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엄니가 아니라 내 이름을 불러주니 고마워요.”
2024년 10월 05일(토) 18:00 가가
‘오월어머니 그림농사’전 김대중컨벤션센터 화해갤러리 21일까지
주홍작가와 3년간 그림 공부…16일 오월어머니 작가들과 대화
주홍작가와 3년간 그림 공부…16일 오월어머니 작가들과 대화
“누구의 엄니가 아니라 내 이름을 불러주니 고마워요. 나 한양님이여!”
92세 오월어머니 한양님 씨의 말이다. 현재 한양님 어머니는 몸이 아프셔서 미술수업에 나오시지 못하고 있다.
오월어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선보이는 ‘오월어머니 그림농사’가 시민들을 찾아온다.
지난 4일 개막해 오는 21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 화해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월어머니들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이를 승화시킨 강인함과 위대함을 볼 수 있는 자리다.(오월어머니와의 대화는 16일 오후 2시 화해갤러리에서 펼쳐진다.)
전시를 기획하고 함께 그림을 그리고 함께 스토리텔링 작업을 해온 주홍작가(치유예술가)는 지난 2022년부터 매주 수요일 오월어머니집에서 5·18민주화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왔다. 5·18민주화운동을 승리의 역사로 정리하고, 어머니들로 하여금 남은 인생을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앞서 올해 5월 목포 전남교육정보원 늘봄카페에서 ‘오월어머니들의 그림농사2’라는 주제로 전시가 진행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200여 작품을 2023메이홀에서 열린 바 있다.
전시 참여 어머니는 김순자, 고(故)김순심, 김형미, 박수자, 고(故) 박화순, 고(故) 박순금, 윤삼례, 윤화숙, 이숙자, 이정덕, 장명희, 장상남, 정귀순, 최은자, 한양님 등 모두 15명이다. 이 가운데 세분의 어머니가 안타깝게 올해 돌아가셨다.
주홍 작가는 “고인이 되셨지만 박화순, 박순금, 김순심 오월어머니의 그림과 이야기는 우리들 곁에 남아 있다”며 “수업을 하면서 서로 웃고, 울고, 춤을 췄던 기억은 가장 소중한 기억자산”이라고 했다.
전시에는 모두 200여 작품이 내걸린다. 원색의 색감과 초등학생 그림처럼 순박하고 소박한 작품들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주홍 작가의 ‘오월어머니 그림농사’ 프로그램은 평소 ‘오월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 2008년 미술치료를 주제로 한 박사과정 공부를 마쳤다.
“당시 스토리텔링과 미술표현의 결합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임상실험을 하고 그 효과에 대한 논문을 썼습니다. 트라우마와 습관이 몸의 통증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80년 군부쿠데타의 학살을 겪은 광주시민들은 집단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이후 트라우마센터에서 샌드아트를 매개로 치유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리고 어느 날 오월어머니 관장인 김형미 어머니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우리 어머니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주지 않겠느냐”라는 제안에 그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이내 수락을 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은 추억을 쌓는 시간이었다. 한편으로 한 인간에 대한 생의 역사와 존엄을 알아가는 기회이기도 했다.
어머니들은 트라우마로 인해 대부분 두통과 어깨 통증이 심했다. 수업을 하는 동안 주홍 작가는 친정어머니를 대하듯 맛사지도 해드리며 정을 쌓아나갔다.
그에 따르면 어머니들은 처음에는 ‘그림을 배운 적도 없는데 뭣을 그려라고 하능가?’라며 시원찮은 반응이었다. 대부분 학교를 다니지 않은 어머니들에게 그림 공부는 ‘사치’로 다가왔을 거였다.
그러나 막상 수업을 통해 한 편의 그림이 완성되고 나니 많이들 좋아하셨다. 무엇보다 그림을 매개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할 이야기가 많아지죠. 평상시에는 못했던 말들도 하게 되고 마음이 동화되면 노래도 하고 춤도 추게 됩니다. 어머니들은 항상 ‘오월 어머니’라는 테두리에 갇혀 있었고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만 불렸죠. 그런데 제가 한 분 한 분 ‘작가’로 불러들이니까 다들 흐뭇해하셨어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니까 잠시나마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던 거지요.”
