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교탁에 앉아 아이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볼 때가 있다. ‘저 아이들은 놀려고 학교에 왔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행동을 비꼬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가진 에너지에 대한 순수한 놀람이다. 수업 시간에 축 늘어졌던 아이도, 열심히 발표한 아이도 하나같이 쉬는 시간이 되면 뛰쳐나간다. 위험하다고 그렇게 혼내고 말해도, 뛰고 달리며 교실과 복도를 누비며 친구들과 어울린다. 어쩜 그리 즐거워 보이는지. 수업 시간에 볼 수 없는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에 종종 섭섭한 마음도 든다.

아이들이 ‘잘’ 놀면 아이들이 행복해진다. 교실이 행복하게 변화한다. ‘잘’ 노는 것은 어떻게 노는 것일까? 재미있을 법한 놀이를 알려 주어야 할까? 노는 법을 몰랐던 내가 놀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아동옹호센터에서 실시한 ‘어디든 놀이터-놀이 키트’를 활용한 연수를 받은 후였다. 교육 과정 속에서 정답이 없이 자유롭게 떠들고 생각을 모으는 과정을 직접 해보며 자유와 즐거움을 느꼈고 우리 아이들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학교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주로 무엇을 하고 노느냐고 물었더니 “핸드폰이요” “게임을 해요. 유튜브 보고”라고 입을 모았다.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 때문에 야외 놀이도 못하고, 학원으로 인해 운동장에서 뛰어놀 시간도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제 핸드폰만이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이에 핸드폰이 아닌 다른 놀이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교육받은 대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어디든 놀이터-놀이 키트’를 열고 놀이 도구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아이들이 조금씩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뭐 하고 놀 거에요? 규칙 빨리 설명해주세요.” “나는 공기 잘해! 공기놀이해야지!” 아이들 입에서 여러 말이 흘러나왔다.

처음 실내 놀이를 진행해보니 시끄럽고 번잡스러워 내가 괜히 시작한 것일까? 하는 고민도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아이들이 놀이에 익숙해지자 놀랍고 감사한 변화가 보였다.

아이들이 놀이를 즐기니 소외와 비난이 사라졌다. 아이들은 놀이 만들기에 집중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천에 옮겨갔다. 이런 놀이를 통해 평상시에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겉돌던 아이들의 목소리도 커지는 것을 보며 놀이가 가지는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었다.

또 아이들이 직접 놀이를 만들다 보니 안전했다. 교실 놀이를 계획하며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아이들의 안전 문제였다. 사실 교실 공간은 아이들이 놀기에 적합한 공간은 아니다. 책상과 의자, 각종 가구들은 너무 뾰족하고 단단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교실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다칠 만한 물건을 치우고, 청소를 하며 아이들 스스로 눈높이에 맞는 규칙을 만들다 보니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생기는 상황이나 위험한 상황도 줄었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니 교실이 행복해졌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충분히 놀 수 있다고 느끼니 스스로 놀이 도구와 교실 공간을 아끼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량도 줄어들고 놀이 공간 안에서 친구들과 이야기 하며 서로 배려하는 법을 배워 나간다.

놀이 하나로 아이들과 교실 공간이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는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다. ‘나도 놀이가 재밌었으니 아이들도 재미있겠지?’라고 시작했던 놀이가 교실을, 아이들을,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잘’ 노는 우리 반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친구들이랑 같이 또 놀아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