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12월. 회사 동료, 지인들과 송년 모임이 잦은 시기다. 반면 추위에 방 한 구석에서 외롭게 지내는 이웃도 많다. 그리고 불우 이웃 돕기 캠페인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관례적인 송년 행사 대신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과 이불 등 온기를 전달하는 봉사 활동으로 대신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세상이 각박해졌다고들 하지만 엄동설한을 녹이는 따뜻한 이야기도 많다. 며칠 전 한 할머니를 만났다.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서로 의지하며 검소하게 살던 노부부. 할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온기가 남은 보금자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큰 재산은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며 유산 기부 약정서에 서명했다.

할머니의 고운 마음이 외로운 이들을 따듯하게 안아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고아원에서 나와 홀로 자립해 광주에 살고 있는 한 청년이 가족도 친구도 없이 대장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젊은이에게 광주전남 희망풍차 나눔네트워크를 통해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대학교 병원에서 치료비를 부담하고, 적십자 봉사원과 결연을 맺어 생계비를 지원하고, LH에서 살 집을 마련해 주고, 해당 동사무소에서 밥솥과 전자레인지 등 살림 도구를 지원해 주었다.

희망풍차 광주전남 네트워크는 적십자가 우리 지역의 공공기관, 기업, 시민단체와 함께 어려운 이웃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나눔 플랫폼으로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지난 1년간 26개 기관이 참여하여 위기에 처한 150여 세대에게 희망을 전했다.

12월이면 적십자회비 지로 용지가 가정마다 전달된다. 100년 전 적십자회비는 독립군 부상자를 치료하고 그 가족을 지원하는데 사용되었다.

오늘날 적십자회비는 갑작스런 재난과 화재를 당한 사람들에게 생필품이 되기도 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치료비가, 생계비가, 보금자리가 되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으로 피어난다. 대한적십자사 창립 구호 ‘널리 구제하고 고루 사랑하라’는 표어처럼 전 국민이 십시일반 참여하여 조성된 적십자회비는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돌보며 우리 사회를 건강한 공동체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오늘도 우리가 참여한 적십자회비는 노란 조끼의 적십자 봉사원 12만여 명을 통해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고, 어려운 이웃의 곁을 지키는 데 귀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하며 고통 받는 이웃의 아픔을 보듬어 온 적십자. 올 겨울에도 적십자회비로 어려운 이웃에게 행복을 선물하면 어떨까.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우리 자신과 후세들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나눔은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투자임을 잊지 말자. 나눔이 희망이다. 나눔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