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초 전일빌딩 245에서는 의미있는 북 토크콘서트 행사가 열렸다. ‘윤상원 평전’ 김상집 저자를 초청해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는 ‘5·18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주제로 저자의 강의가 진행됐고 질의 응답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에게는 책과 함께 ‘5월’의 나눔을 상징하는 주먹밥도 제공됐다.

이날 책과 주먹밥을 준비하고 행사를 기획한 이들은 키우리독서회 ‘키우리라’(회장 최형천) 회원들이었다. 한국산학협동연구원 산하 동아리로 지난 2006년 2월 17일 첫모임을 시작한 ‘키우리라’는 독서 토론 200회를 맞아 뜻깊은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회원들은 연초가 되면 추천과 협의를 바탕으로 한해동안 읽을 책을 미리 선정하고 발제자도 정해둔다. 모임은 한 달에 한 번이지만 함께 읽는 책은 두 권이다. 특정 장르에 치우지지 않도록 문학·인문도서와 경제·사회 관련 도서를 각각 한 권씩 읽는다.

올해는 ‘나무’(베르나르 베르베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유발 하라리)을 시작으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자유론’(존 스튜어트의 밀) 등을 함께 읽었다. 9월 모임에서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백영옥), ‘궁금해서 밤새 읽는 세계사’(김경묵 외)를 읽고 토론할 예정이다. 그밖에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 외) 등이 대기중이다.

회원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며 교수, 주부, 자영업자, 학생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산학협동연구원 소속 동아리지만 단체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등록된 회원은 55명이며 꾸준히 참여하는 이는 25명 정도다.

“혼자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함께 읽으면 여러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독서를 하다보면 자기 취향에 따라 특정 분야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선택한 책을 읽고 함께 의견을 나누다 보면 균형잡힌 사고를 하게 되지요.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기도 하구요. 책을 읽고 토론하며 세상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금까지 함께 읽은 책은 400여권에 달한다. 지난 2008년에는 독서문집 ‘또 다른 인생과 책을 말하다’를 펴냈고, 2019년에는 5년(2014년~2019년)의 발자취를 담은 ‘독서의 향기’를 출간했다. 회원들이 매달 쓴 독후감은 한국산학협동연구원 소식지 ‘산학협동인포’에 실려 2000여 키우리 회원들과 공유하고, 네이버 ‘키우리라’ 카페에 지금까지 읽은 책의 목록 등도 올려두었다.

“회원들은 바쁜 일상에서 적어도 한 달에 두 권씩 책을 읽었다는 사실 자체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와는 다른 다양한 견해를 접하면서 ‘아,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구요. 또 난해한 부분에 대한 회원들의 해석을 귀담아 들으며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기도 합니다.”

모임은 매월 첫째주 목요일 오후 7시 전일빌딩 245에서 열고 있다. 회원들은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발제자의 발표에 이어 토론을 하다보면 늘 시간이 짧아 회원들은 아쉬워한다. 매년 한 두차례 저자 초청행사를 진행하고 ‘태백산맥’ 문학기행 등 행사도 진행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코로나 19로 모두 멈춘 상태다.

‘책 읽는 삶’을 마음에 담아둔 이라면 ‘키우리라’의 문을 두드려봐도 좋을 것같다. 직접 참여가 어렵다면 ‘키우리라’가 카페에서 공유하고 있는 ‘도서목록’을 살펴보며 ‘읽어보고 싶은 책’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