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 부릉! 와아앙!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괴성을 지르는 엔진소리와 ‘크리스마스 트리 신호등(황색-녹색-적색순으로 드래그 레이스 출발을 알리는 신호등)’의 빨간 신호등이 켜지는 순간 땅을 움켜쥐듯 튀어나가는 드래그 머신들. 고무타는 냄새와 함께 하얀 연기를 뒤로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두 대의 자동차가 400m를 질주한 시간은 불과 10여초 안팎. 관람객들 사이에서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오고 활시위 처럼 팽팽히 당겨졌던 긴장감에 손에서는 땀이 베어나온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드래그 레이스(DRAG RACE)’. 드래그레이스란 차의 가속성능을 겨루는 전형적인 미국형 자동차 경기로 1948년 캘리포니아에서 최초로 주최되었다. 4분의 1마일(Quater mile )을 두 대의 차량이 누가 빨리 도착하느냐를 겨루는 경기다. 1마일이 1.61㎞이기 때문에 ㎞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400m 경기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건상 350∼400m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자동차 운전대를 잡아본 운전자들이라면 한 번쯤 드래그 레이스를 경험했거나 보았을 것이다. 거리에서 신호대기시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뀜과 동시에 급 발진하면서 옆의 차보다 빨리 스타트 하는 것이 곧 드래그 레이스다. 드래그 레이스는 이처럼 9∼13초대의 짧은 시간에 결정이 되기 때문에 마니아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0.01초의 판가름을 짓는 빠른 스피드의 박진감 넘치는 짜릿함은 드래그레이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다. 기어변속 3단정도에서 승부가 가려지므로 최고속도보다는 순발력이 더욱 중요하다. 이같은 매력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드래그 레이스’는 새로운 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전남 영암군 삼호면 대불산단 특설트랙에서 열린 ‘2005 코리아 드래그 챔피언십’ 자동차 경주대회. 아직은 낯설기만한 ‘드래그 레이스’대회이지만 두 대의 차량이 출발선에서 400m 빨리달리기를 겨루는 간단한 규칙 때문에 관람객들은 금방 경기에 빠져들었다. 스타트 지점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계측기 신호등에 의해 2대 동시 출발 하는 장면은 스피드와 긴장감을 최고조로 올려준다. 결승으로 올라갈 수록 씨름의 샅바 싸움처럼 스타트 정열에서부터 심리전이 치열하다. 스타트 선 뒤에서는 다음에 출발할 차량들이 번 아웃(Burn Out)을 실행하느라 타이어 타는 냄새와 함께 하얀 연기가 차체를 감싸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듯이 으르렁 거리는 자동차가 한편으론 무섭기도 하지만 그 긴장감은 어떤 종목에서 느낄 수 없는 짜릿함을 동반하고 있다. 번아웃은 정지한 상태에서 구동바퀴를 빠르게 회전시켜 마찰력을 통해 타이어의 표면을 고르게 하고 접지면의 온도를 최적으로 과열하여 스타트 때 휠스핀(헛바퀴 돌기)를 예방하고 주행중 최대한의 접지력을 확보하여 기록을 앞당기게 하는 테크닉으로 드래그레이스의 재미있는 볼 거리 중 하나다. 드래그 전문 프로 선수 종목으로 접어들면서 관람객들의 긴장감은 더해간다. 날렵한 경주용 차량들이 번 아웃을 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10초 안팎의 기록들이 터져나올 때 마다 관람객들은 탄성을 토해내며 드래그 레이스의 세계에 빠져든다. 무더운 날씨에도 관람객들은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않는다. 김재홍(25· 목포시 남교동)씨는 “TV에서 F1대회는 가끔 봤지만 드래그 경기는 처음 본다”며 “빠른 시간에 결과가 나오는데다 용수철이 튕겨져 나가는 듯한 자동차의 순발력 겨루기가 무척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날의 백미는 배기량과 관계없이 겨루는 OPEN스페샬(프로선수들만 겨루는 경기) 터보 4WD FR 종목에서 만난 마티스와 세계적인 스포츠카 포르셰’의 대결. 관람객들은 포르셰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마티스의 완승. 마티스가 2천여만원을 들여 튜닝(경주용 차로 개조)을 한 드래그 전용차량이지만 상대는 1억6천여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스포츠카 였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는 자동차의 순발력을 겨루는 드래그 레이스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드래그 경기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일반전 4개 종목과 오토 차량, RV(SUV 포함) 종목과 전문 드래그 선수층을 위한 OPEN스페샬(FF,FR,4WD)3개 종목 등 총 9개 클래스에서 경기가 열린다. 이번 영암대회에선 이맹근(46·서울시) 선수가 자신의 애마인 ‘스카이라인GTR’ 로 9초 42로 골인해 지난 2003년 KDF(코리아 드래그 페스티벌)예선 3차전에서 수립한 자신의 기록(9초 74)을 경신하는 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 이 지역에서도 F1대회 개최라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최혜진(38·목포시 하당동)씨는 “드래그 레이스라는게 어떤 대회인지 몰랐는데 와서 직접 보니까 박진감 넘치고 스피디 한게 스릴과 짜릿한 감동을 준다”며 “마티스가 포르셰를 이기는 것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 /사진=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