예술의 치유 기능은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데 있다. 오월어머니들은 마음의 병으로 몸까지 아픈 분들이다. “어머니들은 5월이면 색깔 있는 옷도 못 입고 흰옷과 검은 옷만 입었다”며 “예쁜 꽃이 핀 지도 몰랐을 만큼 그런 아픔과 슬픔의 세월을 견뎌왔다”며 “이번 전시가 어머니들 자신에게 주는 작은 추억이 됐으면 한다”고 주홍 작가는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 소식을 듣고 보성 삼베명인 마광 이찬식 선생이 직접 농사 지어 만든 삼베 종이를 보냈다. 그 종이로 오월어머니들은 옷을 짓고 좋아하는 무늬를 그렸다. 오월어머니들은 종이를 오려 그리운 사람을 그리고 만세를 부르며 춤도 추고, 평화의 노래를 불렀다는 후문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92세 오월어머니 한양님 씨의 말이다. 현재 한양님 어머니는 몸이 아프셔서 미술수업에 나오시지 못하고 있다.
오월어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선보이는 ‘오월어머니 그림농사’가 시민들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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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머니들의 작품들 <주홍 작가 제공> |
주홍 작가는 “고인이 되셨지만 박화순, 박순금, 김순심 오월어머니의 그림과 이야기는 우리들 곁에 남아 있다”며 “수업을 하면서 서로 웃고, 울고, 춤을 췄던 기억은 가장 소중한 기억자산”이라고 했다.
전시에는 모두 200여 작품이 내걸린다. 원색의 색감과 초등학생 그림처럼 순박하고 소박한 작품들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주홍 작가의 ‘오월어머니 그림농사’ 프로그램은 평소 ‘오월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 2008년 미술치료를 주제로 한 박사과정 공부를 마쳤다.
“당시 스토리텔링과 미술표현의 결합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임상실험을 하고 그 효과에 대한 논문을 썼습니다. 트라우마와 습관이 몸의 통증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80년 군부쿠데타의 학살을 겪은 광주시민들은 집단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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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머니들 쟉품들 <주홍작가 제공> |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은 추억을 쌓는 시간이었다. 한편으로 한 인간에 대한 생의 역사와 존엄을 알아가는 기회이기도 했다.
어머니들은 트라우마로 인해 대부분 두통과 어깨 통증이 심했다. 수업을 하는 동안 주홍 작가는 친정어머니를 대하듯 맛사지도 해드리며 정을 쌓아나갔다.
그에 따르면 어머니들은 처음에는 ‘그림을 배운 적도 없는데 뭣을 그려라고 하능가?’라며 시원찮은 반응이었다. 대부분 학교를 다니지 않은 어머니들에게 그림 공부는 ‘사치’로 다가왔을 거였다.
그러나 막상 수업을 통해 한 편의 그림이 완성되고 나니 많이들 좋아하셨다. 무엇보다 그림을 매개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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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장면 <주홍작가 제공> |
예술의 치유 기능은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데 있다. 오월어머니들은 마음의 병으로 몸까지 아픈 분들이다. “어머니들은 5월이면 색깔 있는 옷도 못 입고 흰옷과 검은 옷만 입었다”며 “예쁜 꽃이 핀 지도 몰랐을 만큼 그런 아픔과 슬픔의 세월을 견뎌왔다”며 “이번 전시가 어머니들 자신에게 주는 작은 추억이 됐으면 한다”고 주홍 작가는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 소식을 듣고 보성 삼베명인 마광 이찬식 선생이 직접 농사 지어 만든 삼베 종이를 보냈다. 그 종이로 오월어머니들은 옷을 짓고 좋아하는 무늬를 그렸다. 오월어머니들은 종이를 오려 그리운 사람을 그리고 만세를 부르며 춤도 추고, 평화의 노래를 불렀다는 후문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