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불 꺼지는 공장 … 전남 경제의 ‘심장’이 식어간다
2025년 02월 09일(일) 20:30 가가
[위기의 여수산단] <상> 불황의 실태
문 닫힌 공장 ‘출입금지’ 팻말
방수포 덮인 제품 공터에 쌓여
지난해 1분기 생산액 22% 감소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도 급락
문 닫힌 공장 ‘출입금지’ 팻말
방수포 덮인 제품 공터에 쌓여
지난해 1분기 생산액 22% 감소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도 급락


전남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여수 석유화학산업이 고유가와 중국·중동의 저가 밀어내기 전술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가동을 중단하는 석유화학 공장이 늘어나고 있고, 기업들의 영업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6일 여수국가산단 전망대에서 바라본 여수산단 전경.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전남 경제의 ‘심장’인 여수 석유화학산업의 활력이 사라졌다. 고유가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 수요 둔화, 중국·중동 등의 저가 공세 등이 겹치면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매년 감소하면서 여수시의 세입 감소, 직원 임금 동결 내지 삭감 등으로 전남 동부지역의 주요 상권의 불도 꺼지고 있다. 광주일보는 여수산단과 전남 동부권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고 전남도의 대책 등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지난 6일 찾은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한 석유화학 공장. 국내 한 석유화학 기업 소유 약 3만㎡ 규모의 공장은 가동을 멈춘 채 직원 한 명 찾아보기 어려웠고 적막함만이 흘렀다. 가동 중인 석유화학 공장에서 굉음을 뿜어내는 것과 달리 이 공장에서는 소음은커녕 세찬 광양만의 바닷바람 소리만이 공장 부지 안을 가득 채웠다.
최대 150명이 동시 근무했던 이 공장은 직원들이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사무 업무를 보던 붉은색 벽돌 건물마저 입구가 굳게 닫혀있었다. 공장 내부로 깊숙이 들어서자 ‘출입금지’라고 적힌 붉은색 띠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 띠는 공장 설비 전부에 걸쳐 둘러져 있었다.
이 공장 내부에서는 또 약 가로 2m, 세로 10m가량의 화물용 깔판 위에 성인 가슴 높이만큼 쌓여 방수포에 덮인 채 고무밴드로 꽁꽁 묶여있는 물체 더미가 공장 곳곳에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장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나 완구 등에 쓰이는 고기능성 플라스틱인 ‘ABS’다”며 “인근 공장에서 제작했으나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여 창고가 부족해지자 이곳에 쌓아둔 것”이라며 공장이 야적장이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1987년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은 무려 37년만인 지난해 4월 멈춰섰다. 석유화학 원료이자,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SM’(Styrene Monomer)을 생산해왔지만 타 국가의 저가 공세에 밀려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게 싸지면서 결국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전남 산업의 ‘심장’인 석유화학산업이 끝을 모르는 침체에 빠지고 있다. 수십조원대 매출을 올리며 지역 경제를 지탱해오던 석유화학의 위기는 곧 전남 산업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9일 전남도와 여수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여수산단 생산액은 21조4564억원으로 27조4256억원을 기록한 2022년 3분기에 견줘 21.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 2022년 약 50조원이던 여수산단 수출액은 지난 2023년 42조원으로 16%나 줄었다.
전남 석유화학산업은 ‘러-우 전쟁’으로 석유화학의 원료가 되는 원유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과거 국내 생산 제품을 수입하던 중국이 자체 생산에 돌입했고, 중동도 고도화된 기술로 석유화학산업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게 됐다. 중국과 중동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제품을 쏟아내면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의 누적 영업손실만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동 중단을 결정한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 공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여수산단 NCC 가동률은 78.9%로 지난 2021년 대비 17.8%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오는 2027년 가동률이 6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한 예측마저 나온다. 전남도가 여수 석유화학기업 30개사 8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위기 극복을 위해서 친환경, 첨단·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미국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나선 상태다. 석유화학 대기업의 부진으로 사실상 하도급업체인 여수지역 플랜트 기업들의 불황도 깊어지고 있다. 여수지역 플랜트산업도 종사자만 1만5000명에 달하는 지역 주요 산업 중 하나다. 플랜트 기업들의 밥줄은 크게 석유화학 공장 설비를 일정기간 경과시 보수하는 ‘대정비’와 신증설 공사로 구분된다. 그러나 가동을 중단한 공장이 늘어나면서 대정비 일감이 많이 줄었고, 신증설 공사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설비 유지보수에 의존적인 플랜트산업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여수산단경영자협의회 관계자는 “여수산단 개설 이래 가장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경쟁입찰 제도 속에 일감이 줄어 경쟁은 심해지고 울며 겨자먹기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여수=김민석·김창화 기자 mskim@kwangju.co.kr
최대 150명이 동시 근무했던 이 공장은 직원들이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사무 업무를 보던 붉은색 벽돌 건물마저 입구가 굳게 닫혀있었다. 공장 내부로 깊숙이 들어서자 ‘출입금지’라고 적힌 붉은색 띠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 띠는 공장 설비 전부에 걸쳐 둘러져 있었다.
전남 산업의 ‘심장’인 석유화학산업이 끝을 모르는 침체에 빠지고 있다. 수십조원대 매출을 올리며 지역 경제를 지탱해오던 석유화학의 위기는 곧 전남 산업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9일 전남도와 여수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여수산단 생산액은 21조4564억원으로 27조4256억원을 기록한 2022년 3분기에 견줘 21.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 2022년 약 50조원이던 여수산단 수출액은 지난 2023년 42조원으로 16%나 줄었다.
전남 석유화학산업은 ‘러-우 전쟁’으로 석유화학의 원료가 되는 원유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과거 국내 생산 제품을 수입하던 중국이 자체 생산에 돌입했고, 중동도 고도화된 기술로 석유화학산업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게 됐다. 중국과 중동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제품을 쏟아내면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의 누적 영업손실만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동 중단을 결정한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 공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여수산단 NCC 가동률은 78.9%로 지난 2021년 대비 17.8%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오는 2027년 가동률이 6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한 예측마저 나온다. 전남도가 여수 석유화학기업 30개사 8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위기 극복을 위해서 친환경, 첨단·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미국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나선 상태다. 석유화학 대기업의 부진으로 사실상 하도급업체인 여수지역 플랜트 기업들의 불황도 깊어지고 있다. 여수지역 플랜트산업도 종사자만 1만5000명에 달하는 지역 주요 산업 중 하나다. 플랜트 기업들의 밥줄은 크게 석유화학 공장 설비를 일정기간 경과시 보수하는 ‘대정비’와 신증설 공사로 구분된다. 그러나 가동을 중단한 공장이 늘어나면서 대정비 일감이 많이 줄었고, 신증설 공사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설비 유지보수에 의존적인 플랜트산업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여수산단경영자협의회 관계자는 “여수산단 개설 이래 가장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경쟁입찰 제도 속에 일감이 줄어 경쟁은 심해지고 울며 겨자먹기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여수=김민석·김창화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