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수집은 단순 취미가 아닙니다. 우표는 역사와 문화 등 폭넓은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교과서였습니다.”

김기열(59) 한국우표취미연합 전남지부장은 광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우표 마니아다. 우표수집이 옛 취미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그의 우표사랑은 여전하다. 15년전부터 ‘도로교통안전’이라는 테마를 잡아 전 세계 각국의 자동차와 교통사고, 안전 제도가 기록된 우표를 수집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일반인들이 사용하지 않은 우표의 가치가 클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사용한 우표의 가치가 높다. 대통령 기념우표의 경우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우표는 인기가 없다고 한다.전 전 대통령의 경우 해외 순방 등 행사때마다 우표를 발행해 역대 대통령 우표 가운데 가장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전 전 대통령 시절과 비교하면 기념우표 발행이 90% 이상 감소해 희소가치가 높다.

김 지부장의 우표 사랑은 지난 4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표와 인연은 그를 우정 공무원으로 이끌었다. 현재 광주운림우편취급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강진군 성전면에 살던 초등생 김 지부장은 우연히 방문한 친구 집에서 우표 수집 책자를 보게됐다. 그때부터 우표에 빠져들었고 이때부터 취미로 하나 둘씩 모으기 시작한 우표는 너무 많아 지금까지 얼마나 모았는 세지도 못했다.

광주 인성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교내 동아리인 우취반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본격 우표수집에 들어갔다.

김 지부장은 “강진에서는 우표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집으로 배달된 편지에서 조심스레 우표를 뜯어 수집을 했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동아리 등을 통해 우표를 모아 수집을 했다”고 말했다.

이 시절 우표 수집은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 지부장은 “당시 학생의 70~80%는 우표를 모을 정도로 수집 붐이 불었다” 고 말했다.

당시 광주·전남에 새로운 우표가 발행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지금은 옛 광주우체국부터 충장파출소까지 우표를 사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줄을 쓰기도 했다고 김 지부장은 회상했다. 이처럼 우표 수집은 취미생활로 큰 인기를 모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휴대전화를 비롯해 이메일과 SNS 등이 생겨나면 인기가 시들해졌다.

김 지부장은 “우표수집이 호황을 누릴 때만 해도 학교 인근에 많게는 2~3곳의 우표상이 있었다. 지금은 광주에 1~3곳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과거 수만, 수천여명에 달하던 우표수집인은 급감했다. 현재 광주·전남에서 한국우취연합에 가입한 회원들은 100여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50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광주 우취회 창립 50년을 맞아 열린 우표전시회에서 ‘도로교통안전’우표를 전시했다. 김 지부장은 “단순히 우표를 모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수집한 우표의 발행 당시 배경 등을 살펴보는 등 논문 쓰는 것에 버금 갈 정도로 연구를 하며 정리를 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으로 그동안 정리한 우표를 모아 작품을 만들어 공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한영 기자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