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다문화 채용, 편견 극복 10년 걸렸어요”
2025년 02월 25일(화) 20:10
외국인 고용 앞장서는 ‘시엘병원’ 최범채 원장
직원 10명 중 1명 몽골 등 이주 여성…현재 5명 근무
“외국인 포용 시스템 마련은 결국 우리 미래 위한 길”

왼쪽부터 시엘병원 코디네이터 하타지 카에데씨, 최범채 원장, 몽골 출신 조세화 팀장과 간호조무사 이세영씨.

광주·전남지역에 외국인 상주 인구가 12만 명을 넘어섰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직원의 10%를 항상 외국인으로 고용한 병원이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 난임치료 전문병원 ‘시엘병원’이다.

전 직원이 70명인 이 병원에는 현재 몽골인 출신 조세화 대외협력실 팀장을 비롯해 몽골인 간호조무사,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일본인 코디네이터 등 5명의 외국인이 근무 중이다. 2010년 외국인을 고용한 이후 채용과 퇴직이 반복됐지만 항상 5~6명을 유지하고 있다.

최범채(65) 원장이 여러 명의 외국인 직원을 상시 고용한 것은 우리 지역에 많은 다문화 가정이 있고, 거기에 고학력 외국인이 많음에도 노동자로만 인식되는 상황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장벽도 있었다. 전문 직종인 병원에서 한국어도 제대로 습득 안 된 외국인을 뽑는다는 내부 직원들의 반대,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을 채용한 것 아니냐는 환자들의 오해도 있었다.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하기까지 10년이 걸렸어요. 지금 우리 병원 직원들은 이주 여성들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아요. 외국인들은 절실한 만큼 더 노력하고 성실하며, 애사심이 큽니다. 장기근속율도 높고 업무에 필수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15년째 시엘병원에서 근무 중인 조세화(40·통갈락) 대외협력실 팀장은 계약직으로 외국인 환자를 응대하는 일을 하던 중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해 병원 일을 도왔다. 2015년 병원이 해외 사업을 확장할 때 국제팀 업무를 거쳐 현재 국내 홍보 마케팅과 해외 사업 파트를 담당하는 간부가 됐다.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운 그는 병원 일을 하면서 방송통신대 영문과, 조선대 의료관광경영학 박사를 수료하는 등 끊임없이 배웠다.

“외국인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아요. 원장님은 저를 키워준 또 다른 부모입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에 더 잘 하고 싶었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 역량을 펼치고 싶어 치열하게 준비해왔습니다.”

조 팀장은 외국인 환자를 적극 유치하고, 몽골-한국 간 민간 외교역할을 하는 등 다양한 사회 공헌을 인정받아 몽골 보건복지부 장관 훈장 등을 받았다.

몽골 출신 나현정(52·마르트)·이세영(44·오트겅차강)씨는 병원에서 통번역을 하다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 워킹 홀리데이로 한국에 왔다 정착한 일본 출신 하타지 카메데(30)씨는 코디네이터로 근무 중이며, 우즈베키스탄 김엘레나(42)씨도 안내 및 통역 일을 하고 있다.

‘모두에게 기회를 주자’는 게 최범채 원장의 철학이다.

“우리가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 북한 새터민 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대학, 시·도, 기업 등에서 일정 부분 외국인들에게 기회를 주고 다문화 고급 인력에 대해 책임 있는 고용을 한다면, 결국 우리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시엘병원은 2010년부터 몽골 난임환자 치료 진행을 비롯 몽골과 러시아에 해외 분원을 설립하는 등 국내에서 해외 의료 진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인 시엘병원은 코로나 이전에는 1200명 정도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으며, 현재는 매년 7~800명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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