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 심각성 알리고 싶어”
2025년 04월 13일(일) 19:20
에세이 출간한 광주 동물권 단체 ‘성난비건’ 대표 활동가 희복씨
조류 마지막 순간 기록…광주서만 7년간 6600여 마리 죽어
충돌 저감조치 꾸준한 목소리…시민 조사 참여 활성화 추진

희복 ‘성난비건’ 대표 활동가가 조류 충돌 조사를 하고 있다.

나무보다 유리벽이 익숙해진 도시에서 광주 동물권 단체 ‘성난비건’의 대표 활동가 희복(류휘경)은 독특한 조사 작업을 이어왔다. 투명 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 같은 인공 구조물 앞에서 마주한 조류의 사체를 수거하고 사진으로 마지막을 기록하는 일. 그는 유리창 충돌로 죽음에 이르는 광주·전남 야생조류의 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저감 조치 시행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스로를 ‘죽음 곁에 서 있는 인간’이라고 칭한 희복 활동가는 그간 목격하고 기록해 온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생태계와 인간 사회가 연결된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자 최근 생태 에세이 ‘그렇게 죽는 건 아니잖아요’(가지출판사)를 출간했다.

“이 책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고안되고 설치된 유리 때문에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새들의 상황이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일인지 이야기합니다.”

희복 활동가는 지난 2021년, 우연히 시청한 KBS 환경스페셜 ‘조류충돌, 유리창 살해 사건’을 통해 도심 속에서 유리창에 충돌해 죽는 새들의 끔찍한 비극을 접했다. 이후 그는 광주 지역 아파트 방음벽과 건물 유리창 등을 조사하며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로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를 보고 삶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는 그는 생명의 존귀함을 드러내기 위해 비인간(동물)의 수를 셈하는 ‘마리’ 대신 ‘명(命)’이라는 표현을 고집한다.

지난 2022년 희복 활동가가 광산구 선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진홍가슴새’를 발견한 후 네이처링에 기록한 글. <희복 제공>
“광주에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총 84종, 6602명(命)의 새들이 유리창 충돌로 죽음을 맞았습니다. 죽음을 초래하는 유리를 설치하는 것은 인간의 선택이에요.”

그는 “조류충돌 조사를 하며 새의 이름과 생김새를 익히고 있다”며 “살아 있는 새가 아닌 죽은 새를 보며 ‘새를 배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아이러니 하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광주시는 ‘야생조류 충돌 저감’에 관한 광역시·자치구 조례 모두 보유한 지역이 됐고, 매년 조류충돌 방지테이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희복 활동가는 “조례 제정은 어디까지나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시는 사업에 선정돼 저감조치를 시행한 공공 및 민간 주체가 전체 유리 면적 중 몇 %인지 직접 확인하거나, 공공기관 중 예산 등의 문제로 전면에 저감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곳에 추가적인 저감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플랫폼 ‘네이처링’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에 참여하는 등 조류충돌 저감조치를 시행해 새의 죽음을 막도록 목소리를 내어 주시기 바란다”고 일상 속 조류충돌 문제에 대한 관심과 기록 활동을 당부했다.

한편 광주 동물권 단체 성난비건은 2024년도부터 광산구 송정동과 도산동 일대에서 번식하는 제비의 도래 시기, 번식 현황, 이동 시기를 조사하고 있으며 올해는 이화여대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 팀과 함께 조류충돌 조사 미비 지역에서의 시민 참여 조사를 활성화하는 ‘출동! 새 줍는 여인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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