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복은 다섯 가지라 했다. 서경 주서의 홍범편에서 오복이란 오래 사는 것, 먹고 생활할 수 있는 부(재물), 건강, 덕성이 있을 것, 천수를 누리고 죽을 때 고통없이 죽는 일(考終命)을 말한다. 통계청의 한국 인구 고령화 추이를 살펴보면 2000년 339.5만 명(7.2%), 2015년 662.4만 명(13%)이었고, 2020년엔 806.4만 명(15.5%), 2025년에는 1033.1만 명(19.8%)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65세 이상 노인이 7% 이상 되는 것을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을 초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한국은 2017년 8월 노인 인구가 725.7만 명으로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고 한다.

평균 수명은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경우 남자 79.7살, 여자 85.7살로 예상된다. 세계미래학회가 전망하기를 사람의 평균 수명은 1년에 3~4개월씩 늘어나고 있으며, 2050년부터는 1년에 한 살씩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보면 확실히 사람의 오복 가운 데 오래 살고 싶어하는 복은 보장된 것이라 해도 틀림이 없다.

그런데 오복을 누리려는 사람들의 욕망에도 불구하고, 오래 살면 오래 살수록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리스크엔 생각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뒤따르는 질병, 사고로 인한 고통, 소득의 감소, 배우자 사망, 자녀 부양 문제 등이 포함되는데 이러한 여러 요인들로 장수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요즘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요양원, 요양병원을 보더라도 장수가 ‘복’이 아니라 ‘리스크’이거나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어떻게 보면, 오복 가운데 오래 살고 싶어하는 바람이 오히려 리스크를 안겨 주며, 오래 살기 때문에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온갖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고령 사회,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노인들은 질병과 사고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각종 암과 혈관계 질환 발생은 물론 치매 노인의 증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8.8%였던 우리나라의 치매 노인은 2020년 9.7%, 2030년 9.6%, 2040년 11.2%, 2050년에는 13.2%에 이를 전망이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한 명만 생겨도 환자 치료, 간호에 가족들은 정신줄을 놓을 정도라고 한다.

더구나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는 대가족이 핵가족화 되어 가족 가운데 환자가 발생하거나 아이가 태어나도 이를 돌보아 줄 인적 자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각 가정마다 당황하거나 쩔쩔매고 있는데도 정부 당국은 장수에 따른 리스크나 재앙에 대한 대책은 외면하고, 가임기 부부 세대들에게 ‘아이 낳아라’는 공염불만 중얼거리고 있다.

아무리 오래 살고 싶어도 나라 차원의 치매 등 질병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장수는 재앙이 될 것이며, 아무리 출산 장려 정책을 쏟아 내도 근본적인 아이 양육 환경을 마련하지 않는 한 합계 출산율은 상승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하는 오복 가운데 하나인 장수가 리스크나 재앙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젊은 세대들과 가임기 청장년 세대들이 행복한 가정의 필수 요소인 ‘아이’ 낳기를 꺼리는 구조적인 요인들을 찾아내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