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를 연구하기로 하면서 광주는 가장 먼저 가야 하는 도시였습니다.”

최근 취임한 이애령(55·사진) 신임 관장은 도자사를 전공한 전문가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광주박물관 건립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76년 수중발굴이 시작된 신안해저문화재를 보관하고 전시하기 위해 건립됐지만 광주박물관은 해방 이후 우리 손으로 건립한 지역 최초 국립박물관”이라고.

신임 이 관장은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한글박물관 전시과장을 역임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과장과 미술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박물관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관장은 “광주박물관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브랜드 사업인 ‘도자문화관’의 성공적인 건립과 개원에 역점을 두겠다”면서 “아시아 도자문화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의 국내외적 위상을 갖추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박물관사에서 광주박물관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며 “공간이 지닌 의미 등을 더 많은 분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991년 대학 때 처음 광주에 왔었다는 그는 당시와 비교해 광주는 외형상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당시 그는 영암 구림리 시유도기 발굴에 참여했다.

“지건길 관장님이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열심히 하세요. 지금 좋은 공부 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격려를 해줬는데 어제 일처럼 가깝게 느껴지네요. 30년이 넘은 세월이 흘렀는데 마치 ‘선생님을 만나러 온 늙은 제자’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관장은 당시 받았던 격려를 후배나 후학들에게 잘 돌려드리는 게 도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고 답했다.

그는 올해 박물관 계획 가운데 4월 도자관 착공식을 주요 현안으로 꼽았다. 또한 올해 후반부에는 기증받은 문화재를 중심으로 서화전을 열 계획이다.

이 관장은 중앙박물관 재임 당시 ‘세기의 기증’이라 불리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을 엄선해 특별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다양한 작품을 전시해 문화재와 미술품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다. 또한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승려 장인들의 삶과 작품을 조명한 ‘조선의 승려 장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기증을 기념하는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 등 굵직한 전시를 다수 기획 총괄했다.

그는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차질 없이 추진할 방침이다. 어린이 프로그램, 박물관대학 등 정체성을 드러내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지역문화기관과의 파트너십을 매개로 지역민들이 수준 높은 문화를 접하게 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면서 향후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광주라는 도시는 하나의 역사이자 5·18은 모두가 공감하는 현대사의 아픔입니다. 광주박물관은 한 시대를 품고 함께 나아가는 소중한 공간이죠. 단순히 유물을 보여주는 곳이 아닌 깊은 의미가 내재된 특별한 곳이지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