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우리에게 반가운 선물 하나가 도착했다. 경전선 전 구간 고속화를 위한 마지막 퍼즐, 광주에서 순천 구간의 고속 전철화 사업이 지난 19일 기재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를 최종 통과했다. 지난 2014년부터 5년여간 진행된 예타에서 안타깝게 고배를 마시고 두 번째 도전만에 이룬 쾌거이다.

경전선 광주~순천 구간은 그야말로 호남 차별의 상징이자 한의 역사를 갖고 있다. 경상도의 ‘경’과 전라도의 ‘전’을 따서 명명된 우리나라의 4대 간선 철도망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이자 일제 강점기인 1930년에 건설된 이후 한번도 개량되지 않은 유일한 단선 비전철 구간이기 때문이다. 시설 노후화로 동절기 약간의 기상 변화에도 경사 구간에서 차륜 공전 현상이 발생하고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는 등 열차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이동’ 그리고 ‘교통’은 경제와 산업 활동을 위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다. 사람은 원하는 곳으로 빨리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하기를 원하며 이는 국가 정책 수립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통망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수도권 중심의 경제 성장과 함께 수요가 많고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는 남북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동서축의 인프라는 수요 부족이라는 경제 논리에 따라 항상 후순위로 밀려나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특히 영호남을 연결하는 유일한 철도망인 경전선 개량 사업조차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호남 지역은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사업 속도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추진이 요원한 상태였다.

그러나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역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등에 업고 지역 국회의원들과 끊임없는 공조를 통해 결실을 맺게 됐다.

그간 예타 통과를 위해 경제성 향상 방안을 발굴하고 지속적인 국비 건의와 철도가 경유하는 지방자치단체 단체장 20여 명의 공동 건의문 채택 등으로 강한 사업 추진 의지를 보여 줬다. 이를 통해 지난 1월 경전선(광주 송정~순천) 전철화 사업이 국가 균형 발전 프로젝트의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었고 드디어 예타 통과를 통해 사업 시행의 길이 열렸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광주에서 부산에 이르는 전 구간 고속화 철도망이 완성된다. 영호남을 연결하는 남해안 지역 경제의 활성화, 전철화에 따른 일괄 수송 체계 구축, 노후 시설 개량에 따른 철도 운행 안전성 확보, 디젤 기관차가 전기동차로 변경됨에 따라 대기 오염 물질 배출 감소, 천혜의 자연환경을 통한 관광 산업 발전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기대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조 1691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 1조 2655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2만 461명의 고용 유발 효과와 2만 3696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 중 약 80%가 광주·전남 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광주·전남 지역 교통 약자에게 저렴하고 빠른 교통 수단을 제공해 이동권을 보장하고 새로운 경제·사회 활동을 위한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현재 광주에서 부산 간 하루 한 편 운행하는 무궁화호 운행 시간은 5시간 42분에서 2시간 24분으로 3시간 18분이 단축되고, 광주에서 순천도 2시간 32분에서 44분으로 가까워질 것이다. 혁신도시까지는 19분이면 도착하게 되는 그야말로 속도 혁명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광주는 호남권의 철도 중심 관문으로 더욱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도심에는 지하철 1·2호선이 운행되고, 수도권으로는 KTX와 SRT, 부산 방면은 경전선이 그 역할을 담당하여 전국을 빠르게 연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예타 통과는 사업 추진의 첫 단추일 뿐이다. 앞으로도 기본 계획 수립, 기본 및 실시 설계, 그리고 건설 과정을 거쳐야 한다. 광주시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 부처와 긴밀한 협조 체계로 국토 균형 발전과 영호남의 화합, 지역민의 열망과 경제 공동체 번영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제는 경전선 철도가 더 이상 지역 차별, 호남 소외의 상징이 아닌 지역 발전의 상징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