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과 문화적 차이
2007년 03월 05일(월) 14:11 가가
국제결혼 가정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다. 문화란 세계를 이해하는 관점이자 삶의 구체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국제결혼 당자사는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과 역사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미 체득되어 있는 세계관과 삶의 양식을 서로 조정하는 문제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수준에서 문화적 차이는 무엇보다 일상적인 삶에서 나타난다. 인간의 삶이 보편성을 띠는 부분도 있지만, 구체적인 삶의 방식에 있어서는 모든 사회들이 고유한 생활문화를 갖고 있다.
한 사회에서 나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전혀 의식조차 되지 않는 문제들이, 이주해 온 사람들에게는 힘겨운 학습과 극복의 대상이 된다. 예컨대 농촌 생활에서는 새벽에 일어나서 농사일을 해야 하지만 이런 삶을 가져본 적조차 없는 사람들에게는 새벽부터 노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국제이주를 해 온 여성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의 고유한 일상적 생활문화를 이해시킴과 아울러 이들의 일상문화를 상호 이해하는 일이다.
또 한국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이 없었던 여성들이 한국에 대해 갖게 되는 이미지는 주로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만들어진 경제적으로 부유한 도시민의 생활상이며, 이런 환상은 한국의 농촌을 접하는 순간 여지없이 깨져 버리는 문제가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수준 외에 아시아권 여성들에게 한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낭만적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이 환상이 무너졌을 때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또 하나 짚어보아야 할 문제는 최근의 국제결혼 경향이, 남성과 여성의 나이 차가 뚜렷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결혼이 증가하고 있는 국가인 베트남이나 태국의 경우 여성은 주로 20대 초·중반의 연령인 반면 남성은 3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까지의 연령으로 20년 가까운 연령 차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곧 국제결혼으로 인한 사회간 문화적 차이에 더해서 세대문화의 차이까지 겹쳐져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나의 문화와 상대방의 문화를 위계적인 것으로 대하는 태도다. 즉 여성 모국의 문화보다 한국의 문화가 우월하다고 여기는 태도이며, 이런 상황 하에서는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문화적 경험을 버리거나 크게 수정하여 남성의 문화에 맞추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억압적인지는 우리가 다른 나라를 한번이라도 여행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사회의 문화에 무조건적으로 적응한다는 것은 매우 큰 노력과 개인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국 남편들은 이러한 문화적 우월성을 자연스럽게 강요하는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이런 태도의 원인을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정당화할 경우 이는 거의 폭력에 가까운 행위가 된다.
국제결혼의 비중이 점점 높아져 가고 있지만 한국의 남편이나 가족들은 여전히 ‘우리’의 문화에 이주 여성들이 적응해 줄 것만을 요구하고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서로 학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주 여성들을 우리 문화에 적응했느냐 못했느냐의 잣대로 평가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그 여성들의 문화를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자기 반성의 잣대가 필요한 것이다.
박해광<전남대 사회학과 교수·전남대 문화예술 특성화사업단 기획부장>
개인적인 수준에서 문화적 차이는 무엇보다 일상적인 삶에서 나타난다. 인간의 삶이 보편성을 띠는 부분도 있지만, 구체적인 삶의 방식에 있어서는 모든 사회들이 고유한 생활문화를 갖고 있다.
한 사회에서 나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전혀 의식조차 되지 않는 문제들이, 이주해 온 사람들에게는 힘겨운 학습과 극복의 대상이 된다. 예컨대 농촌 생활에서는 새벽에 일어나서 농사일을 해야 하지만 이런 삶을 가져본 적조차 없는 사람들에게는 새벽부터 노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국제이주를 해 온 여성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의 고유한 일상적 생활문화를 이해시킴과 아울러 이들의 일상문화를 상호 이해하는 일이다.
또 한국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이 없었던 여성들이 한국에 대해 갖게 되는 이미지는 주로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만들어진 경제적으로 부유한 도시민의 생활상이며, 이런 환상은 한국의 농촌을 접하는 순간 여지없이 깨져 버리는 문제가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수준 외에 아시아권 여성들에게 한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낭만적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이 환상이 무너졌을 때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또 하나 짚어보아야 할 문제는 최근의 국제결혼 경향이, 남성과 여성의 나이 차가 뚜렷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결혼이 증가하고 있는 국가인 베트남이나 태국의 경우 여성은 주로 20대 초·중반의 연령인 반면 남성은 3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까지의 연령으로 20년 가까운 연령 차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곧 국제결혼으로 인한 사회간 문화적 차이에 더해서 세대문화의 차이까지 겹쳐져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나의 문화와 상대방의 문화를 위계적인 것으로 대하는 태도다. 즉 여성 모국의 문화보다 한국의 문화가 우월하다고 여기는 태도이며, 이런 상황 하에서는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문화적 경험을 버리거나 크게 수정하여 남성의 문화에 맞추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억압적인지는 우리가 다른 나라를 한번이라도 여행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사회의 문화에 무조건적으로 적응한다는 것은 매우 큰 노력과 개인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국 남편들은 이러한 문화적 우월성을 자연스럽게 강요하는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이런 태도의 원인을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정당화할 경우 이는 거의 폭력에 가까운 행위가 된다.
국제결혼의 비중이 점점 높아져 가고 있지만 한국의 남편이나 가족들은 여전히 ‘우리’의 문화에 이주 여성들이 적응해 줄 것만을 요구하고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서로 학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주 여성들을 우리 문화에 적응했느냐 못했느냐의 잣대로 평가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그 여성들의 문화를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자기 반성의 잣대가 필요한 것이다.
박해광<전남대 사회학과 교수·전남대 문화예술 특성화사업단 기획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