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자치 제도가 도입되던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지자체 간에 협력보다는 경쟁이 우선이었으나, 지방 분권이 성숙되면서 소모적인 경쟁보다는 생산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호축, 광주·대구 달빛동맹 등과 같은 초광역 협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에 따라 협력 프레임을 ‘생존권’에서 ‘발전’으로 바꾸고 있다. 한 예로 과거에는 공항 주변 지역의 경우 이착륙으로 인한 소음과 고도 제한 등 각종 규제로 기업이나 사람들이 거주하기를 꺼려하여 공항 이전을 ‘생존’의 프레임으로 인식하여 반대하였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제 트렌드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시로 얼마나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느냐의 ‘발전’의 프레임으로 보면서 지자체별로 공항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공항이 많아지면서 이용객 유치를 위하여 공항 통·폐합이 필요하나 성사된 곳은 없고, 국내에서는 광주·무안 공항이 시도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 2018년 통계를 살펴보면 연간 1000만 명 이상 이용 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 인천 등 네 곳이며, 100만 명 이상 공항은 대구, 광주, 청주 등 세 곳 뿐이다. 그에 반하여 양양공항은 연 3만 7671명에 불과하다.

최근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계획이 확정되면서 공항 통합을 ‘생존’에서 ‘발전’의 프레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전북 새만금 국제공항의 신설은 새만금 개발 사업의 조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기반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새만금 국제공항의 설립은 불투명했다. 그러나 2019년 1월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목록에 새만금 공항의 신설이 포함되었다.

그런 와중에 광주 군 공항 이전과 민간공항의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이 한 뿌리라고 말하면서도 ‘생존권’의 프레임으로 접근하다 보니 통합 진척이 없이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는 발전의 프레임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새만금과 광주 공항의 통합도 검토할 만 하지 않을까 한다. 인구 감소의 시대적 상황에서 새만금 개발 활성화와 호남 지역 대도시인 광주광역시와 연계를 ‘발전의 프레임’으로 보자는 것이다. 지역 간 상생 발전이라는 방향에서의 프레임 확대이다. 호남 광역권 성장의 거점을 만드는 것이다.

새만금 공항 건설 기간이 2028년에서 2026년으로 앞당겨졌다. 새만금은 환황해권을 중심으로 중국과 신남방 지역을 연결하는 탁월한 지리적 여건과 체류형 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이러한 새만금의 문화·관광 자원이 광주시라는 대도시의 교류 인구와 산업 자본과 융합될 경우 체재·교류 인구 증대와 함께 경제적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간 연계가 된다면 광주-새만금-전주를 잇는 광역 문화벨트가 형성되면서 수많은 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다.

더구나 공항 소음 문제를 지역 후퇴가 아닌 발전의 계기로 삼는 모델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물류 및 인적 이동, 문화 교류에 공항의 역할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11년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존 카사다(John Kasada) 교수가 공항을 배후에 두고 있는 도시가 아니라 공항을 중심으로 하여 인프라가 형성되고 성장하는 에어로트로 폴리스(Aerotropolise) 개념을 발표하였다. 이는 공항(Aero)와 도시(Metropolis)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최근 인천 국제공항 주변의 공항 복합 도시 건설 계획, 중국 장저우의 공항 경제 지구 등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공항을 중심으로 주변에 물류 시설과 연구개발 센터, 전시회장, 공장 등을 배치하는 브랜드 프로젝트로 전반적인 매력을 높이고 있다.

세계 도시사(都市史)를 살펴보면, 도시 문제 해소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였고 그 시도를 유연하게 받아들인 도시는 번영하였지만 거부한 도시는 쇠락한 역사를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