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 학이 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 시대에도 학습의 즐거움을 제일로 쳤다. 그처럼 즐거운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럼에도 배움은 어린 사람이나 젊은이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학창 시절에 배운 것으로 평생을 살았다. 이제는 달라졌다. 평균 수명이 늘었고 세상도 변했다.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 한번 배운 것으로 평생을 살 수 없게 되었다. ‘배워서 남 주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바야흐로 평생학습 시대다.

인공지능(AI)이 어느새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등 과학의 발달이 눈부시다. 이제 학습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다. 배움의 유효 기간이 짧아졌다. 그것도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사회·국가적으로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가는 1999년 평생교육법을 제정했다. 지자체가 앞 다퉈 평생교육 진흥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평생교육진흥원을 설립했다. 광역은 물론 기초자치단체도 뒤질세라 평생학습 도시를 선언하며 지역민들의 평생학습을 위한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다. 광주광역시 역시 5개 자치구가 모두 평생학습 도시로 지정되어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는 전담 부서인 평생교육팀을 신설했다. 그동안 광주광역시는 전담부서 없이 단 한 명의 담당자가 평생교육 업무를 진행해 왔다. 다른 광역단체들이 국 또는 과 단위의 전담 조직을 갖추고 평생교육 업무를 패기 있게 추진한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를 너무 안타깝게 여긴 광주시의회에서 평생교육팀 신설을 제안했고 시 행정부가 이를 수렴해 조직 개편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평생교육 업무를 전문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졌다.

다른 지자체의 상황을 보자. 경기도 가평군은 최근 180억 원을 투입해 2023년까지 가평 평생학습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 평생학습 거점으로서 군민 역량·행복 지수·의식 수준 향상을 통해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지역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군립 대학 역할까지 걸머지게 한다는 포부다. 김포시는 12개 읍면동에 평생교육사를 전면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관리 주체를 교육지원과로 전환하고 전문성 있는 평생교육 기획 및 운영을 위한 조치다. 평생학습을 통해 지역 사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다.

광주광역시와 5개 자치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른 광역단체의 경우 국 또는 과단위로 평생교육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또한 평생교육팀에 평생교육 전문가 배치가 시급하다. 지자체장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지만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서 성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평생교육을 단순한 행정 업무로 판단해선 안 된다. 평생교육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은 인사가 평생교육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평생교육팀 신설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다. 제도는 토대일 뿐이고 그걸 100% 잘 활용하기 위해선 사람이 필요하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3~5년 뒤늦은 평생교육 정책을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꼭 평생교육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광주 평생교육진흥원의 수장 인선도 같은 기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글로벌 시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 도시 사업 방향을 이해할 수 있고, 광주광역시 평생교육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평생교육 전문가가 수장으로 가야 한다. 다른 지자체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광주형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전문가 수장이 있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각 동에 평생교육사를 의무 배치해 지역민의 생활 속에서 필요한 것을 연구·조사·개발하여 평생교육을 실현시켜야 한다.

고령화 장수 시대에는 일자리 창출 만큼 삶의 질도 매우 중요하기에 평생교육에 대해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제도를 제대로 알고 슬기롭게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를 만들어 놓고도 산으로 가는 우를 범하기 쉽다. 지자체장이 평생교육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