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초록빛 세상이다. 금목서, 완도호랑가시나무, 팽나무의 자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은방울꽃, 페튜니아, 아마릴리스가 한창이고 곧 있으면 수국을 만날 수 있을 터다.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광주시 제1호이자 유일한 민간정원 ‘휴심정’은 도심 속 오아시스같은 공간이다. 누구나 편하게 들러 휴식을 취하고, 힐링할 수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첫 민간정원이 선정된 이래 최근100호 정원이 탄생했다. 광주는 지난 3월말에야 휴심정이 첫 민간정원으로 등록됐으니 출발이 늦은 셈이다.

첨단지구와 수완지구 사이 도천저수지 인근에 자리한 ‘휴심정’(광산구 도천동 122-16)은 조경·부동산 개발회사인 미래농원 박화실<사진> 대표와 남편 서용호 고문이 2005년부터 조성한 개인정원이다. 휴심정은 민간정원 등록에 필요한 녹지율 40%를 훨씬 상회하는 80% 이상의 녹지율을 확보했다.

“정원 이름에 있는 ‘정’은 한자로 ‘뜰정(庭)’, ‘깨끗할 정(淨)’ 두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마음이 쉬는 정원이라는 뜻과 휴식을 통해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죠. 많은 분들이 부담없이 방문해 쉬어가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크릿 가든과 보타닉 가든으로 구성된 약 7,500㎡ 규모의 정원에는 소나무, 매화 등 28종류 교목 3000그루와 수선화, 상사화, 각종 야생화 등 25종의 초화류 22만본이 식재돼 1년 내내 푸르름과 화사함을 뽐낸다.

정원에 심어진 꽃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는 박 대표의 정성이 가득 담겼다. 거친 그의 손이,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나무를 가꾼 세월을 보여준다. 그는 사시사철 다양한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전국을 돌며 수종을 고르고 배치했다.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꽃과 나무가 거의 없지요. 사계절 물을 주고 가꿔야해서 제대로 나들이 한번 가보지 못했습니다. 타운하우스 등을 짓는다며 땅을 팔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녹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고, 더 열심히 심고 가꾸었습니다.”

2021년 음료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레스토랑, 다이닝펍, 컬쳐스페이스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세컨드원’과 함께 문을 연 휴심정은 민간정원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입소문이 났었다. 이 공간은 광주시와 나무심는 건축인이 선정하는 ‘2021 아름다운문화도시 공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민간정원으로 선정된 후에는 약 한달간 5만여명이 다녀갔다.

휴심정은 동네 사람들이 자기집 정원처럼 산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주민과 상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민간정원으로 선정됐을 때 주민들이 축하 현수막을 걸어주고, 꽃 묘종을 가져다 주기도 하는 등 애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휴심정은 ‘세컨드원’과 연계해 잔디밭, 테라스 등에서 전시, 공연, 플리마켓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도 함께 개최하고 있다.

박화실 대표는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저만의 철학이 있어 나무 심는 일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휴심정이 방문객들에게 쉼을 주는 정원이자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료 입장.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