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4계] 가시는 걸음 걸음 고이 뿌려지는 ‘영취산 진달래’
2024년 03월 23일(토) 18:45 가가
“영취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에서 열리는 ‘영취산 진달래축제’
연분홍 꽃잔치에 봄의 정취 ‘흠뻑’ 3월 말~4월 초 만개 예상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에서 열리는 ‘영취산 진달래축제’
연분홍 꽃잔치에 봄의 정취 ‘흠뻑’ 3월 말~4월 초 만개 예상
남도의 봄은 어딜 가나 봄꽃들로 아우성이다. 3월과 4월 사이, 산수유가 지고 화사한 벚꽃을 기다리는 사이에 살짜기 찾아온 고운 꽃님이 있다. 평안북도 영변의 약산보다 한 달 먼저 꽃망울을 터트린 영취산 진달래가 그 주인공이다.
여수 영취산은 축구장 140개의 넓이를 자랑하는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이다. 그래서 진달래가 피는 철에는 온 산이 붉게 타오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3월 중순경부터 진달래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해서 4월 초순이면 연분홍 진달래 꽃밭이 영취산 정상 일대를 뒤덮는다. 특히 영취산 진달래는 남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그대로 맞는 자리에 피어서 그런지 육지 진달래와 다르게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는 게 특징이다. 매서운 해풍 속에서 잎사귀를 틔우고 꽃을 피어내기 위한 최선의 전략인 셈이다.
한국 현대시가 도달한 최고의 이별미학으로 손꼽히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에서 노래하듯이 진달래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도 님이 가시는 길에 말없이 고이 뿌려주고 싶은’ 꽃이다. 그래서일까. 진달래의 아름다움은 시대를 초월한다. 몇십 년 전만 해도 한반도에서 흔하게 피고 지던 토종 꽃이었지만 지금은 제주도나 여수 영취산에 가야만 제대로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귀한 꽃이 되었다.
어릴 적 기억 속의 진달래는 봄의 맛으로 기억된다. 봄이 되면 할머니께서 찹쌀가루 반죽에 진달래 꽃잎과 어린 쑥잎 한 장, 여기에 잘 말린 대추를 꽃처럼 얹어서 부쳐주시던 진달래 화전이 지금도 생각난다. 누군가에는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으로, 누군가에는 아련한 봄의 기억으로 남은 진달래는 그래서 더 귀한 봄꽃이다.
지금이야 진달래로 더 유명한 영취산이지만 예부터 호국사찰인 흥국사를 품은 호남의 명산이다. 여수 북동쪽에 자리한 영취산은 해발 510m의 높이로 등산 좀 다녔다는 이들에게는 그리 어려운 산이 아니다. 영취산 진달래는 해풍을 피해 함께 뭉쳐 있는 걸 좋아하다 보니 산 중턱부터 정상 부위에 모여 있는데 봉우재와 시루봉 일대, 개구리 바위, 가마봉부터 정상인 진례봉과 수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주로 자리 잡고 있다. 햇볕을 유난히 좋아하는 진달래의 특성상 진달래 군락이 있는 곳은 키 큰 나무들이 많이 없어서 꽃구경하기에 그만이다.
모든 꽃나들이가 그렇지만 영취산 진달래 꽃구경도 되도록 이른 아침에 하는 것이 좋다. 아침 해가 떠서 살짝 따뜻한 기운이 도는 오전 8시부터 10시 무렵이 가장 예쁘다. 영취산 진달래꽃은 등산로 입구보다 산 중턱에서부터 제대로 구경할 수 있으니 오전 7시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가장 예쁜 진달래꽃을 만날 수 있다.
여수 영취산이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해지면서 1993년부터 해마다 진달래축제와 함께 산신제가 열린다. 올해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는 오는 23일부터 이틀 동안 흥국사 산림공원 주무대를 중심으로 진달래 군락지인 영취산 봉우재에서 열린다.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영취산 산행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
영취산 진달래 군락지로 가는 등산 코스는 크게 3개가 있다. 중흥동 GS칼텍스 후문에서 정상까지 2.2km코스는 약 70분, 상암초등학교에서 정상까지 1.8km코스는 약 한 시간, 흥국사에서 정상까지 2.2km코스는 약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가족과 함께 진달래 꽃구경에 나섰다면 상암초등학교에서 시작해 450m 능선에서 봉우재로 내려온 뒤 영취산 정상을 거쳐 흥국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산이나 건물이 없어서 진달래꽃과 함께 여수산단부터 멀리 남해 풍경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게 영취산의 또 다른 매력이다.
올해 만개한 영취산 진달래를 보고 싶다면 3월 넷째 주가 최적의 타이밍이다. 물론 워낙 변화무쌍한 봄날씨이다 보니 날씨에 따라서 3월 셋째 주나 4월 첫째 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영취산에서 시작하는 여수의 봄꽃 로드는 오동도의 동백과 금오도 비렁길에서 만난 산벚꽃길, 그리고 하화도의 야생화 꽃밭까지 이어지는데 꽃길을 걷고 싶은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곱고 어여쁜 것을 보는 마음은 누구나 같지 않을까. 독하게 먹었던 마음이 그리운 님을 만난 순간, 봄눈 녹듯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여수 영취산에 만발한 진달래꽃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시인이 될 수 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봄날 영취산에 꼭 올라보길 바란다.
/글·사진=정지효 기자 1018hyohyo@gmail.com
여수 영취산은 축구장 140개의 넓이를 자랑하는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이다. 그래서 진달래가 피는 철에는 온 산이 붉게 타오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3월 중순경부터 진달래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해서 4월 초순이면 연분홍 진달래 꽃밭이 영취산 정상 일대를 뒤덮는다. 특히 영취산 진달래는 남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그대로 맞는 자리에 피어서 그런지 육지 진달래와 다르게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는 게 특징이다. 매서운 해풍 속에서 잎사귀를 틔우고 꽃을 피어내기 위한 최선의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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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가마봉 진달래 꽃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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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등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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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영취산 진달래 군락지 일출. <여수시 제공> |
여수 영취산이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해지면서 1993년부터 해마다 진달래축제와 함께 산신제가 열린다. 올해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는 오는 23일부터 이틀 동안 흥국사 산림공원 주무대를 중심으로 진달래 군락지인 영취산 봉우재에서 열린다.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영취산 산행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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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정상 진례봉 진달래 군락지 |
올해 만개한 영취산 진달래를 보고 싶다면 3월 넷째 주가 최적의 타이밍이다. 물론 워낙 변화무쌍한 봄날씨이다 보니 날씨에 따라서 3월 셋째 주나 4월 첫째 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영취산에서 시작하는 여수의 봄꽃 로드는 오동도의 동백과 금오도 비렁길에서 만난 산벚꽃길, 그리고 하화도의 야생화 꽃밭까지 이어지는데 꽃길을 걷고 싶은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곱고 어여쁜 것을 보는 마음은 누구나 같지 않을까. 독하게 먹었던 마음이 그리운 님을 만난 순간, 봄눈 녹듯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여수 영취산에 만발한 진달래꽃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시인이 될 수 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봄날 영취산에 꼭 올라보길 바란다.
/글·사진=정지효 기자 1018hyohy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