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다. 지난 7일이 입추(立秋)였고, 말복(14일) 더위가 막바지 몸부림치고 나서 여름 더위가 가신다는 처서(處署)마저 지났다. 이제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아이들 방학이 막바지에 이른 8월 말. 이미 바캉스를 다녀온 가족들도 많겠지만 개학 전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테마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환갑을 맞은 퇴역 군함을 둘러보고 다양한 체험을 해보자. 660억원짜리 군함의 함장이 되어 ‘함포 정조준 발사’를 명령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권해본다. 삽교호 관광지에 들어서면 즐비한 횟집이 입맛을 돋운다. 펄떡 거리는 대하와 횟감의 유혹을 잠시 뒤로 미루고 함상공원에 들어선다. 매표소를 지나 공원에 들면 해군 기지에 온듯한 착각마저 든다. 바다 위에 2대의 군함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왼쪽은 입을 벌리고 있는 상륙함(LST·679호), 오른쪽은 전투함인 구축함(D·D·925함)이다. 상륙함은 1945년 미국에서 건조돼 미 해군에서 활동하다 1958년 10월 한국해군에 인도돼 ‘화산함’으로 명명됐다. 현역에서 55년간 활동했으며 상륙작전과 수송임무를 주로 수행하는데 40㎜함포와 20㎜기관포로 무장하고 있다. 수륙양용전차(L·V·T)15대와 차량 15대 정도를 탑재하고 해병대 작전병력 500명을 수송한다. 실제로 월남전에 보트 피플 구출작전에 사용되기도 한 배다. 구축함은 주로 잠수함과 항공기를 공격하기 위한 전투함이다. 2차대전 때인 1944년 미국에서 건조돼 37년간 미해군 함대 사령부 예속 함정으로 작전을 수행하다 1981년 8월 해군에 인도돼 전주함으로 명명됐다. 약 17년간 국토방위 임무를 수행하다 1998년 퇴역했다. 구축함이 64㎞속도로 일주일 정도 항해하는데 8억원(200ℓ 4천드럼)이 소요된다. 두 대 모두 반세기를 넘도록 대양을 누비며 임무를 수행한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 했으나 3년전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됐다. 입구에서 해군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상륙함의 바우도어(bow door)를 지나니 해군의 역사와 활동상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나온다. “해군의 동그란 흰 모자는 배가 침몰할 경우 물을 퍼낼 수 있도록 제작됐고, 해군의 넥타이가 긴 것은 유사시 로프, 압박붕대, 매듭 등으로 활용됩니다” 해군복장이 바다에서 생존하기 위한 수단과 연결돼 있다는 가이드 김주삼(35)씨의 설명에 단체 관광객들의 고개가 끄덕거려 진다. 〔〈【김경민(13·경기도 안성시 당왕동)군은 “평범하고 멋있게만 보이는 해군복에 이러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신기해 한다. 】〉〕해군의 내부반도 완벽하게 꾸며져 있다. 이발소, 세탁소, 병원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작전실에 붙어 있는 ‘졸면 죽는다’는 문구에서 생사를 오가는 군인들의 긴장된 시간들을 엿볼 수 있다. 이어서 실제 상륙작전에 투입되는 ‘귀신 잡는 해병’의 활약상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이동한다. 해병대 군복의 단추는 윗 덮개가 있는데 이것도 상륙할 때 하선망에 걸리기 않게 하기 위한 장치중의 하나다. 동절기 40㎏, 하절기 35㎏의 해병대 군장을 직접 등에 져보는 아이들은 “우와 이렇게 무거운 걸 짊어지고 전쟁을 하는거야”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상륙함과 연결된 구축함은 체험관으로 꾸며졌다. 함장이 아니면 손 댈 수 없는 조타실 키를 잡고 배를 조종해보고 함장실에 앉아 전송관을 통해 작전명령을 내리는 재미에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거움을 감추지 못한다.〔〈【 “당신은 육군 제대했잖아요” 아이들과 함께 온 아버지가 함장실에 대해 아는체를 하자 어머니가 진실을 폭로해 잠시 웃음 바다가 되기 도 한다.】〉〕 체험관 최고의 인기는 함포사격. 뱃머리에 자리 잡은 40mm함포에 앉아 가상의 적기를 맞추기 위해 조종간을 잡고 조준선 정열을 하는 아이들의 눈매가 매섭다. 어른들도 군 생활을 접은지 세월이 흘렀지만 조종간을 잡으며 아련한 병영시절로 돌아가기도 한다.〔〈【 김철수(43·경북 영천 야사동)씨는 “해경 제대를 했지만 이렇게 큰 전투함과 상륙함을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다”며 “아이들도 함상체험을 좋아하지만 군 생활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곳은 ‘태양속으로’ ‘블루’ ‘동해물과 백두산이’ 등 해군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 전월철 삽교호 함상공원 고객서비스 팀장은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고 말했다. 】〉〕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입장이 가능하며 연중무휴다. 입장료 성인 5천원, 어린이 4천원. (문의) 041-362-3321.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