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맞이하던 때, 각종 언론에서 코로나 민심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해 보도했다. 헤드라인을 차지한 내용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단연 ‘온라인에 질렸다’는 응답이었다.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집콕’을 장려하는 코로나 시대에 의식주는 물론 교육·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온라인의 영역이 확대됐다. 대학에서도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이러닝(e-learning)시스템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고, 축제나 취업박람회 같은 행사 역시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온라인 시장의 확대와 기술의 발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며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지만,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등 떠밀리듯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온라인 방식은 결국 ‘질린다’는 수식어가 붙고 말았다. 학교에 안 가도 된다고 좋아하던 초등학생들도 이제는 등교하고 싶다며 아우성이다. 일부 대학생은 온라인 교육의 질에 대해 불만을 품고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에 대해 우리 대학의 교직원들도 깊은 성찰에 빠졌다. 여러 문제를 검토해 본 결과 그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기계적인 전환’에만 급급했던 게 아닌가 하는 결론이 나왔다. 눈을 마주치고 질문을 주고받거나, 표정을 읽는 등의 일련의 비언어적 메시지까지 옮기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터. 그로 인해 정서적 교류 역시 역부족이었다. 코로나 학번이라 불리는 20학번들은 지도 교수와의 친밀도가 선배들에 비해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은 명심해야 한다. 어려운 시국에 다시 빛이 들더라도 비대면 강의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기술적인 준비는 당연히 선행되어야 하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을 보듬는 ‘정서적 전환’이다. 지난해 어느 날, 평생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우리 대학의 ‘후진학선도사업단’이 온라인 수강생들에게 택배를 보낸다며 분주하길래 관심을 두고 지켜봤다. 내용물을 살펴보니 노트, 펜, 필통, 접착식 메모지 등의 문구류를 담은 스터디 키트란다. 그 안에 손글씨로 쓰인 쪽지가 눈에 띄었다.

“수강생님, 안녕하세요. 조선이공대학교 빛고을직업교육거점센터의 교육과정에 따뜻한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진행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사이버 평생교육원에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학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작지만 큰마음을 담아 ‘자기 주도 학습 지원 키트’를 준비했습니다. 70% 이상 수강하시어 수료하는 기쁨 꼭 얻어 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쩌면 별것 아닌 인사말 몇 마디일 뿐인데 수강생의 마음을 데우려는 노력이 보였다. 학교에 발조차 못 딛는 비대면 강의 수강생에게 이 애교스러운 택배가 조금의 위로가 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례는 정서적 전환이 동반된 일례로 볼 수 있지만, 온라인이 질렸다는 이들에게 근본적인 해답이 되지는 않는다. 강의실에서의 만남에 비해 쌍방향 소통에 장애 요인이 많은 온라인 공간이지만, 그럴수록 일대일 소통에 힘써야 한다. 교수의 관심이 학생 개개인에게 모두 닿아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학생 상담은 취업과 진로 쪽에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학습 점검 차원의 상담도 빈도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질의응답도 원활히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다.

32년간 교단에 선 교육자로서 마음에 늘 새기고 실천하려는 문장이 있다. ‘어린아이라도 배울 점이 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Z세대’라 불린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이 친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충분하게 인간관계를 이어 가고, 심지어 그 안에서 친구를 새로 사귀기도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정서적인 교류를 나누는 일이 낯설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Z세대를 주목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이들은 온라인이 마치 공기인 것처럼 실시간으로 숨 쉬듯 소통하며 시간을 보낸다. 온라인 인간관계가 익숙한 학생들을 눈여겨보면 따뜻한 ‘온(溫)택트’의 비결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