 읽기·쓰기를 제대로 못해 공부를 봐줄 수가 없다”며 “돈이나 많으면 학원이라도 보내겠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중국 한족 출신 원모(42)씨도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속이 상할 때가 많다”며 “유치원에 보내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된다”고 밝혔다.
일본인 이주여성 자녀인 광주S초등학교 4학년 김모(12)군은 “공부할 때 어머니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의 조사에선 자녀의 학교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이 70%로 나타나 교육지원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후식기자 who@kwangju.co.kr
이주여성들도 한국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자녀 교육을 꼽고 있다. 그들의 자녀가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지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주여성들의 한국 생활 진단에 이어 〈제3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실태와 교육의 문제점을 심층 점검해본다.
‘아기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오게 하겠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 전남지사 후보가 내건 선거 공약이다. 이농과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돼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인 농어촌마을을 개발하여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오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농업·농촌의 붕괴와 날로 저하되는 출산율은 이런 희망을 한낱 기대에 그치게 만들었다.
그러던 농촌지역에 최근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들은 노인들 뿐인 시골마을에 활력과 웃음을 되찾아 주는가 하면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 직전에 놓인 농촌학교를 살려내기도 한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자녀들이다.
광주·전남지역 국제결혼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5천여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 지난해 말 자체 조사를 통해 3천755명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1∼5세의 영유아가 1천997명(53.2%)으로 가장 많고 6∼12세 1천513명(40.3%), 13∼18세 173명(4.6%), 19세 이상이 72명(1.9%)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나주시가 339명으로 최다였고 해남군 263명, 화순군 249명, 영암군 238명 등 주로 농촌지역에 많이 살고 있다. 순천시와 여수시, 무안군과 고흥군 등도 200명을 넘어섰고 나머지 시·군은 79명(구례)∼190명(장흥) 사이였다.
이들의 어머니인 이주여성 3천537명의 결혼 전 국적은 중국 33.1%, 베트남 21.6%, 필리핀 21.5%, 일본 15.7% 등으로 아시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주여성의 직업은 전업주부가 71.7%, 농업 18.3%, 식당업 1.4% 등으로 어려운 살림살이를 짐작케 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들 가운데 초·중·고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이미 1천3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남에는 초등학생 997명, 중학생 80명, 고등학생 18명 등 모두 1천95명에 달했다. 광주의 경우 초등학생 182명, 중·고생 12명 등 194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초등학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1990년대 후반 들어 한국인 남성과 동남아 이주 여성 사이에 국제결혼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실제 자녀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1998년부터 부모 중 한 쪽이 한국인이면 아이들은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도록 돼 있어 통계를 잡기가 어려운데다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스스로 밝히기를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지역에선 총각 10명 중 4명이 동남아 이주여성과 혼인할 정도로 국제결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다 그들의 자녀가 취학연령에 도달하면서 학생 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육부는 10년 쯤 뒤에는 농어촌 학생의 4분의 1을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채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더욱이 농도인 전남은 전국 농촌지역만을 놓고 볼 때 이주여성과 자녀들이 가장 많다.
하지만 부모의 낮은 경제·사회적 지위와 언어·문화·교육방식의 차이 등으로 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유아기에 한국어가 미숙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함에 따라 언어발달이 지체되고 학습 이해도 또한 낮을 수 밖에 없다. 외모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래인력연구원(연구책임자 설동훈)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지난 2005년 945쌍의 결혼이민 여성과 한국인 남편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 17.6%는 자신의 자녀들이 또래 아이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전체의 21%는 자녀의 숙제를 거의 봐주지 못하고 있었고, 숙제를 도와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한국어였다. 6세 이하 미취학 자녀의 어린이집·유치원 이용률은 14.5%로 우리나라 일반가정(56.8%)에 비해 현저히 낮았으며, 30∼40%가량이 높은 양육비용과 사교육비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광주시교육청이 182명의 초등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59%가 한국어 소통 때문에 자녀의 학과공부를 도와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응답했으며, 학교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낮은 학업 성취(37%)와 교우 관계(20%)를 꼽았다. 자녀의 친구들에게 다문화가정임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13%나 됐다.
최근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는 결혼이민자 가족의 68.5%가 직접 아동 양육을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주간에 아동 혼자 지내는 경우가 7.2%로 국민 전체(2.3%, 2005년 기준)의 세 배에 달해 아동양육에 대한 지원의 손길이 절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조선족 출신 김모씨(45)에게도 자녀 교육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김씨는 “말은 대충 통하지만 읽기·쓰기를 제대로 못해 공부를 봐줄 수가 없다”며 “돈이나 많으면 학원이라도 보내겠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중국 한족 출신 원모(42)씨도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속이 상할 때가 많다”며 “유치원에 보내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된다”고 밝혔다.
일본인 이주여성 자녀인 광주S초등학교 4학년 김모(12)군은 “공부할 때 어머니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의 조사에선 자녀의 학교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이 70%로 나타나 교육지원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후식기자 who@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