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들이 시각장애인 이웃을 도와 예쁜 꽃 바구니를 만드는 모습, 얼마나 정감있는 장면인지 모르실 거에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들도 서로 어우러질 기회가 흔치 않은데,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이웃과 소통하는 게 더욱 어려운 일이라 더 감동적이죠.”

광주시각장애인연합회가 최근 장애인단체 하나되기 상생프로젝트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울과 상실감을 호소하는 시각장애인과 광주시 남구 사직동 마을주민이 참가했다.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자기만의 꽃 바구니를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8월부터 오는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광주시각장애인복지관 4층 강당에서 진행된다.

최삼기(69) 광주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심신이 지쳐있는 시각장애인들의 활력과 심리 정서안정을 위해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시각장애인들을 깊이 이해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꽃꽂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활동이다. 시력이 전혀 없는 ‘전맹’의 경우 오롯이 손 끝으로만 꽃을 느껴야 하며, 도우미가 있어야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이에 사직동 주민들은 직접 도우미를 자처하며 시각장애인들을 거들어주고,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최 회장은 “시각장애인 쪽은 젊은 이들이 많고, 주민들은 중장년층이 많다.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 간 조화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프로그램은 원래 2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번번이 미뤄졌다. 최 회장은 연합회가 들어선 지 40년이 됐는데도 지역 주민들과 장애인공간간 화합이 잘 되지 않는 게 마음에 걸렸으며, 지역 주민들과 한뜻이 된다면 이런 갈등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컨대 시각장애인 복지시설을 세울 때마다 ‘왜 우리 지역에 세워야 하느냐’는 반발이 거셌죠. 지역 주민과 시각장애인의 거리감이 느껴졌어요. 돌아보면 40년을 함께하면서도 서로 인사 한마디 못 나눴던 사람들이에요. 앞이 잘 안 보이니까 누군가 먼저 인사를 걸어오지 않으면 전혀 소통할 수 없는 것이죠.”

최 회장은 “원예치료를 시작으로 상자 만들기, 음악 한마당, 여행 등 프로그램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며 “전문 도우미가 없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직접 안내하는 활동을 기획 중이다. 이웃들을 중심으로 통합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