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미술계 큰 족적 남기고 떠난 김종수 화백 (281) 미술교육
2019년 09월 05일(목) 04:50

김종수 작 ‘담양호 풍경’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 생각되지만 예술계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나라와 우리나라가 다른 점 중의 하나는 대학교수라는 직함을 가질 때 더 인정을 받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전문 연주가나 전업 작가, 전업화가보다 대학에 적을 두었을 때 더 높이 평가를 하는 분위기를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러 대학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나 전업화가로 새 출발 하는 것이 화제가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며칠 전 세상을 떠난 김종수 화백(1940~2019)은 화가로서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작가로서의 화려한 조명보다는 조선대 미술대학교수로 미술대학장을 역임했던 호남미술교육의 큰 스승으로 기억된다. 미술대학으로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조선대학에서 오지호, 임직순 등 기라성 같은 대가들이 한국화단을 이끌면서 후학들을 양성하는데 주력했던 전통대로 김종수 화백도 미술교육의 큰 축을 맡아왔던 것이다.

김종수 화백의 ‘담양호 풍경’(1992년 작)은 오랫동안 풍경화를 그려온 작가답게 야외 스케치 현장에서 얻은 서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정통 유화의 느낌이라고 할까. 시대적 유행에 편승하거나 실험성에 도전하지 않으면서 회화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했던 작가의 강렬함과 섬세함이 조화된 화면이 특징적이다.

인상주의와 자연주의를 병합시킨 화면은 변화하는 빛의 찰나를 포착한 산세의 대담한 색면과 호수의 깊은 심연에서 ‘은둔자적 체질과 사색적인 성격’으로 기억되는 작가의 고요한 분위기가 엿보인다. 담양호의 한 모퉁이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인물의 조용한 숨죽임이 역설적으로 자연에 한 점 활력을 준다.

이승을 떠난 화가는 어떤 빛깔의 다른 세계를 만날까, 생각해보며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미술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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